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스트푸드점 가맹주들은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인건비 부담으로 무인화 기기 도입을 선호하고 있다. 맥도날드 안에 설치된 키오스크. (사진=김주경 기자)
식당·마트·편의점 등 유통업계를 중심으로 ‘무인화’ 바람이 불고 있다. 최저임금 인상의 여파로 인건비를 줄이려는 추세와 자동화 트렌드가 맞물리면서 사람의 설자리가 좁혀지고 있다. CNB가 확 달라진 현장 분위기와 앞으로의 전망을 들여다봤다. (CNB=김주경 기자)
모바일앱·AI 활용한 무인점포 열풍
햄버거가게·편의점·커피숍 진화 중
“사람일자리 기계가 빼앗아” 우려도
유통서비스가 진화하고 있다. 인공지능(AI), 모바일, 빅데이터 등 첨단기술이 진일보하면서 무인점포가 생겨나기 시작하는 등 판매 방식이 변하고 있다.
패스트푸드와 편의점, 프렌차이즈 커피 등 서비스 업종을 중심으로 인력을 대체할 챗봇(인공지능 대화형 로봇)과 키오스크(공공장소에 설치된 무인단말기) 등이 등장하고 있다.
패스트푸드 업계는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력운영에 부담을 느낀 업주들이 무인 주문기를 설치하는 사례가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업계 특성 상 24시간 운영되는 경우가 많아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기기도입을 선호하는 가맹주들이 늘고 있다.
맥도날드는 430개 매장 중 200여 개에 키오스크를 설치했다. 바쁜 점심시간에는 기기를 통한 주문만 받는 매장도 있다. 롯데리아도 1350곳 매장 중 700곳에서 단말기를 들였다. 롯데리아 매장 내 무인기를 통한 주문율은 절반을 넘어섰다.
롯데리아측 관계자는 CNB에 “기계값이 다소 비싸 비용이 부담되지만 장기적으로 1대당 약 1.5명의 인건비 절감효과가 발생해 가맹점주들의 문의가 많다”며 “고객이 몰리는 바쁜 시간 대에는 일손 부담을 덜 수 있고, 점포 회전율이 높아져 매출이 오르는 등 이점이 더 많아 연내 모든 매장에 도입한다는 목표를 세웠다”고 말했다.
▲무인기기 도입이 유통업계 전반으로 확대되고 있다. 무인화 편의점인 ‘이마트24 조선호텔점’. (사진=이마트24 제공)
편의점 밤 근무는 로봇이
편의점 역시 무인화 대열에 뛰어들었다. 편의점의 경우 최저임금 인상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24시간 상시 운영되는 매장이 많은데다가 시급 인상으로 인해 무인기계 도입을 문의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이 중 이마트24가 가장 적극적이다. 현재 직영점 5곳에 무인 시스템을 도입했다. 전주교대점은 24시간 운영하며, 성수백영점·장안메트로점은 오후 11시부터 다음날 오전 6시까지, 서울조선호텔점은 호텔 영업시간인 오전 7시반~오후 8시반까지 문을 연다. 매장 입구 단말기에 신용카드를 대고 인증 받은 뒤 안에 들어가 물건을 고른 후 셀프 계산대에서 결제하는 식이다. 올 상반기 중 두세 군데 추가로 확대할 계획이다.
GS리테일이 운영하는 편의점 GS25는 빅데이터와 인공지능(AI) 등 첨단기술을 결합한 미래형점포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다. 지난해 KT와 손잡고 미래형 스마트 편의점 개발을 위한 공동연구에 들어갔다. 전국 1만 2천여개 가맹점에 ‘GS25 챗봇지니’를 도입했다.
이 서비스를 이용하려는 고객은 카카오톡에서 ‘GS25 챗봇지니’와 친구를 맺은 뒤, 인증절차를 거친 다음 궁금한 내용을 문자로 입력하면 답변을 받을 수 있다. GS리테일 관계자는 CNB에 “특정방식의 플래그십 점포를 내놓기보다 운영 효율성에 주안점을 뒀다”이라고 설명했다.
