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들 얘기하는 소싯적에 자신만의 꿈을 꾸지 않은 사람이 어디 있을까? 어릴 적 문학청년의 성장통을 고스란히 뒤로 감춘 채 사회적으로 인정받는 직업의 길로 들어섰던 저자의 인생 궤적도 이와 다르지 않다.
자타가 인정하던 문학청년의 잠재력을 소위 출셋길이 보장된 고시와 공직 생활로 가둬 왔던 저자는, 공직을 은퇴하고 인생 2막을 시작하면서 자신의 숨겨 둔 잠재력을 다시 발현해 보려고 한다. 저자는 “내가 지금 시를 쓰는 것은 가지 않은 길에 들어서서 한참을 망설이다가 낯선 길을 찾아 나선 것이다. 어떤 훈련도 받지 않고 선무당처럼 춤을 춰 본 것이다. 자신도 없고 확신도 없이 쓴 것들이다. 그래서 독자들에게 먼저 용서를 구한다”는 고백으로 시 쓰기를 시작한다.
바쁘게 지내 온 인생 1막을 뒤로 한 채 새로이 시작하는 인생 2막은 헛되이 보내고 싶지 않은 까닭에 써 내려간 시들은 그만큼 일상의 언어로 아주 쉽게 접근해 온다. 하지만 그 관심사는 개인의 삶과 함께 지역적, 사회적, 세계적 관점에까지 폭 넓게 펼쳐져 있다. “하이쿠처럼 독자의 폐부를 찌르지는 못할지라도 솔직한 심정으로 못다 한 사연을 얘기하고 싶었다. 그리고 더 무능해지기 전에 시집으로 엮어 내 보고 싶었다”는 저자의 고백이 와닿는 지점이다.
이병길 지음 / 1만 1000원 / 삼인행 펴냄 / 160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