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각장애 아동들이 미술 수업을 한다? 게다가 코끼리를 실제로 만져 보고 그 느낌과 경험을 이미지로 만든다? 코끼리를 만나러 태국까지 간다? ‘코끼리 만지기’와 ‘코끼리 걷는다’로 이뤄진 코끼리 프로젝트를 두고 사람들은 어떤 반응을 보일까? 놀랍고 신기하고 재미있는 발상이라는 반응부터, 꼭 그렇게까지 해야 하느냐는 회의적인 반응, 황당하고 쓸데없는 짓이라는 부정적인 반응까지 다양하다.
이 모든 소란은 이 책의 저자인 한 화가의 질문에서 시작된다. 이 질문은 보이지 않는 세계와 만나 더욱 다채로운 빛을 띤다. 저자는 “질문(質問)을 한자 어원대로 풀어 보면 귀한 것(조가비)을 얻기 위해서 반드시 통과해야 하는 문이란 뜻이라고 한다”며 “앞이 안 보이는 아이들과 미술 작업을 하면서 나는 사소한 것에 대해서도 궁금해 하고 감탄하는 이들의 보는 방식과 그들이 던지는 질문들이 정말 좋았다”고 고백한다.
‘본다는 것은 무엇인가’라는 의문을 품고 저자의 질문 여행. 이 가운데 저자는 앞이 잘 보이는 사람이든, 희미하게 보이는 사람이든,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사람이든 누구나 자신이 할 수 있는 방식으로 자신을 표현하고 싶어 하며, 그 마음은 어떤 상황에서도 다르지 않다는 것을 발견한다. 그리고 “너와 내가 구별되는 것은 ‘보는 것’이 다르기 때문”이라고 이 책은 말한다. 즉 내가 보는 풍경, 내가 보는 것들의 총합이 바로 나 자신이라는 것. 자신이 누구이고, 무엇을 원하며, 어떻게 살아가고자 하는지 스스로 이해하는 과정이 가장 필요함을 강조한다.
엄정순 지음 / 1만 원 / 샘터 펴냄 / 208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