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은 지금 ‘언어가 낳는 폭력’에 그 어느 때보다 관심이 높다. 갑질 문화, 성차별 문제, 가정 및 집단 폭력 등 사회적 갈등의 온상이 언어폭력에 담겨 있다. 이 가운데 저자는 “30년 동안 전 세게 60여 개국을 다니며, 분쟁과 갈등 위기 속에 놓인 사람들을 만나 그들의 고통과 상처에 귀 기울이며 그 아픔의 원인이 사회 구조와 권력 관계, 그리고 그 속에 쓰이고 있는 언어에 공통적인 원인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고 말한다.
이 책은 저자가 주창한 ‘비폭력대화’에 관한 이야기다. 그러나 비폭력대화 그 자체에 초점을 맞추지 않고, 비폭력대화를 통해 실천하고자 하는 말과 대화, 인간관계의 본질에 대해 우리가 몰랐거나 놓치고 있었던 생각들을 다시 짚어보는 데 중점을 뒀다.
먼저 1장은 ‘감정’의 중요성과 우리가 직면하지 못했던 다양한 감정의 이면을 살펴본다. 대부분 자신의 감정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머릿속에 주입된 사고방식을 통해 드러내는 즉각적이고 부정적인 반응은 결국 자기 자신의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게 한다. 2장은 ‘욕구’에 대한 기존의 부정적인 관점을 재정립하고, 욕구는 ‘삶을 털어놓는 것’이라는 사실을 일깨운다.
3장부터 본격적으로 ‘상처 주지 않는 대화(비폭력대화)’에 필요한 자세를 살펴본다. 서로 충분히 이해 가능한 감정과 욕구에 귀 기울이는 ‘진정한 공감’에서 이뤄지는 대화가 관계의 회복과 발전에 미치는 영향력을 보여준다. 4장과 5장은 각각 남녀의 관계, 부모와 자식 간의 관계에서 필요한 대화의 자세를 이야기한다. 저자는 “우리가 서로를 ‘온전한 한 인간’으로서 인정하고 존중함으로써 각자가 독립된 존재로서의 자존감을 가질 수 있으며 이를 통해 자유롭게 결정하고 이를 책임지는 법까지 알게 된다”고 말한다.
6장은 ‘선과 악의 경계를 묻다’를 주제로, 한 개인의 일탈이 단순히 ‘그가 악하기 때문에’ 벌어진 것인지, 일탈의 원인이 되는 욕구와 고장난 감정들을 상식적으로 절대 이해할 수 없는 것인지 생각해 봐야 할 시사점들을 던져준다. 마지막 7장은 저자가 ‘비폭력대화’를 왜 주창했으며, 전 세계적으로 비폭력대화가 화해와 용서의 도구로 인정받고 있는 이유가 무엇인지 보여준다. 저자는 마지막 장을 통해 “우리 자신과 일상 영역의 범위에서 매일 사용하는 언어와 사고에 깃들어 있는 폭력으로부터 벗어나는 것이 우리의 첫 번째 과제다. 그리고 인간을 조건화하고 삶에서부터 물리쳐야 하는 불행을 양산하는 권력 구조를 변화시키는 것이 두 번째 과제”라고 강조한다.
마셜 B. 로젠버그·가브리엘레 자일스 지음, 강영옥 옮김 / 1만 3500원 / 파우제 펴냄 / 224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