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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생현장] ‘서울~파리행’ 기차 현실로? NH투자증권 ‘한반도 포럼’에 쏠린 눈

김정은發 경제개혁의 속살을 살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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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손정호기자 |  2018.06.30 06:43:58

▲남북, 북미 정상회담으로 남북 철도 연결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의 러시아 방문으로 유라시아 철도 프로젝트도 예상된다. 이런 가운데 NH투자증권은 지난 25일 서울 여의도 본사에서 신환종 FICC리서치센터장(왼쪽)과 윤영관 전 외교통상부 장관의 ‘지정학 포럼’을 개최해 주목된다. (사진=손정호 기자)


남북, 북미 정상회담에 이어 문재인 대통령의 러시아 방문으로 유라시아 철도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남북에 이어 중국, 러시아, 유럽까지 철도가 연결되면 한반도가 동북아시아의 ‘물류 허브’로 비상(飛上)할 수 있다. 하지만 북한의 비핵화 조치와 대북 제재 해제 등 갈 길은 멀다. 이런 가운데 NH투자증권이 ‘동북아시아의 지정학적 분석’ 세미나를 열어 주목된다. (CNB=손정호 기자)

철도기구 가입, 한․러정상회담, 남북실무협의 
숨가쁜 한반도, ‘유라시아 철도’ 성큼 현실로
현대로템․현대제철․CJ대한통운 등 수혜 예상

한반도와 중국, 러시아, 유럽을 잇는 ‘유라시아 철도’가 점점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유라시아 철도’가 주목받는 이유는 경제적 파급력 때문이다. 가령 남북이 4‧27 정상회담을 통해 합의한 동해선(함경남도 안변~강원도 고성), 경의선(서울~신의주) 철도와 도로를 중국, 러시아와 연결하면 서울이나 부산에서 철로로 프랑스 파리까지 한 번에 가는 게 가능해진다. 이는 기존의 비행기나 배를 통한 운송보다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또 북한의 경제개발에도 상당한 활력소가 될 전망이다. 김정은 북한 조선노동당 위원장이 미국과의 관계 정상화를 원하고 있는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지난 25일 NH투자증권은 여의도 본사에서 ‘대격변의 한반도’ 포럼을 통해 남북 경제협력의 현주소와 미래에 대해 분석했다. (사진=손정호 기자)ㅍ

실제 유라시아 철도를 연결하기 위한 노력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우리나라는 지난 7일 북한의 협조로 옛 사회주의 국가들로 구성된 국제철도협력기구(OSJD)에 가입했다. 남한에서 기차를 타고 중국과 러시아를 지나 유럽까지 한 번에 가는 ‘꿈의 프리패스’의 기반이 되는 국제기구의 구성원이 된 것이다. 

유라시아 철도의 첫걸음은 남북 철도 연결이다. 첫 번째 스텝을 위한 실무 협상도 시작됐다. 남북은 지난 26일 판문점 남측 평화의집에서 철도협력분과회의를 갖고 함께 조사와 연구를 진행하기로 했다. 남북 철도 연결을 위해 필요한 사안들을 미리 검토하기 위한 조치다.  

경의선은 이미 연결돼 있지만, 북쪽 구간이 낡아서 새롭게 보수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동해선은 남한 강릉에서 제진의 104km 구간이 끊어져 있다. 이 두 노선이 완비되면 중국, 러시아 철도와 잇는 게 가능해진다.  

러시아와의 공감대도 형성됐다. 문 대통령은 지난 22일 러시아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을 만나 한반도종단철도(TKR)와 시베리아횡단철도(TSR)를 연결하기 위해 함께 연구하기로 했다.

경의선에서는 중국 랴오닝성 단둥을 통해 중국대륙철도(TCR)로 갈아탈 수 있다. 동해선에서는 북한 라진 선봉에서 중국 연변자치주를 거쳐서 만주횡단철도(TMR), 또는 러시아 하산을 거쳐서 시베리아횡단철도를 탈 수 있다. 중국‧시베리아횡단철도는 구(舊) 소련의 독립국가연합 지역(CIS), 유럽 철도와 연결된다. 

이에 따라 남한에서는 북한 7대 사업(철도‧전력‧통신‧비행장 등) 독점권을 갖고 있는 현대아산이 주목받고 있다. 범(凡) 현대가(家)의 철도 전문기업인 현대로템, 철로의 재료를 생산하는 현대제철의 수혜도 예상된다. 현대로템은 철도차량을 제작‧보급하고, 현대제철은 국내에서 유일하게 철도레일을 생산한다. 철강기업인 포스코, 동국제강 등도 비즈니스 기회를 얻을 것으로 보인다.