세븐일레븐은 지난해 5월 잠실 롯데월드타워에 ‘시그니처’ 무인형 편의점을 선보인 데 이어 이달 초 서울 중구 롯데손해보험빌딩에 2호점을 오픈했다. 시그니처 시스템은 무인계산대가 제품 바코드와 고객 손의 정맥을 인식해 결제가 이뤄지는 방식이다. 사전등록을 해야 하는 불편함이 있지만 한번 등록으로 간편하게 이용할 수 있다.
CU는 SKT와 손잡고 무인점포 개발을 진행 중이다. 올 상반기 내 테스트 점포를 오픈할 계획이다.
농협은 IoT(사물인터넷시스템)를 접목한 ‘고기 자판기’를 내놨다. 이 기기는 생고기, 양념고기 등을 소단위로 진공 포장해 판매하며, 사람 없이도 스스로 신선도를 관리한다.
▲농협중앙회 본사에서 김병원 회장이 직접 무인화기기를 체험해보고 있다. (사진=농협중앙회 제공)
대형커피점, 앱 활용한 사전주문
커피프랜차이즈 기업들도 디지털 시스템을 도입해 인력을 줄이고 있다.
스타벅스코리아는 지난 2014년 5월 ‘사이렌 오더(앱을 이용한 선주문)’를 선보인 이후 편의성이 높아 대학생과 오피스족을 중심으로 고객 이용률이 꾸준히 늘고 있다. 사이렌 오더 일일 평균 이용 건수는 약 6만건 정도로 전체 주문의 13% 가량을 차지하고 있다.
스타벅스는 공항 라운지와 스키장 등의 자사 매장에 커피머신과 무인결제기를 결합한 형태의 ‘간이 카페’를 향후 5년간 500개 설치할 계획이다.
스타벅스 관계자는 CNB에 “각종 업무로 바쁜 직장인이나 모바일에 익숙한 대학생들을 위해 당분간은 사이렌 오더에 집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밖에도 커피 브랜드 ‘달콤커피’는 지난달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에 국내 커피업계 최초로 무인 로봇카페 ‘비트’를 선보였다. 모바일 앱이나 부스에 설치된 키오스크(무인자판기)로 음료를 주문하면 머신을 작동해 커피를 내리고, 픽업 공간으로 옮겨준다.
해외에서도 무인화 열풍이 거세다. 미국 해외직구 사이트 아마존은 최근 시애틀 본사에 업계 처음으로 인공지능 무인 식료품 매장 ‘아마존 고’를 오픈했다. 고객이 매장에 들어갈 때 ‘아마존 고’ 앱을 실행해 물건을 들고 나오면 매장 안에 설치된 3D 카메라 센서와 인공지능 딥러닝 알고리즘이 스스로 감지해 자동으로 결제된다.
일본 5대 편의점은 2025년까지 5만개 점포에 무인 시스템을 설치하겠다는 계획을 밝혔으며, 중국도 알리페이 등 휴대폰 간편결제 서비스를 이용한 무인편의점이 퍼지고 있다.
이처럼 세계적으로 무인 열풍이 부는 것은 인건비 부담을 줄이면서 비대면을 선호하는 소비 트렌드에 부응하려는 ‘두마리 토끼’ 잡기 전략으로 해석된다.
▲‘롯데리아 서울역점’에서 무인기기로 주문하고 있는 한 고객. (사진=김주경 기자)
하지만 ‘100% 무인화’가 정착되기까지는 다소 시일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현재 시범운영 중인 무인점포들의 경우 상품 진열이나 매장 정리 등의 업무에는 직원이 투입돼 처리하고 있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CNB에 “유통 분야가 서비스 업종이라서 소비자 인식이 바뀌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며 “기술적으로도 아직 해결해야 할 부분들이 많아 상용화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무인화 확대에 따른 우려의 시선도 존재한다. 사회적 취약계층의 일자리 축소를 가져오는 등 각종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는 것. 권순원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는 “무인화 추세는 양면성을 따질 필요가 있다”며 “노동시장의 취약계층들이 일자리를 잃게 될 것이란 우려가 제기되는 상황이므로 이를 보완할 시스템 구축을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CNB=김주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