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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천만 영화 '신과함께'의 허점, 용서해도 될까?(※스포일러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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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윤지원기자 |  2018.01.15 20:23:33

▲영화 '신과함께-죄와 벌'의 한 장면. (사진 = 영화 홍보용 스틸)

지난 12월 20일 개봉한 한국영화 '신과함께-죄와 벌'이 기세 등등하다. 이 영화는 1월 14일까지 관객 1284만 명 이상을 동원하고 역대 한국 박스오피스 6위에 올랐다. 

영화진흥위원회 입장권 통합전산망 집계에 따르면, '신과함께'는 1월 15일 현재 어지간한 개봉예정작에 크게 밀리지 않는 높은 예매율도 유지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 영화가 최소 2주 이상의 롱런이 예상되며, 이번 주 내에 1300만 명을 돌파하는 것은 물론 최종 스코어 1400만 명도 무난히 넘겨 '명량'(1761만 명)에 이어 역대 박스오피스 2위에 안착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신과함께'의 이런 흥행은 어떻게 가능했던 것일까? 새해에 들어서면서 이 영화가 천만 관객을 돌파하자 한 여론조사기관이 관객에게 이 영화의 흥행요인 7가지를 묻는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그런데 이 설문조사는 '신과함께'의 흥행요인이 무엇이었다고 생각하냐고 물으면서 선택 항목을 배우 연기, 스토리, CG 등 두루뭉술한 항목들만 내놓은 수준 이하의 설문이었다. 이런 질문은 영화의 구체적인 흥행요인을 분석하는 데  아무런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런데 이 내용을 보도한 기사에 달린 네티즌 댓글들에서는 해당 설문조사에 없던 8번째 항목을 자유롭게 적으며 이를 가장 큰 흥행요인으로 꼽았던 것이 눈에 띈다. 네티즌이 가장 많이 꼽은 8번째 요인은 '스크린 독과점' 또는 '물량 공세' 등이었다. 

▲영화 '신과함께-죄와 벌'의 출연진. 왼쪽부터 김향기(덕춘 역), 차태현(김자홍 역), 주지훈(해원맥 역). (사진 = 영화 홍보용 스틸)


좋은 이야기로 흥행한 것 맞나?

'신과함께'는 개봉 첫 주말에 이어진 크리스마스, 전국 스크린의 30.4%에 해당하는 1912개 스크린에서 상영되었다. 전날인 크리스마스 이브에는 하루동안 1887개 스크린에서 8801회나 상영되었다. 이날 상영된 모든 영화의 상영회수 중 46.7%에 해당하는 회수였다. 이 날 대한민국 전역에서 언제 어떤 극장을 찾아가던지 절반은 '신과함께'를 상영하고 있었다는 뜻이다.

스크린 및 상영 독과점은 관객 증가에 큰 영향을 끼치는 요소임은 분명하다. 하지만, 지난 여름 개봉했던 김수현 주연의 '리얼'처럼, 배급사의 노골적인 밀어주기가 있더라도 못 만든 영화, 재미없는 영화의 흥행은 금방 바닥으로 떨어지기 마련이다. 따라서, '신과함께'의 폭발적인 흥행에 스크린 독과점의 영향이 크긴 했어도, 그것이 유일한 흥행요인이었던 것은 아니다.

엄청난 흥행작인데도 관객의 호불호는 극명하게 갈리고 있다. 기자 및 평론가의 평점은 10점 만점에 6점 전후다. 관객 평점도 각 포털 및 게시판마다 7점대 초반에서 8점 정도의 분포를 나타내고 있는데, 흥행 성적에 비하면 부끄러울 점수다. 

스타 캐스팅과 기술적 완성도 등 뚜렷한 흥행요인은 대부분 200억이 넘는 제작비로 설명이 된다. 반면, 이야기의 측면에서의 단점은 흥행했다는 이유로 가려지기 쉽다. 따라서, 별점에 딸린 한 줄 평가는 좋았다는 의견이 더 많지만, 흥행 분석에 더 의미 있는 의견은 이런 단점을 구체적으로 꼬집는 의견이다.

▲인기 웹툰으로 연재됐던 주호민 작가의 만화 '신과 함께' 출판본. (사진 = 예스24)

▲상상으로만 존재하는 사후세계를 시각적으로 표현한 컴퓨터그래픽 및 완성도는 흥행에 기여할 요소지만, 이는 많은 제작비로 설명할 수 있는 요인이다. (사진 = 영화 홍보용 스틸)


긴 원작을 2시간 영화 호흡으로 각색하기

'신과함께'는 주로 불교에서 제시하는 지옥 및 사후세계를 그린다. 망자(亡者)는 각 지옥을 돌며 이승에서 쌓은 여러 종류의 죄(업보)를 하나씩 평가받는다. 끝까지 벌 받아 마땅한 업보가 없다면 환생을 하고, 업보가 있는 경우 해당 지옥에서 형벌을 받으며 이를 씻어야 한다. 

