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그룹은 구광모 LG전자 상무로의 경영권 승계가 다가오면서, IT 전문가인 구 상무의 지휘 아래 인공지능 등 4차 산업혁명 신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달 29일 이해성 LG유플러스 상무는 전경련 회관 세미나에서 LG 인공지능의 현재와 미래에 대해 소개했다. (사진=손정호 기자)
LG그룹이 구광모 LG전자 상무 시대로 접어들면서 신사업 판도에 관심이 쏠린다. 구 상무는 LG가(家) 장자 승계 원칙에 따라 그룹 회장직을 이어받을 것이 유력한데, 경영능력을 인정받기 위해서는 LG의 미래를 제시해야 한다. LG의 신사업 판도를 엿볼 수 있는 전경련 세미나를 CNB가 다녀왔다. (CNB=손정호 기자)
구광모의 LG, AI분야 ‘속도’
청소년지능 수준의 로봇 목표
최종단계는 문제 스스로 해결
지난달 20일 고(故) 구본무 회장이 타계함에 따라 외아들인 구광모 LG전자 상무가 경영권을 이어받을 전망이다. 우선 오는 29일 지주사 (주)LG의 임시주주총회에서 구 상무의 등기이사 선임이 점쳐지고 있다.
(주)LG는 지난 3월말 기준 LG전자(34%), LG유플러스(36%), LG CNS(85%), LG생활건강(34%), LG하우시스(34%), LG화학(33%), LG상사(25%) 등의 계열사를 거느리고 있다. 국내 계열사만 72개에 달한다.
▲고 구본무 회장의 외아들인 구광모 LG전자 상무(사진=연합뉴스)
구 상무는 현재 (주)LG의 지분 6.24%를 보유한 2대주주다. 구본무 회장(11.28%) 등 특수관계인 지분은 46.68%다. 구 회장 보유 주식을 상속하면 경영권 승계에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재계에서는 구 상무가 4차 산업혁명 등 신사업 발굴에 주력할 것으로 보고 있다.
구 상무는 미국 로체스터 인스티튜트 공과대학을 졸업한 ‘공학도’다. 2007년 미국 스탠퍼드대 MBA(경영학 석사 과정)에 입학했지만, 중도에 IT 실무를 배우기 위해 실리콘밸리의 IT 스타트업으로 떠났을 정도로 애정이 깊다.
LG그룹에서도 주요 IT 업무를 섭렵했다. 2006년 LG전자에 입사해 2009년에는 LG전자 미국 뉴저지법인에서 근무했었다. HE(홈엔터테인먼트, TV·오디오)사업본부 선행상품기획팀, HA(홈어플라이언스, 생활가전)사업본부 창원사업장 등을 거쳤다. 올해부터는 LG전자 B2B사업본부 정보디스플레이 사업부장을 맡고 있다.
이렇다 보니, 구 상무가 4차 산업혁명의 핵심 분야인 인공지능(AI)과 사물인터넷(IoT), 빅데이터, 로봇, 5G(5세대 이동통신) 등에 주력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LG전자는 올해 들어 국내 로봇업체 ‘로보스타’(536억원)와 ‘로보티즈’(90억원), 인공지능 스타트업 ‘아크릴’(10억원) 등에 통 큰 투자를 했다. LG유플러스(LG U+)는 인공지능 아파트(IoT 시스템)를 만들고, 인공지능 스피커 ‘U+우리집AI’ 사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LG CNS는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새로운 플랫폼인 블록체인을 위한 전담조직을 신설했다.
LG는 태양광 발전과 에너지저장장치(ESS), 빌딩관리시스템(BMS), 자동차 전장부품 등도 미래사업으로 보고 있다.
‘구광모호(號)’는 IT 신기술 사업을 강화하면서, 다른 미래사업과의 융합, 고도화에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4월 LG전자가 오스트리아의 자동차 헤드램프 업체 ZKW를 1조4440억원에 인수했듯이 관련 대형 인수합병(M&A)이 구 상무의 진두지휘 아래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
▲이해성 LG유플러스 상무는 지난달 29일 전경련 회관 세미나에서 ‘아이언맨’ 자비스와 같은 인공지능 비서를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밝혔다. 청소년 수준의 인공지능에 이어 성인 능력을 갖춘 인공지능이라는 단계적 개발 목표를 갖고 있다. (사진=손정호 기자)
“아이언맨의 ‘자비스’…로봇비서 곧 현실”
LG의 로봇 기술은 어디까지 와있을까.
지난달 29일 전경련 회관에서 열린 ‘4차 산업혁명이 바꾸는 우리의 미래 세미나’(전국경제인연합회 주최)는 LG의 AI 기술력을 어렴풋이나마 짐작해 볼 수 있는 자리였다.
이날 세미나에는 IT업계 관계자 30여명과 전경련 관계자 10여명 등이 모여 높은 관심을 보였다. 이해성 LG유플러스 상무(AI서비스 담당)는 ‘말 한 마디면 알아서 척척’ 강연을 통해 LG AI 기술의 현재와 미래에 대해 소개했다.
이 상무는 “영화 ‘아이언맨’의 자비스라는 AI가 우리가 바라는 목표”라며 “자비스는 아이언맨의 슈트를 관리해주고 전화도 걸어주는 등 비서 역할을 다한다. 언젠가 우리에게도 그런 날이 올 것”이라고 말했다.
그에 의하면 현재 LG의 AI는 어린이를 막 벗어난 수준으로, 청소년의 지능 정도까지 도달하는 게 목표다. 청소년 수준의 AI는 추론과 예측이 가능하다. 그 다음에는 문제를 스스로 발견하고 해결하는 성인 수준의 AI에 도전할 계획이다.
그는 “네이버와 제휴해 AI 스피커를 선보였다”며 “지식 검색과 외국어 교육, 홈 IoT, IPTV 검색 등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네이버가 보유한 1억5000만개의 정보와 300만개의 지식검색을 말(목소리)로 찾을 수 있고, 영어 프리토킹, 보일러와 전등 작동 등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현재 추진 중인 영상AI 기술도 소개했다. 이 상무는 “(로봇에게) 영상을 입력하면 얼굴과 성별, 사물 등을 확인할 수 있다”며 “영상AI 기술은 지능형 CCTV, IPTV와 스마트폰의 증강현실(AR) 콘텐츠와의 상호작용, LTE와 5G에서의 드론 시스템 등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가령 드론에 내재된 칩에 경복궁 영상을 입력하면 드론이 경복궁 위로 날아가 문건을 배달하고 돌아오는 식이다.
AI로 인한 일자리 감소 우려에 대해서는 중립적인 입장을 보였다. 그는 “감성에 기초한 예술 관련 직업은 자동화 대체 확률이 상대적으로 낮다”며 “단순히 반복적이고 정교함이 떨어지는 동작을 하거나, 사람들과 소통하는 일이 상대적으로 적은 직업은 자동화 대체 확률이 높다”고 분석했다. 인공지능 기술이 발달하더라도 문학·예술·커뮤니케이션 분야까지 침범하진 못할 것이란 얘기다.
(CNB=손정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