밖으로는 미국과 중국 간의 무역분쟁이 심화되고, 안으로는 내수 경기가 얼어붙으면서 올해는 재계에 어느 때보다 힘든 한해였다. 내년에도 글로벌 불확실성 때문에 앞날을 내다보기 힘든 상황이다. 이런 점에서 이번 연말인사는 ‘성과주의’ ‘선택과집중’ ‘혁신인사’에 방점이 찍혀 있다. 이에 CNB는 재계 ‘얼굴 이동’의 관전 포인트를 짚어보는 <재계 연말 인사>를 연재하고 있다. 다섯 번째 편은 포스코그룹이다. <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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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 이재용式 옥석가리기…삼성 스마트폰 핸들은 누가 잡나
② LG號 선장 구광모의 ‘40대 기수론’…혁신은 계속된다
③ 추락하는 증시…증권업계 인사 키워드는 ‘투자은행(IB)’
최정우표 ‘100대 개혁과제’ 맞춰 인사
미래먹거리 육성하는 ‘신성장 부문’
산학연협력실 만들어 청년실업 해소
공존에 목적 둔 ‘기업시민실’도 신설
지난달 5일, 최정우 포스코그룹 회장은 취임 100일째를 맞아 ‘100대 개혁과제’를 발표하며 공언한 게 있다.
철강사업에서 2025년까지 자동차강판 판매량 1200만톤을 달성해 글로벌 메이저 자동차강판 공급사 지위를 확고히 하고, 그룹사업은 조직을 일부 통합 및 일원화해 시너지를 높이고, 신성장사업을 철강부문과 동급인 신성장부문으로 격상하겠다고 한 것.
최 회장이 그리는 경영개혁의 그림은 지난 20일 실시된 포스코그룹의 조직개편 및 정기임원인사에서 구체화돼 나타났다.
‘선택과 집중’에 기초한 조직으로 재편하고, 그 방향타를 잡을 수장 자리에 외부전문가들을 적극 영입해 앉혔다. 포스코그룹 측은 이번 인사를 “100년 기업으로서의 기반 마련에 박차를 가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우선, 기존 철강부문을 철강·비철강·신성장 3개 부문으로 확대 개편했다. 부문별 책임경영 체제를 강화하기 위해서다.
이에 따라 비철강부문은 대우·건설·에너지·ICT 및 국내 비철강 계열사의 성장 전략 수립과 사업관리를 담당한다. 신성장 부문은 그룹 차원에서 중점 추진하고 있는 2차전지 소재사업 등 미래성장동력 발굴과 육성이란 중책을 수행한다. 신성장 부문 산하에는 ‘산학연협력실’이 신설돼 벤처육성과 지역경제 활성화, 청년실업 문제 해결 등을 추진한다.
CEO 직속으로 ‘기업시민실’도 운영한다. ‘더불어 함께 발전하는 기업시민’이란 경영이념을 체계적으로 실천하기 위해서란 게 그룹 측 설명. 이밖에 제철소 강건화와 현장중시 경영강화를 위해 안전·환경·에너지를 담당하는 부소장직을 포항과 광양제철소에 신설했다.
순혈주의 타파, 전문가 적극 영입
‘새 부대엔 새 술’이 제격이라서 일까? 이번 포스코 인사의 가장 큰 특징은 순혈주의를 깨고 외부 인물들을 적극 영입했다는 점이다. 새로 짠 판에 전문성을 보유한 인재들을 들여 활력을 불어넣었다.
신성장부문장의 수장으로는 오규석 前 대림산업 사장을 선임했다. 오 사장은 LG텔레콤과 하나로텔레콤에서 마케팅과 전략개발 업무를 주로 담당했으며, 대림산업에서는 경영지원본부장과 총괄사장을 역임했다.
산학연협력실장 자리에는 당초 신성장부문 사장급으로 거론됐던 박성진 포항공대 기계공학과 교수가 앉았다. 1968년생인 박 실장은 포스텍 기술지주회사 대표와 산학처장을 맡는 등 산업현장에서 기술사업화 경험이 풍부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룹의 씽크탱크 역할을 하는 포스코경영연구원장으로는 산업연구원 출신 장윤종 박사를 영입했고, 전무급 임원을 내년 1월 중 무역통상조직 수장으로 선임할 예정이다.
예년에 비해 한 달 이상 앞당겨 실시한 이번 인사에서 외부인사 영입을 빼고 34명이 승진했다. 부사장 4명, 전무 7명, 상무 23명 등이다.
가장 중점을 둔 부분은 크게 다섯 가지다. 세대교체, 3實(실질·실행·실리), 성과·역량 기반 공정인사, 현장중시 인사, 차세대 리더 전략적 육성이다.
포스코그룹 측은 “조직 분위기를 쇄신하고 조직 활력을 제고하기 위해 장기 직책자는 교체하고 연차와 상관없이 성과 및 역량이 우수한 상무보를 임원으로 승진시키는 등 변화와 개혁을 주도할 수 있는 젊은 세대를 적극 발굴했다”고 밝혔다.
(CNB=선명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