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무역분쟁의 여파로 한국 코스피와 중국 상하이지수 사이의 상관계수가 상승했다. 반면에 미국 다우지수와의 상관계수는 낮아졌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코스피와 상하이 지수의 상관성이 높은 상태를 유지할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달 30일 서울 중구 KEB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모습. (사진=연합뉴스)
한국 증시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이 커지고 있다. 기존에는 미국 증시 흐름과 방향을 같이 했지만, 최근에는 중국 증시와 연동성이 커진 것. 이 과정에서 우리나라 4대 그룹의 시가총액도 많이 줄었다. 코스피가 중국과 함께 가는 이유가 뭘까. (CNB=손정호 기자)
미중무역분쟁, 對 중국 수출 우려
한국-중국 증시 연관계수 높아져
‘커플링 현상’ 당분간 계속될 듯
미중 무역분쟁의 여파로 한국과 중국 증시의 연관성이 높아졌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달 27일 코스피와 중국 상하이지수의 상관계수가 0.92로 올라갔다. 상관계수는 1에 가까울수록 두 시장의 상관성이 높음을 의미한다.
코스피와 상하이지수의 상관계수는 지난 1~4월 0.4~0.8 사이였다. 6월부터 상관계수가 상승해 7월 11일 0.9로 올라섰다. 이후 지난달 27일까지 두 지수의 상관계수는 계속 0.9를 웃돌았다. 29거래일 연속 중국 증시가 한국에 큰 영향을 준 셈이다.
이는 동조화(커플링) 현상으로 볼 수 있다. 한 국가의 경제상황이 다른 나라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한국에 대한 중국 경제의 영향력이 커졌다는 얘기다.
반면 코스피와 미국 다우지수의 상관계수는 0.88(작년 12월 5일)에서 –0.13(지난달 9일)으로 떨어졌다. 같은 기간 나스닥지수와의 상관계수도 0.89에서 –0.68로 하락했다.
이런 특징은 주요지수의 최근 3개월 그래프 모습에서도 확인된다. 미국 다우산업, 나스닥, S&P500지수는 완만히 상승하는 모양의 그래프였다. 하지만 코스피와 상하이, 홍콩 항셍지수는 아래를 향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시작한 관세전쟁의 여파로 미국은 주가가 완만하게 상승했지만, 타깃이 된 중국과의 무역 교류 규모가 큰 한국은 내리막길을 걸었다.
코스피는 1월 29일 장중 한때 2670.10으로 처음 2600대를 넘었다. 하지만 이후 하락해 7월 2일 2300선이 무너졌다. 이어 줄곧 2200대 중반에 머물다가, 지난달 28일(2303.79) 2300선을 겨우 회복했다.
미중 무역협상이 시작되면서 상하이와 코스피지수가 조금씩 회복 중이지만, 아직 연초 수준에는 한참 못미친다.
이로 인해 4대 그룹의 시가총액도 크게 줄었다. 4대 그룹(국내 상장사 57곳)의 전체 시총은 지난달 17일 기준 약 732조4000억원이었다. 작년 말(801조3000억원)보다 68조9000억원 줄었다.
그룹별로 살펴보면, 삼성그룹 상장사(삼성전자·삼섬SDS·삼성SDI·삼성생명·삼성화재·삼성증권·삼성카드·삼성물산 등) 시총은 434조885억원으로 작년 말(475조1252억원)보다 41조367억원(8.7%) 줄었다.
현대자동차그룹(현대자동차·현대모비스·현대건설·기아자동차 등)은 95조8280억원에서 86조8523억원으로 8조9757억원 감소했다. SK그룹(SK텔레콤·SK하이닉스·SK이노베이션 등)은 126조9214억원에서 122조1906억원으로 4조7308억원, LG그룹(LG전자·LG디스플레이·LG유플러스 등)은 103조3827억원에서 89조2523억원으로 14조1304억원 증발했다.
▲코스피와 상하이지수의 연관성이 높아진 이유는 한국이 받게 될 경제타격 때문이다. 한국은 중국에 1424억달러 규모를 수출하는데, 이중 중간재가 79%다. 미중 무역분쟁으로 중국의 미국 수출이 줄어들면, 중국은 한국산 중간재 수입을 줄이게 된다. 최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수출대전 모습. (사진=연합뉴스)
트럼프만 바라보는 한국 증시
코스피와 상하이지수의 연동성이 커진 이유는 뭘까.
두 나라 증시의 커플링 현상은 한국이 반도체와 기계부품 등 중간재를 중국에 수출하기 때문이다. 작년 우리나라의 대중 수출액(1424억달러)은 전체의 25%에 달했다. 이중 중간재 비중은 79%나 된다.
따라서 미국이 중국에 높은 관세를 유지해 중국의 대미 수출이 줄어들면, 한국 기업의 대중 수출과 이익이 동시에 감소하게 되는 구조다. ‘미국→중국→한국’으로 이어지는 경제 먹이사슬이 형성됐다고 볼 수 있다.
미중은 지난달 22~23일 워싱턴에서 무역협상을 했지만 별다른 성과는 없었다. 협상 중이던 23일 양국은 각각 160억달러 규모의 수입품에 관세(25%)를 부과했다. 지난 7월 6일 양국이 340억달러 규모에 관세(25%)를 부과한 후 2차 조치다.
KB증권 김영환 연구원은 CNB에 “미중 무역분쟁은 미국 중간선거 전까지는 크게 격화되지는 않겠지만 빨리 해결되지도 않을 것”이라며 “중국을 통해 미국으로 수출되는 한국의 중간재 수출이 위축되면서 두 나라 증시의 커플링 현상도 상당기간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달 이후 코스피지수는 미중 무역분쟁의 흐름에 따라, 미국 중간선거(11월 6일) 전까지는 제한적으로 반등하는 수준에 머물 것으로 봤다.
(CNB=손정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