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장에 들어서면 설렘과 동시에 긴장이 시작된다. 곧 스트레스가 찾아올 것 같다는 불안감. 그리고 이 불안감은 ‘관크족’에서 비롯된다.
관크족은 관객과 크리티컬(critical)의 합성어다. 공연 관람에 불편을 주는 사람들을 비꼬아서 쓰는 신조어로 흔히 쓰인다. 관크족은 공연이 본격적으로 시작되기 전부터 활동(?)을 시작한다. 공연 시작 전 가장 많이 들리는 소리가 “커튼콜 포함한 모든 사진 촬영 금지하고 있습니다.” 공연은 무대 세팅까지 저작권이 반영되기에 사전 협의 없는 사진 촬영을 엄격히 금지하고 있다. 언론 초청 공식 프레스콜에서도 하이라이트 장면만 선보이는 경우가 있는데, 공연 저작권 문제로 동영상 기사 노출 시간이 2~3분 등으로 제한되기도 한다.
이런 민감한 공연 저작권이 지켜지지 않는 경우가 허다하다. 공연을 관람하러 온 추억을 남기고 싶어 제지에도 불구하고 공연장 사진을 찍는 사람들을 흔히 볼 수 있다. “남들도 다 찍는다”며 별 문제가 없다는 식이다. 음원 저작권, 영화 저작권, 이미지 사용 저작권 등은 엄격히 다뤄지는데 공연 저작권은 유독 그 중요성이 간과되는 것. 그래서 공연장이 아닌 로비에 기념 사진을 찍을 수 있는 포토존이 흔히 마련돼 있지만, 공연장 내에서 사진 찍는 소리는 멈추지 않는다. 이에 “사진 촬영이 금지돼 있다”는 공연장 직원들의 애처로운 목소리도 계속해서 울려퍼진다.
공연이 시작되고 나서도 관크족의 활동은 계속된다. 공연 중 핸드폰 사용을 금할 것을 간곡히 부탁하는 멘트가 흘러나와도 도중에 전화를 받거나, 핸드폰을 확인해 다른 관객들의 공연 관람을 방해할 때가 있다. 관련해 “연기 몰입에 방해를 받는다”는 배우들의 하소연도 익히 들은 바 있다. 핸드폰 사용 뿐 아니라 “음식 섭취가 제한돼 있음에도 도중에 음식을 꺼내 나눠먹어 불편함을 느꼈다”는 관람객들의 후기도 허다하다.
관크족의 활동이 계속되는 건 이런 행동들을 특별히 규제할 수 있는 제도가 없기 때문. 개인의 양심과 시민의식, 매너에 의존하기에 불편해도 그저 감내해야 하는 현실이다. 하지만 외국의 경우 다르다. 미국은 공연 중 벨 소리가 울리면 최대 50달러 벌금을 매기고, 일본은 전파 차단기를 설치해 공연 시간 내에는 핸드폰을 사용할 수 없게끔 규제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2000년대 초 공연장 등에 전파 차단기 설치를 위한 시도가 예술의전당과 세종문화회관에서 이뤄지기도 했으나, 통신의 자유를 이유로 무산된 바 있다. 통신의 자유가 중요하다면 공연을 쾌적한 환경에서 볼 수 있는 권리도 그만큼 중요하지 않을까.
영화 ‘킹스맨’에서 “매너가 사람을 만든다”고 했다. 특히 한국은 동방예의지국으로 이야기되며, 타인에 대한 배려와 매너를 중요시한다. 하지만 개인의 양심에 기대는 데에 한계가 있는 실정이다. 얼굴 찌푸리지 않고 모두 편안한 마음으로 공연을 즐길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공연 저작권에 대한 올바른 인식 또한 지킬 수 있는 최소한의 규제는 필요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