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코스피 지수는 1월 사상 최고 종가를 기록하며 희망차게 시작했지만,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과 미중 무역전쟁 등의 영향으로 하락세를 지속해 2300선까지 무너졌다. 지난달 29일 서울 중구 KEB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모습. (사진=연합뉴스)
올해 상반기 국내 증시는 초반 고점을 찍으며 상승했지만, 미국의 금리 인상과 미중 무역전쟁 영향으로 맥을 못 췄다. 남북, 북미 정상회담으로 인한 한반도 평화 무드에도 코스피 대표 기업들의 시가총액이 줄어드는 등 위축 국면을 보였다. 하반기 우리 증시는 어떤 전략을 세워야 할까. (CNB=손정호 기자)
올해초 사상최고점 찍으며 승승장구
북미·남북해빙 기대했지만 효과 미미
글로벌 파고에 2300대로 주저앉아
주요국과 무역협상으로 돌파구 찾아야
올해 상반기 코스피 지수는 시작이 창대했지만 끝이 미약했다.
코스피는 지난 1월 29일 장중 한때 2670.10으로 사상 처음 2600대의 골망을 흔들었다. 이날 2598.19로 장을 마감해 사상 최고의 종가를 보였다. 우리 증시는 올해 만선(滿船)의 부푼 꿈을 안고 항해를 출발한 셈이다.
이후 코스피는 거친 망망대해(茫茫大海)에서 표류했다. 2~5월 2400대에서 등락을 반복하다가, 지난달 들어서는 2300대로 주저앉았다. 상반기 마지막 주식 거래일인 지난달 29일에는 장중 한때 2300대마저 무너져 2299.69를 기록했다. 2326.13으로 장을 마쳤다.
남북, 북미 정상회담으로 남북 경제협력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면서 범(凡) 현대가(家) 기업인 현대건설, 현대제철, 현대로템, 현대엘리베이터 등 남북경협주의 주가는 한때 크게 상승하기도 했지만 상승분의 상당부분을 다시 반납했다. 북한의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 수준의 조치, UN과 미국의 대북제재 해제, 남북 경협 확대와 기업 이익이라는 결승점에 도달하려면 적지 않은 과정이 남아있기 때문이다.
코스피를 밑으로 끌어내린 힘 중 하나는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의 기준금리 인상이었다. 연준의 금리 결정기구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는 3월과 6월 기준금리를 각각 0.25%p씩 올렸다. 이에 따라 미국의 기준금리는 지난달 1.75~2.0%로 한국(1.5%)보다 상단 기준으로 0.5%p 높아졌다.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여파는 컸다. 금리가 높은 미국으로 외국인 자본이 이탈하는 ‘머니무브’ 현상이 발생했다. 외국인들은 우리나라 증시에서 6월 한달 동안 막대한 양의 주식을 순매도했다. 이로 인해 주요기업들의 주가가 크게 주저앉았다.
재벌닷컴에 의하면 10대 그룹의 시총은 연준의 두 번째 금리 인상(지난달 13일) 후 7거래일만인 지난달 22일 종가 기준 928조4000억원이었다. 금리 인상 하루 전인 12일(974조4000억원)보다 45조9000억원(4.7%) 줄었다.
그룹별로 살펴보면, 삼성그룹 상장사(삼성전자‧SDS‧SDI‧생명‧화재‧증권‧카드‧물산 등) 시총은 511조2000억원에서 490조8000억원으로 20조4000억원(4.0%) 감소했다. 우리나라 최대형주인 삼성전자 시총은 지난달 22일 352조5000억원으로 15조4000억원이 증발했다.
현대자동차그룹 상장사(현대‧기아자동차‧현대모비스‧현대건설 등) 시총은 92조3000억원으로 7조2000억원 감소했다. LG그룹(LG전자‧디스플레이‧유플러스 등)과 SK그룹(SK텔레콤‧하이닉스‧이노베이션 등)의 시총도 각각 6조3000억원, 2조8000억원 줄었다. 4대 그룹 시총만 열흘 동안 37조원이 사라진 것이다.
