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당뇨병 환자가 전체 인구의 10%를 넘어서면서 당뇨병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이에 한미약품, 사노피, 한국릴리 등 제약사들은 당뇨병 치료제 개발에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CNB가 제약사들의 당뇨병 치료제 개발 사업에 대해 들여다봤다. (CNB=이병화 기자)
당뇨는 세계적 트렌드?
국민 10명 중 1명이 당뇨병을 앓고 있다. 대한당뇨병학회에 따르면 당뇨병의 전 단계로 불리는 공복 혈당 장애 환자까지 합치면 국내 당뇨병 환자는 약 1000만명에 달한다. 세계당뇨병연맹은 2025년이 되면 세계에서 당뇨병 환자가 가장 많이 증가하는 지역이 아시아가 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중국은 상황이 가장 심각하다. 현재 중국에서 당뇨병을 앓고 있는 환자 수는 1억명 이상으로 한국 인구의 2배가 넘는다고 알려지고 있다.
상하이 교통대학 의학부는 지난 2013년 미국의사협회저널(JAMA)에 중국인 중 당뇨병이 의심되는 환자 수가 1억1390만여명에 달한다고 밝혔으며 세계보건기구는 2015년 중국의 당뇨병 환자 수가 성인 인구의 약 12%인 1억 1000만명이고 환자 수가 매해 급증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시장조사업체의 한 관계자는 “전 세계의 당뇨병 인구 중 25% 정도가 중국에 몰려 있고 이들은 여전히 당뇨에 대한 인식이 낮다”고 밝혔다.
지난달 중국 국가식품의약품관리감독총국(CFDA) 출신인 빅터 쳉 박사는 한국임상시험산업본부 주최로 열린 국내 의약품 중국 심포지엄에서 “중국에는 당뇨병과 같은 만성질환 환자 수가 많아 의료 수요가 확대될 수밖에 없다”고 밝히기도 했다.
2025년이 되면 중국에서만 당뇨병 치료제의 시장규모가 26조원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제약사들의 당뇨병 시장 진출이 속도를 내고 있다.
종근당·한국릴리·한미약품…독자기술개발 ‘올인’
종근당은 지난 6월 열린 ‘제17회 중국 상하이 의약품 전시회’에 당뇨치료제 원료를 선보였다. 종근당은 중국에서 신규 제품으로 차별화하는 전략을 펼칠 계획이다. 유한양행은 최근 고지혈·당뇨복합제 시장에 진출한다고 발표했다.
한미약품은 약효가 지속되는 시간을 늘려주는 독자적인 기술인 랩스커버리를 보유하고 있다. 지난 5일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제54회 유럽당뇨병학회(EASD)에서 이 기술을 적용한 당뇨병 신약후보물질 연구결과 8건을 발표했다고 밝혔다. 앞서 2015년에는 지속형 GLP-1 계열의 당뇨치료 바이오 신약인 에페글레나타이드의 기술을 개발했고 외국계 제약사인 사노피에 수출해 현재 글로벌 임상이 진행되고 있다.
외국계 제약회사인 한국릴리는 GLP-1 유사체인 트루리시티로 인슐린과 GLP-1 유사체를 합친 당뇨병 주사치료제 시장에서 점유율 19%를 달성하며 시장을 이끌고 있다. 지난 2015년 연매출 10억원대에 불과했던 GLP-1 유사체의 처방액은 지난해 130억원대를 기록, 규모가 12배 이상 성장했다.
▲한국릴리의 GLP-1 유사체 당뇨 치료제인 트루리시티.(사진=한국릴리 사이트)
GLP-1 호르몬은 인체의 소장 하부에서 나오는 자연적인 호르몬이다. 한국릴리는 트루리시티가 GLP-1 유사체 처방을 넘어 인슐린 처방분야로까지 확대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트루리시티는 지난해에 연매출 120억원을 넘어섰고 GLP-1 유사체 시장에서 80% 수준의 시장점유를 보이고 있다.
천문학적 개발비용·시간 견뎌내야
그러나 당뇨병 시장의 리스크도 있다. 최근 다국적제약사 MSD(미국 머크)가 개발한 당뇨병 치료제인 바이오의약품 복제약인 루수두나의 개발과 상업화가 도중에 중단된 사례가 있었다.
MSD는 당뇨병 치료제 바이오의약품 복제약의 시장환경, 생산 원가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한 결과 중단을 결정했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루수두나의 안전성과 효능, 품질 기준을 모두 인정했지만 MSD는 개발, 상업화를 포기한 것. 이는 제약회사가 신약 개발 사업을 시작하기 전 치밀한 사전 작업이 필요하다는 점을 잘 보여준 예다.
연구개발(R&D)에 소요되는 막대한 비용도 부담이다. 통상 신약이 출시되기까지 천문학적인 비용과 10~15년이 소요되는 복잡한 과정(임상 1~4상)을 거치게 된다. 기업 입장에서는 엄청난 비용과 시간과 투입되는 리스크를 감소해야 한다. 특히 해외 수출을 위해서는 국제기준에 맞는 임상실험을 통과해야 하는데 이 경우 5000억~1조원까지 투입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CNB에 “당뇨, 고지혈증, 고혈압과 같은 만성질환의 경우에는 제약사 간 신약 개발을 위한 경쟁이 더욱 심하고 질환마다 다르지만 신약개발을 위해서 제약회사는 적게는 수천억원, 많게는 조 단위를 부담한다”고 밝혔다.
(CNB=이병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