물류업계도 유라시아 철도 시대를 준비하고 있다. CJ대한통운은 지난 3월 러시아 물류기업 페스코와 업무협력을 체결했다. 시베리아횡단철도를 통한 물류 사업과 항만 개발 등을 함께 확대하기로 했다. 관련 업계에서는 남북 철도가 연결되면 한국이 동북아 물류 허브로 떠오를 것이라는 장밋빛 전망을 내놓고 있다.   

▲지난 25일 NH투자증권 여의도 본사에서 열린 ‘대격변의 한반도’ 포럼에는 남북경협주에 대한 기대감을 반영해, 100여명의 증권업계 관계자들과 투자자들이 모여 관심을 보였다. (사진=손정호 기자)


남북 손잡으면 삼천리가 ‘글로벌 물류기지’

이런 가운데 NH투자증권은 남북 경제협력을 국제정치외교‧경제 측면에서 분석하는 포럼을 개최해 주목된다. 지난 25일 서울 여의도 NH투자증권 본사에서 열린 ‘지정학 포럼’은 유라시아 철도 시대가 언제 실현될 지에 대한 혜안을 제시해준 자리였다.  

이날 포럼은 NH투자증권 FICC리서치센터(Fixed Income, Currency & Commodity)가 기획했다. FICC리서치센터는 외화와 채권, 원자재 등 글로벌 경제, 정치 움직임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분야를 전문적으로 다룬다. 

이날 포럼에는 증권업계와 일반 투자자 100여명이 모여 관심을 보였다. 

신환종 NH투자증권 FICC리서치센터장은 윤영관 전 외교통상부 장관(서울대 명예교수)과의 대담을 통해 참석자들의 궁금증을 풀어줬다. 신 센터장은 윤 전 장관이 뛰어난 예지력으로 1997년 외환위기를 예측했다고 소개하고, 북미 정상회담 이후 대북 제재 해제와 남북 경협의 가능성 등에 대해 이야기를 이끌었다. 

윤 전 장관은 북한이 경제적 어려움 때문에 비핵화를 카드로 대화의 장에 나올 수밖에 없었으며, 김 위원장이 스위스에서 유학생활을 한 34살의 젊은 지도자라는 자신감이 과거와 다른 과감한 경제개방 등 변화를 시작한 동력이 된 것으로 풀이했다. 

그는 “현재는 UN과 미국의 대북 제재로 남북 경협을 진행하기 힘든데, 북한이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 수준의 조치(핵무기‧핵물질‧대륙간탄도미사일 등의 미국 반출)를 하고, 미국 의회가 대북 제재 해제를 의결하면 문제가 풀린다”고 강조했다. UN 차원의 대북 제재는 미국 행정부의 의지로 풀 수 있다는 게 윤 전 장관의 설명이다. 

윤 전 장관은 북한이 초기에는 경제특구를 확대하는 방향으로 경제 개발에 나설 것으로 봤다. 그는 “대북 제재가 풀리면 우리 대기업들이 북한에 본격적으로 투자할 수 있는 청신호가 켜질 것”이라며 “남북 경협이 심화돼 한반도 신경제지도가 완성되고, 북한에 사회 인프라가 확대되면 통일비용도 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그는 “남북 경협이 한반도를 남과 북으로 끌어당기고 있는 대륙국가(중국‧러시아), 해양국가(미국‧일본)의 원심력을 약화시킬 것”이라고 예상했다. 남북 철도를 중국, 러시아와 연결하게 되면 한반도가 ‘동북아 물류 허브’ 역할을 충분히 할 수 있을 것이란 얘기다. 

하지만 지나친 ‘핑크빛 기대’는 우려했다. 그는 “북한의 비핵화와 미국, UN의 대북 제재 해제에는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린다. 러시아와의 철도 연결에는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며 “북한 김정은 정권이 경제 개발 과정에서 남한 기업에게만 사업 기회를 주지 않고, 많은 국가의 기업들과 경쟁을 시켜서 최대한의 이익을 얻으려 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우리 기업들이 남북경협을 통해 실질적 이득을 얻으려면 정부와 재계 차원에서 주변국들과 미리 대화하는 등 충분히 준비해야 한다는 것이다. 

(CNB=손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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