이 시기 포스코그룹(포스코건설‧켐텍 등, -2조7000억원), 롯데그룹(롯데제과‧푸드‧칠성음료 등, -2조6000억원), 현대중공업그룹(현대중공업‧미포조선‧일렉트릭 등, -1조5000억원), 한화그룹(한화생명‧손해보험‧건설‧케미칼 등, -1조4000억원), 농협그룹(NH투자증권 등, -7000억원), GS그룹(GS‧GS건설‧리테일 등, -3000억원)에 속한 상장사들의 시총도 많이 줄었다.
증권가에서는 하반기 연준이 두 번 더 금리를 인상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 이 경우 하반기에 우리나라 대기업의 시총이 다시 감소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미중 무역전쟁의 확산도 대형 악재다.
보호무역주의를 내세운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달 340억달러 규모의 중국 수입품에 대해 25%의 관세를 부과한다고 밝혔다. 이는 이달 중으로 시행되는데, 이후 160억달러 규모의 중국 제품에 대해 추가로 25%의 관세를 매길 것이라고 예고했다.
이에 중국은 즉각 보복조치를 발표하며 맞불을 놓았다. 중국은 똑같은 금액의 미국산 수입품에 대해 1~2차 각각 25%씩의 관세를 부과할 계획이다. ‘눈에는 눈, 이에는 이’ 전략인 셈이다.
미중 무역전쟁은 하반기 우리 증시를 억누르는 가장 큰 ‘하방 압력’이 될 것으로 보인다. 폴 크루그먼 뉴욕시립대 교수(노벨경제학상 수상자)는 지난달 27일 전국경제인연합회 강연에서 “한국이 생산한 첨단부품은 중국에서 완제품이 돼 미국과 유럽 등으로 팔리고 있다”며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국 제품에 관세를 부과하면 한국에 대한 관세 효과도 있다”고 우려했다.
▲하반기 한국 증시는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보호무역주의 정책에 따라 미중 무역전쟁이 심화되면서, 큰 영향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따라 글로벌 경제주체들과 충분한 대화를 나눠야 한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지난달 28일(현지시간) 백운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미국 자동차무역정책위원회와 협력방안을 논의하고 있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한국호(號) 하반기 전략은?
하반기 한국증시는 어떤 전략으로 난국을 뚫어야 할까.
트럼프 행정부는 자신들의 지지자인 ‘러스트 벨트’(미국 중부의 쇠락한 제조업 지대) 표심을 붙잡기 위해 관세 부과 등 보호무역주의를 지속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미국 정부의 이란산 원유 수입 중단 요구와 리비아 정국 불안으로 국제유가가 치솟고, 미국 기준금리가 더 오르면 한국증시는 ‘3중고’에 빠질 수 있다.
김광현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CNB에 “올해 한국 경제는 작년에 비해 이익증감률이 낮아지는 싸이클에 들어갔기 때문에 증시가 크게 상승할 수 없는 단계”라며 “이런 상황 속에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과 미중 무역전쟁이 영향을 주면서 하반기에도 하락세를 벗어나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반기 증시 하락세를 제어하기 위해서는 미국의 보호무역주의에 적극 대응하면서, 내부적으로 경제의 질을 향상시키는 노력을 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정다이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CNB에 “미중 무역전쟁의 타깃은 중국의 기술 분야인데, 양국이 무역분쟁 심화를 예고하고 있어서 앞으로 우리 기업들이 더 타격을 받을 수 있다”며 “우리 정부가 글로벌 경제주체들과 많은 대화를 하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내에서 해결해야 할 과제로는 ▲소득 주도 성장을 위해 최저임금을 인상했지만 오히려 일자리가 감소해 가계소득이 줄어드는 부작용 해결 ▲공정한 경제질서와 투명한 지배구조를 통한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기업 주가의 저평가 현상) 해소 ▲삼성증권의 유령주식 사태로 인한 증권가에 대한 불신 해결 등이 과제로 꼽힌다.
(CNB=손정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