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달 10일까지 신한갤러리 역삼에서 진행되는 'Flavor of the Scenery'展 전시장 입구 (사진=선명규 기자)
신한은행이 장애예술작가 창작활동 지원의 일환으로 개최하는 단체전이 다음달 10일까지 ‘신한갤러리 역삼’에서 진행된다. 장애예술가 창작공간인 서울문화재단 잠실창작스튜디오의 박은영, 이민희 작가가 참여해 사진과 설치작품을 다수 선보인다. 일상의 풍경을 무심히 담아내 더욱 특별한 이번 전시의 제목은 ‘Flavor of the Scenery’. 그 현장에 CNB가 다녀왔다. (CNB=선명규 기자)
흔해서 특별한 ‘Flavor of the Scenery’
사진·설치작품 전시공간에 빼곡히 담겨
‘신한갤러리 역삼’에서 다음달 10일까지
빨간 세발자전거가 비탈길에 서 있다. 다른 프레임에선 인적 없는 주택가에 객쩍게 놓여 있다. 한때 파릇파릇했을 담벼락에 핀 개나리는 비에 흠뻑 젖어 생기를 잃었다. 새싹으로 돌아간 듯 풀이 죽었다. 이민희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 주변의 흔한 풍경을 따스한 시선으로 포착한 사진 작품 20여점을 선보인다.
벽 넘어 전시 공간에는 앙상한 나무들이 서 있다. 이파리를 잃어 외로워 보인다. 금방이라도 스러질 듯 위태롭지만 하얀 실에 단단히 묶여 꼿꼿하다. 박은영 작가의 말처럼 부러지거나 상처난 가지가 실에 동여매어 ‘치유’되어 있다. 벽면에는 메마른 가지들과 대비되는 영롱한 물방울이 투명 비닐 안에서 무심히 빛나고 있다.
두 작가는 이번 전시를 통해 자신들만의 풍경을 보여준다. 이민희 작가는 찬란해서 오히려 애처로운 노을, 그 옛날 흔했던 녹색 철제 대문 등 사진작품 20여점을, 박은영 작가는 일상에서 접하기 쉬운 화장품 포장박스, 나뭇가지 등을 활용한 설치작품 10여점을 전시한다. 흔해서 오히려 특별하게 느껴지는 작품들이 전시장을 가득 메운다. 일상에서 길어 올린 장면들이라 정겨우면서도 아련하다.
▲이번 전시에서 서울문화재단 잠실창작스튜디오의 이민희 작가는 사진작품 20여점을 , 박은영 작가는 설치작품 10여점을 선보인다. (사진=선명규 기자)
두 다른 장르의 작품을 동시에 선보이기 위해선 공간 여건이 관건이다. 전시가 진행되는 신한갤러리 역삼은 사진과 설치작품을 동시에 선보이기에 최적이다. 면적이 357m2(약 107평)로 단일 갤러리치고는 넓은 편이기 때문이다. 잠실창작스튜디오 관계자는 “폭넓은 작품을 표현할 수 있는 여건이라 만족스럽다”고 말했다.
신한은행과 잠실창작스튜디오의 만남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2016년에는 신한갤러리 역삼에서 잠실창작스튜디오 입주 작가와 ‘공감의 기술’전을, 지난 8월에는 신한갤러리 광화문에서 신동민 작가의 그림 전시회를 약 한 달 간 열었다. ‘아워스토리(OURSTORY)2’를 주제로 연 전시에서는 신 작가의 신작 ‘잉꼴보’와 ‘아야아야’ 등 총 60여 점의 작품이 공개돼 화제가 됐다.
▲종이박스와 LED 전구를 활용한 박은영 작가의 설치작품 (사진=선명규 기자)
서울 광화문과 역삼, 두 곳에서 갤러리를 운영하는 신한은행은 미술을 비롯한 다양한 문화예술 관련 활동을 펼치고 있다. 미술체험 프로그램인 ‘꿈같은 하루’, ‘그림으로 읽는 인문학’ 강의, 장애인 공연 ‘하트재단 With 콘서트’, ‘세계화폐탐험’ 금융사박물관 교육 프로그램 등을 폭넓게 운영해 시민들의 발걸음을 이끌고 있다.
이번 ‘Flavor of the Scenery’展도 문턱이 낮다. 무료로 수준 높은 작품들을 만끽할 수 있다. 잠실창작스튜디오 측은 이번 전시가 “시민들과 호흡할 수 있는 예술에 대한 지원이 확대되는 기회가 됐으면 한다”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CNB에 “은행의 문화·예술 시설을 뜻 깊은 전시에 이용할 수 있게 되어 기쁘다”고 말했다.
(CNB=선명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