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백화점 영등포점 내 롯데갤러리서 25일까지 열린 ‘프롬 벡터(From Vector)’ 전 전경. 롯데백화점은 전국 10개 점포에서 갤러리를 운영하고 있다. (사진=선명규 기자)
롯데백화점 쇼핑공간이 문화예술공간으로 거듭나고 있다. 전국 10개 점포에 마련한 롯데갤러리를 통해 기성·신진작가들의 작품을 조화롭게 선보이며 방문객과 소통하고 있다. 무료 관람이지만 전시의 수준이 뛰어나 호응이 크다. 최근에도 홍지윤, 김충재X이덕형 등 각 영역에서 두터운 팬층을 보유한 작가들의 특색 있는 전시가 열렸다. (CNB=선명규 기자)
10개 롯데갤러리 ‘문화 허브’ 우뚝
매달 다른 기획전 선보여 ‘눈호강’
유명작가 작품들 ‘쇼핑과 예술’ 만남
실물인 듯 그림 같은 의자, 패턴의 규칙성을 교묘하게 비틀어 생동하듯 보이는 물방울. 지난 22일 롯데백화점 영등포점 갤러리서 열린 김충재, 이덕형의 2인전 ‘프롬 벡터(From Vector)’ 현장에는 호기심을 자극하는 작품들이 즐비했다.
제품디자이너 김충재의 등받이가 엇갈린 ‘커플 의자’는 정면에선 평면으로 인식되고, 시선을 비스듬히 옮겨서야 비로소 입체적인 실사로 튀어나왔다. “평면에서 기본적인 조형요소들을 구성하고, 그 요소가 입체가 되는 것과 반대로 입체가 평면이 되는 것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한다”는 그의 작업 지론에 고개가 끄덕여졌다.
물방울을 모티프로 인간의 여러 모습을 들여다본 로고디자이너 이덕형의 작품도 인상 깊다. 올챙이처럼 머리와 꼬리가 둥글고 뾰족한 물방울이 촘촘히 모여 들어찬 숨을 나타내고, 큼직한 몇 개의 물방울이 완만한 원을 이뤄 날숨을 표현한 두 작품이 연신 눈을 붙든다.
▲김충재 작가의 '커플 의자'(사진 위)와 잔뜩 들어찬 숨(사진 아래 오른쪽)과 날숨 을 표현한 이덕형 작가의 작품. (선명규 기자)
MBC ‘나 혼자 산다’에 출연해 ‘미대오빠’로 유명세를 탄 김충재와 혁오, 빈지노 등 아티스트와의 협업에서 감각적인 그래픽을 선보여온 이덕형의 만남만으로도 화제를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했다.
롯데갤러리 영등포점 관계자는 “아티스트톡(작가와의 대화)에 200여명이 참석할 정도로 이번 전시에 대한 관심이 컸다”고 말했다.
잠실점에서 진행 중인 일러스트레이터 신모래의 ‘로망스’전도 젊은 관람객들의 발길을 이끌고 있다.
신 작가는 특유의 ‘핑크빛 감성’으로 소셜미디어에서 이미 핫한 인물. 이번 전시에서도 ‘달달하지만은 않은 연인들의 이야기’를 핑크빛으로 풀어낸다. 백미는 대비의 묘미. 전시장에 들어서면, 시선을 압도하는 강렬한 색감과 이와 대조를 이루는 차분한 선율이 뒤엉키며 전체적인 전시톤의 균형이 맞춰진다. 이 전시는 이별 후에 되짚어 본 연애담을 20여점의 작품을 통해 풀어내고 있는데, 작가 이름처럼 백사장에 새겨졌다 금세 파도에 씻기는 ‘찰나의 사랑’의 허탈함이 묻어난다.
▲잠실점 롯데갤러리서 열리고 있는 신모래 작가의 '로망스'전은 강렬한 핑크와 서정 적인 음악이 부조화 속 조화를 이룬다. (사진=선명규 기자)
실력과 개성으로 무장한 작가들의 작품을 롯데갤러리에서는 관람료 없이 만나볼 수 있다. 롯데백화점은 기성·신진작가들의 무대인 이곳을 영등포점, 잠실점 등을 비롯한 전국 10개 점포에서 운영 중이다. 계절이나 올림픽 같은 연간 이슈 등을 사전 고려해 다달이 전시를 기획해 내놓는 신선함이 특징. 밸런타인데이가 있는 2월에 사랑을 다루는 신모래 작가의 전시를 연 것도 같은 맥락이다. 3~4월에는 봄에 어울릴만한, 오는 6월에는 월드컵에 맞춘 전시를 준비하고 있다.
4년 전 개관한 잠실 롯데 애비뉴엘 내 ‘아트홀’은 기존 갤러리에서 한층 진일보 했다. 일단 규모가 330㎡(약 100평)으로 크다. 웬만한 사설 미술관 못지않은 외형을 갖춰 관록 있는 작가, 대형 기획 전시를 유치하기에 좋다. 여러 작가의 합동전, 해외 유명 작가의 전시가 자주 열리는 이유다. 스페인 출신 화가 에바 알머슨과 작가로 깜짝 변신한 가수 박효신이 이곳에서 개인전을 개최하기도 했다.
최근에는 퓨전동양화가 홍지윤이 아트홀을 화려하고 소담한 꽃의 향연으로 수놓았다. 자신의 아이콘인 꽃을 내세운 ‘별빛, 달빛, 눈빛’ 전시를 통해 수묵화와 채색화 등으로 표현된 현대적 동양화의 정수를 여실히 드러냈다. 지난 25일 아트홀에서 막 내린 홍 작가의 개인전은 다음달 4일부터 롯데갤러리 영등포점으로 자리를 옮겨 진행될 예정이다.
▲잠실 롯데백화점 에비뉴엘 내 아트홀에서 열린 홍지윤 작가의 ‘별빛, 달빛, 눈빛 ’전. (사진=선명규 기자)
롯데갤러리를 찾은 관람객들에게서 흔히 볼 수 있는 소품은 손에 들린 종이 쇼핑백이나 장바구니다. 백화점에서 필요한 물품을 구매한 뒤 자연스레 갤러리로 발걸음을 옮기는 이들이 많기 때문이다.
롯데갤러리 잠실점을 자주 찾는다는 주부 박이윤 씨(39)는 “쇼핑도 하고 미술작품을 관람할 수 있어 일석이조”라며 “무료(無料)가 무색할 만큼 작품들의 수준이 뛰어나 매번 감탄한다”고 말했다.
(CNB=선명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