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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텔링] 파열음 커져가는 ‘문재인표 후분양제’…해법은?

건설사·소비자 모두 불만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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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손강훈기자 |  2018.07.12 09:30:19

▲정부의 후분양제를 두고 건설업계, 소비자 모두 불만의 목소리를 쏟아내고 있다. 서울 지역 재건축 아파트 공사현장. (사진=손강훈 기자)

문재인 정부가 주택가격 안정화와 소비자 선택권 강화라는 ‘두 마리 토끼’를 노리고 추진 중인 ‘후분양제’의 가이드라인이 공개되면서 건설업계가 출렁이고 있다. 후분양제가 국내 분양시장을 뒤흔들 매머드급 제도인 만큼, 큰 주목을 받고 있는 상황. 하지만 건설업계와 소비자 어느 쪽에서도 환영 받지 못하고 있다. (CNB=손강훈 기자) 

건설사 “미분양 넘치는데 공공택지 배정이 인센티브?” 
소비자 “60% 짓고 후분양? 콘크리트 상태에서 매매”
시민단체 “문재인 정부가 유독 ‘건설적폐’만 손 안대”

후분양제는 주택 건설이 어느 정도 진행된 후 수요자가 직접 주택을 확인하고 분양 받는 제도다. 

분양과 입주 시기 차이가 길지 않아 양 시점의 가격 차이가 크지 않고 분양권 전매가 어렵기 때문에 투기적 거래를 막을 수 있다. 주택가격 안정을 외치는 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 기조와 잘 맞는다. 게다가 집에 대한 정보 확보, 부실공사 여부 확인 등 ‘소비자 권익향상’이라는 효과도 따라온다.  

지난달 28일 발표한 국토교통부의 ‘제2차 장기 주거종합계획(2013~2022년)’에 따르면 올해부터 후분양제도가 단계적으로 적용돼 2022년까지 신혼희망타운을 제외한 공공 분양 주택의 70%가 후분양 방식으로 공급된다.

후분양의 기준이 되는 공정률은 60%로 확정됐다.

공공기관 중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서울주택도시공사(SH), 경기도 시공사가 단계적으로 후분양을 확대한다. 세 기관이 공급하는 공공주택 중 후분양의 비율은 2020년 30%에서 2021년 50%, 2022년 70%까지 올라간다.

제도가 정착되기 위해서는 민간기업의 참여가 매우 중요한 만큼, 국토부는 후분양제 도입 장려를 위해 ‘공공택지 우선공급’, ‘기금대출 금리 축소’, ‘보증한도 확대’ 등 인센티브를 예고했다.

실례로 올해부터 화성동탄2 A-62블록, 평택 고덕 Abc46블럭, 파주 운정3 A13블럭, 아산 탕정 2-A3블럭 등 4개 공공택지를 후분양제를 도입하는 건설사에 우선 분양할 예정이다.

공공택지 공급은 지난 2014년 택지개발촉진법 폐지 이후 계속 줄어왔었고 이에 대한 민간 건설사의 불만이 많았다. 정부가 후분양제 도입에 따른 인센티브로 ‘공공택지 배정’을 전면에 내세운 이유다.

▲국토교통부는 2022년까지 공공주택 70%를 후분양 방식으로 공급하겠다고 밝혔다. 지난달 28일 열린 주거정책심의위원회에 참석한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사진=연합뉴스)


‘두 마리 토끼’ 다 놓치나

하지만 이런 가이드라인을 두고 건설업계, 소비자들 모두 불만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우선 건설사는 후분양제로 인해 비용증가와 수익감소가 예측되는 상황에서 유인책이 너무 부족하다는 입장이다. 이들은 공공택지 우선 공급보다는 자금 확보를 용이하게 할 수 있는 장치 마련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건설사들은 대지 소유권을 확보하고 분양 보증 등 일정 조건을 충족하면 착공과 동시에 입주자를 모집하는 선분양 방식을 선호하고 있다. 그동안 분양권을 팔아 주택을 지을 자금을 확보해왔기 때문이다. 후분양제가 도입되면 회사채 발행, 금융기관 대출 등으로 공사비를 확보해야 하는데 회사의 비용 증가가 불가피하다.  

실제로 지난 4월 발표된 한국주택금융고사의 주택금융리서치에 따르면 후분양제가 도입될 경우 건설사의 대출 비용 증가로 인해 사업이익과 ROE(자기자본이익률, 기업의 이익창출능력 평가하는 수치)가 줄어들 것으로 예상됐다.

특히 금융기관은 대출이 늘어난 만큼, 돈을 갚는 능력이 감소한다고 판단하기 때문에 건설사가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이자가 필요하게 되는 악순환에 빠질 수 있다. 후분양제로 인한 건설사의 부담이 계속 증가한다는 얘기다.

이는 건설업계의 양극화를 더욱 부추길 것으로 보인다. 신용등급 등 자금조달 능력에서 대형사들은 강점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현대건설과 대우건설, GS건설 등 대형사들은 재건축·재개발 수주전에서 후분양제를 조합원들에게 먼저 제시하기도 했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CNB에 “자금조달 문제로 인해 후분양제 시행은 일부 대형사들을 제외한 건설사들에게 주택사업을 접으라는 얘기로 여겨진다”며 “정부가 인센티브로 내세운 공공택지 우선 공급은 서울 지역이 아닌 이상 큰 매력이 없다”고 말했다.

주택 구매자들도 불만이다. 소비자 권익보호가 너무 약하다는 지적이다. 

이들은 공정률 60% 기준이 잘못됐다고 판단한다. 보통 주택 하자민원의 경우 타일, 새시 시공 등 마감공사에서 많은데, 60%가 지어진 건물에서는 확인이 불가능 하다는 것이다. 소비자 선택권 확보를 위해서 최소 공정률 기준을 80% 이상으로 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이와 관련, 두성규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선임연구원은 “공정률 60%라고 해도 건물에 따라 외관이 다 올라가지 않은 상태가 될 수 있어 품질 보증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나아가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후분양제 전면도입을 요구하고 나섰다. 기업이 수익이 보장된 선분양제를 자발적으로 포기할 리가 없는 만큼, 제도 정착을 위해서는 강제성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후분양제 가이드라인이 공개된 다음날인 지난달 29일 논평을 통해 “업계 충격을 운운하며 생색내기용 후분양을 실시하려 한다”며 “문재인 정부는 적폐 청산을 내세우고 있지만 유독 주택부문에 대해서는 분양원가 공개, 선분양제 폐지 등 적폐 청산에 주저하고 있다”고 혹평했다.

(CNB=손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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