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악과 옛 그림 각각을 소재로 다루는 책은 많다. 하지만 이 둘을 같은 지면에 두고 나란히 소개하는 책은 드물다. 옛 그림 속에 음악이 등장하는 경우, 그림이 묘사하는 음악에 대한 이해가 있다면 좀 더 정확히 그림을 이해할 수 있다는 것이 두 저자의 설명이다. 그뿐 아니다. 그림과 음악, 두 장르를 교차하며 읽는 ‘조선’은 그 세태나 풍경, 인물, 멋에 관해 더 풍요롭고 입체적인 감각으로 다가온다.
우리가 ‘전통문화’라고 말할 때 ‘전통’이 지칭하는 시대는 조선 후기라고 책은 짚는다. 그럼에도 많은 이들이 전통을 더 오랜 것으로 감각하고 있다고 이어 덧붙인다. 전통이라는 단어를 마주할 때 느끼게 되는 막연함과 어려움도 영향이 있지 않았을까? 이 책은 전통에 관한 시간성을 음악과 그림의 공존으로 선명한 형태로 바꾸며 이 막연함을 친근함으로 바꾸는 시도를 한다.
국악과 옛 그림, 두 장르의 만남은 학계 내에서 당연한 것으로 통용되던 내용이 다른 학문의 관점에서 새롭게 교정될 수 있다는 가능성 또한 보여준다. 그리고 한국학 전공자와 국악 전공자, 가야금 연주자와 취미로 대금을 부는 국악 애호가 등 매 장마다 다채로운 정체성으로 그림과 음악, 역사와 예술을 잇는 두 저자의 이야기는 새롭고 즐겁다.
최준식, 송혜나 지음 / 2만 9500원 / 한울 펴냄 / 334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