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경협주가 롤러코스터를 타고 있다. 1차 남북 정상회담으로 상승했다가, 트럼프 대통령의 북미 정상회담 취소로 급락했다. 2차 남북 정상회담으로 북미 정상회담 실무협상이 재개되면서 다시 상승하고 있다. 지난 26일 판문점에서 2차 남북 정상회담을 하고 있는 문재인 대통령(오른쪽)과 김정은 위원장의 모습. (사진=연합뉴스)
남북 간 해빙무드가 조성되면서 남북경협과 관련된 기업들의 주가가 천당과 지옥을 오가고 있다. 내달 12일 예정된 북미정상회담이 트럼프 대통령에 의해 취소됐을 때 급락했다가, 남북의 노력으로 실무협상이 재개되면서 급등하고 있다. 경협주의 미래는 어떻게 될까. (CNB=손정호 기자)
북미회담 기대에 경협주 훨훨
천문학적 대북경제효과 장밋빛
“과도한 거품” 우려 목소리도
북미정상회담이 다시 추진되면서 남북경협주가 급등하고 있다.
대표적인 종목은 건설과 제철업종을 꼽을 수 있다. 개성공단 재가동 등 대북사업이 확대되면 북한의 사회간접자본(SOC)과 건설 수요가 증가해 한국 기업들의 이익이 예상되기 때문.
대표적인 종목으로는 현대건설, 현대로템, 현대제철, 현대엘리베이터 등 범(凡) 현대가(家) 기업들이 꼽힌다.
현대그룹 창업자인 고(故) 정주영 회장은 1998년 소떼 방북으로 남북 민간교류의 물꼬를 텄다. 이후 현대그룹은 현대아산을 통해 남북경협을 확대했다. 투자한 자금만 2조원에 달한다.
현대그룹은 2000년 3월 ‘왕자의 난’으로 현대자동차그룹, 현대중공업그룹, 현대백화점그룹, 현대그룹, 현대해상화재보험, 현대산업개발 등으로 분리됐다. 하지만 뿌리가 같다는 점에서 여전히 대북사업의 기득권을 갖고 있다고 볼 수 있다.
특히 현대아산은 7대 대북사업권을 갖고 있다. 현대아산은 2000년 북한 노동당 외곽기구인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와 ‘개성공업지구건설운영에 관한 합의서’를 체결했다. 전력, 통신, 철도, 비행장, 임진강댐, 금강산 수자원, 명승지 관광 등 7개 사업을 30년 동안 운영할 권리를 5억 달러(약 5350억원)에 얻었다.
향후 현대아산을 보유한 현대그룹의 성장이 예상되는데, 현대아산은 비상장사라서 현대그룹의 핵심 상장사인 현대엘리베이터가 대신 주목받고 있다.
현대자동차그룹 계열사인 현대건설은 북한 경수로와 ‘평양 유경 정주영 체육관’을 건설한 경험이 있다. 국내 건설사 중 유일하게 북한에 진출했었기 때문에 앞으로 북한 경제 성장 과정에서 한 몫 할 것으로 보인다.
현대로템은 철도 전문기업으로 기대를 받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조선노동당 위원장은 1차 판문점 선언을 통해 동해선(강릉·고성·제진·금강산)과 경의선(서울·개성·평양·신의주) 철도를 연결하기로 했다.
현대제철은 현대로템과 같은 현대차그룹 계열사다. 철로의 재료인 철강을 생산해 수혜가 점쳐지고 있다.
남북경협주는 지난달 27일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의 1차 판문점 정상회담을 전후해 상승세를 보였다. 이후 대화 국면에 균열이 가면서 내리막길을 걸었다.
북한은 지난 16일 한미 공군의 연합공중훈련인 맥스 선더(Max Thunder)를 이유로 남북 고위급 회담을 연기했다. 대립이 고조되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돌연 북미정상회담 취소를 선언했었다.
그러자 북한이 담화문을 통해 유화적인 제스처를 보였고 트럼프 대통령이 이를 반갑게 받아들이면서 다시 회담 불씨가 살아났다.
결정적인 터닝 포인트는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의 2차 정상회담이었다. 지난 26일 남북 정상은 판문점에서 다시 만나 한반도 비핵화와 북미정상회담에 대한 의지를 재확인했다. 이후 미국 정부 대표단은 판문점에서 북측과 북미정상회담을 위한 실무협상을 진행했다.
이런 상황 속에서 남북경협주는 롤러코스터를 탔다.
1차 남북정상회담(4월 27일) 이후 상승하다가, 트럼프 대통령이 북미정상회담을 취소(5월 24일)하자 급락했다. 이어 2차 남북정상회담(5월 26일) 이후 다시 급등했다. 주가 그래프는 ‘N’자형이었다. ‘상승→하락→상승’ 모양새다.
현대건설은 남북정상회담 다음 거래일인 4월 30일 6만3600원으로 전일대비 1만3200원(26.19%) 상승했다. 5월 15일 7만4000원까지 올랐다가 하락하기 시작, 25일에 6만900원까지 내려갔다. 하지만 이후 줄곧 상승해 현재(31일 종가기준)는 7만3800원을 기록하고 있다.
현대로템은 4월 30일 2만6700원으로 전일보다 6150원(29.93%) 올랐다. 5월 15일 4만150원까지 치솟았다가 하락세로 반전했다. 2만8000원까지 내려갔던 주가는 현재(31일 종가기준) 3만8650원까지 올랐다.
현대제철은 4월 30일 6만600원으로 전거래일보다 6800원(12.64%) 올랐다. 5월 15일 6만6900원까지 올랐다가 이후 5만8700원까지 하락했다. 현재(31일 종가기준)는 6만1800원이다.
현대엘리베이터도 비슷하다. 4월 30일 10만4000원으로 전일보다 1만100원 올랐다. 5월 15일 12만1000원까지 상승했다가 하락하기 시작했다. 이후 다시 반등해 지금은 13만3500원을 기록하고 있다.
▲북미 정상회담이 개최될 가능성이 커지면서 남북경협주는 당분간 상승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전망이다. 과도한 기대감에서 오는 거품이 걷히면서 조정 국면이 올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지난 27일 서울시민이 TV로 2차 남북 정상회담 모습을 지켜보고 있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언제까지 승승장구?
냉·온탕을 오갔던 남북경협주의 앞날은 어떻게 될까.
전문가들은 북미정상회담 성사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에 개최 전까지 남북경협주가 상승할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 31일 현재까지 오름세가 지속되고 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CNB에 “남북경협은 1차적으로 향후 남한 경제에 연간 5조원씩 4년간 20조원 이상의 수익을 안겨줄 전망”이라며 “경협이 확대되면 우리나라 기업의 베트남 생산기지가 북한으로 이전하는 등 다양한 경제 효과가 발생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조정 국면이 올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과도한 기대감’에서 비롯된 거품이 걷힐 것이라는 예상이다.
전문가들은 북미정상회담의 성공 정도와 이후 UN의 대북 제재 해제 속도, 북한의 한국 기업 참여율 등을 주가흐름의 변수로 꼽고 있다. 이에 따라 남북경협 기업들의 성적표가 결정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중 현대아산이 보유한 대북 독점권의 실제 가치도 관심 대상이다. 신한금융투자 김윤서 연구원은 CNB에 “현대아산이 갖고 있는 대북개발 독점권이 앞으로 유효할지, 그 가치가 어느 정도일지는 향후 상황을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CNB=손정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