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 경기 전망이 불투명해지면서 일부 대형사들의 합병설이 끊이지 않고 있다. 재건축을 추진 중인 서울 송파구 잠실 주공5단지 전경. (사진=연합뉴스)
국내 분양시장과 해외공사 수주에 먹구름이 끼면서 건설사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시장 상황이 녹록지않다 보니 해당기업들의 부인에도 불구하고 건설사들 간의 합병설이 끊이지 않고 있다. 어수선한 건설업계 상황을 들여다봤다. (CNB=손강훈 기자)
분양시장·해외수주 둘 다 ‘제자리’
각종규제로 재건축시장마저 ‘휘청’
안개속 시장…흉흉한 합병설 등장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강화가 지난달부터 시행되면서 부동산 시장 상황이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 아파트 가격이 지방에 이어 서울마저 하락세로 돌아섰으며, 거래량도 크게 줄어들고 있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 4월 서울 아파트 거래량(신고건수 기준)은 총 5859건으로 3월 1만3895건과 비교해 절반에도 못 미쳤다. 재건축 영향으로 집값 상승을 이끌었던 강남구와 서초구, 송파구의 거래량은 3월의 3분의 1 수준을 기록했다.
이는 재건축 아파트 가격 하락으로 이어졌다. 부동산 114에 따르면 4월 마지막주 서울 아파트값은 전주보다 0.06% 올랐지만 재건축 아파트값은 0.03% 떨어졌다. 작년 9월 첫째주 이후 33주 만의 일이다.
이에 건설업계의 걱정이 커지고 있다. 건설사가 믿고 있는 최후의 보루인 ‘서울’의 부동산이 침체될 경우, 분양시장 자체가 흔들릴 수 있기 때문이다.
서울은 교육, 상업, 문화시설이 몰려있어 수요는 높은 반면, 공급은 재건축을 중심으로 한정돼 분양흥행이 보장돼왔다. 특히 ‘분양가상한제’ 시행으로 새 아파트를 주변 시세보다 싸게 살 수 있다는 ‘로또청약’ 열풍은 서울 지역 신규 분양에 사람들을 몰리게 했고, 회사의 분양수입에 긍정적 영향을 줬다는 점에서 재건축 시장의 약세는 건설사들을 긴장시키고 있다.
더구나 수익의 또 다른 축인 해외수주도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해외건설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해외건설 사업 수주액은 123억달러로, 2005년 이후 최저 수준의 수주액을 기록한 작년 같은 기간(122억달러)과 비슷한 수준이다.
중동 산유국들은 수년간 이어진 저유가 기조로 인해 수입에 타격을 입었다는 이유로 올해 국제유가가 오르고 있음에도 발주를 줄이고 있다. 금융조달 능력을 중시하는 분위기와 원화 강세로 인한 가격 경쟁력 약화 등도 해외수주에 부정적이다.
지난 3년간 유지됐던 국내 분양시장 호황의 영향으로 올해 실적부터 큰 타격을 받지는 않을 것이란 예상이 우세하지만, 당장 내년에 대한 걱정은 상당하다.
▲현대건설과 현대엔지니어링, 삼성물산과 삼성엔지니어링은 당사자들의 부인에도 합병설에 시달리고 있다. (왼쪽부터)현대건설 계동 사옥과 삼성엔지니어링 강동 사옥. (사진=CNB포토뱅크, 삼성엔지니어링)
당사자 부인에도 합병설 ‘솔솔’
이러다보니 대형건설사들 간의 합병설이 고개를 들고 있다. 불황타계를 위한 합종연횡으로 보는 시각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증권가를 중심으로 회자되고 있는 ‘현대건설·현대엔지니어링’, ‘삼성물산·삼성엔지니어링’의 합병 시나리오다.
현대자동차그룹에 속한 현대건설과 현대엔지니어링 간의 합병은 중복된 사업을 정리하는 동시에 삼성물산을 제치고 시공능력평가 1위로 도약할 수 있는 기회가 된다. 각각 건축·주택 부문과 화공·전력·플랜트 부문에 강점을 갖고 있어 합병 시 시너지가 기대되고 있다.
삼성물산과 삼성엔지니어링은 사업 효율화에 방점을 찍을 수 있다. 전자와 바이오 부문에 집중하려는 삼성 입장에서 성장성과 수익성에서 한계를 보이는 건설부문은 교통정리가 필요할 수 있다.
다만 실제로 합병이 성사될 지는 미지수다. 현대건설, 삼성물산 등 당사자들이 적극적으로 합병설을 부인하고 있는데다가, 지배구조 개편과 구조조정 등 여러 문제가 얽혀있기 때문이다.
현대건설과 현대엔지니어링 합병은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를 위한 자금마련 수단으로, 삼성물산과 삼성엔지니어링 합병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지배구조를 단순화하기 위한 측면이 내재돼 있다.
앞서 2016년 진행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이 총수일가의 경영권 승계 작업의 수단으로 활용됐다는 비판을 받은 바 있는 만큼, 이번에도 따가운 시선을 감수하면서까지 합병을 진행하겠느냐는 회의론이 우세하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CNB와 통화에서 “현대건설-현대엔지니어링 합병과 관련해 전혀 논의된 바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실현 가능성이 낮음에도 합병설이 지속되는 것은 그만큼 건설업계 사정이 좋지 않기 때문이다. 수익 악화에 대한 걱정이 여러 얘기를 낳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건설업계 관계자는 CNB에 “불투명한 실적 전망에 따라 회사들이 사업 효율화에 대해 고민하고 있는 분위기”라며 ”이런 상황이 지배구조 개편 이슈와 맞물리면서 합병설을 키우고 있는 모양새“라고 말했다.
(CNB=손강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