죄에 따라 형벌을 받는 기간이 엄청나게 길어질 수는 있지만, '신과함께'에 나타난 사후세계에서 대부분 망자는 그곳에 영원히 머물지 않고, 다음 환생을 위한 준비를 마칠 때까지 임시로 거쳐 간다. 그리고 그 사후세계를 관장하는 것은 염라대왕을 비롯한 여러 '신'이다.

영화는 갓 죽은 주인공이 이 재판을 받는 49일간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주인공의 죄를 돌아보는 각 재판 단계는 '신과함께'의 이야기를 굴러가게 하는 주된 장치가 된다. 즉, 재판이 진행될수록 주인공의 스토리는 기-승-전-결로 변화하고, 각 단계에서 무죄 판결을 받을 수 있는지가 스토리의 긴장을 만들고 유지한다. 

2시간 전후로 끝나야 하는 장편영화의 이야기 호흡은, 여러 달에 걸쳐 조금씩 연재되는 원작 웹툰에 비하면 바쁘고 여유가 없다. 7단계의 지옥을 2시간 만에 지나가야 하고, 이승에서 벌어지는 별도의 이야기도 동시에 진행시켜야 한다. 각 단계의 지옥을 자세히 묘사할 시간도 없고, 그랬다간 자칫하다가 이야기에 대한 집중력을 분산시킬 수도 있다. 

그래서 영화는 원작에 비해 각 지옥의 역할과 의미에 대한 설명은 대폭 축소되고, 대신 화려한 CG를 통해 시각적으로만 묘사했다. CG의 완성도에 대해서는 논란의 여지가 있지만, 이야기를 빨리 진행시키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을 것이다. 

▲'신과함께-죄와 벌'의 출연진. 하정우(맨 왼쪽, 강림 역) 같은 흥행 보증수표의 캐스팅이 바탕이 되어 흥행에 성공했으나, 이야기의 단점이 가려지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사진 = 영화 홍보용 스틸)


지옥은 절대로 엄격해야 하거늘

영화 주인공은 원작 웹툰과 달리 남의 목숨을 구하고 자신을 희생한 소방관으로 설정됐다. 그래서 처음에는 환생은 떼놓은 당상인 듯 여겨진 '정의로운 망자'의 지위를 가졌으나, 재판을 거치는 동안 생각지도 못한 죄들이 드러나며 그 도덕적 지위가 위협을 받고, 나아가 그의 주변 캐릭터들의 신변까지 위태로운 상황에 부닥친다. 전형적인 '추락의 서사' 구조에 익숙한 스릴러의 장치를 도입해서 영화 관객의 집중력을 유지하는 각색 전략으로, 이는 나름 성공적이었던 것으로 평가할 수 있겠다. 하지만 이는 이야기의 '틀'을 선택한 것일 뿐, 그렇게 바뀐 영화 '신과함께'의 이야기가 과연 잘 만들어진 이야기인지는 의문이다.

우선, 주인공이 의인으로 평가받는 것은 소방관이라는 직업에 충실했던 것에 불과해 보이는 데 비해, 그가 지은 결정적인 죄는 일반인의 상식에서 지옥 불에 떨어져야 마땅한 패륜으로 보인다. 하지만 그의 죄는 '용서했다'는 피해자의 한마디로 용서받고, 영화는 해피엔딩으로 끝난다.

인간이 관장하는 이승은 완벽하지 못하다. 그래서 억울한 피해자들이 생긴다. 반면 사후세계는 절대적인 세계다. 특히, 생전에 짓는 모든 죄가 반드시 그에 합당한 대가를 치른다는 절대적인 윤리관이 반영된 것이 지옥이다. 신이 관장하는 지옥은 이승의 그 어떤 사법기관보다도 엄격해야 한다. 심지어 이 영화엔 '죄와 벌'이라는 부제가 붙었다. 인간 따위의 감정적인 호소로 죄가 무마되는 결말만큼은 반드시 피했어야 했다.

하지만 영화 '신과함께'에서는 그의 패륜에 나름의 이유가 있다며 선처를 구하고, 또 피해 당사자의 용서 덕분에 죄가 씻기는 것으로 귀결된다. 염라대왕의 판단이 인간의 용서 여부에 좌우됐다. '가족애'가 신의 엄격함을 능가할 수 있다는 설득을 시도하는 것 자체가 문제는 아닐 것이다. 하지만 그런 이야기는 적어도 지옥이 아닌 배경에서 시도했어야 하지 않을까.

'신과함께'는 죄를 공정하게 저울질하지 않았다. 스토리의 위기감을 고조시키기 위해 도저히 용서받지 못할 것 같은 죄를 설정해놓고는, 이를 논리적으로 풀어내지 못해서 신파와 억지 눈물로 얼버무렸다는 의심을 지울 수 없다. 적어도 사후세계에 대한 철학적인 고민이 선행됐어야 한다. 지옥이 이 정도로 허술하면 인간이 이승에서 정직하고 바르게 살아야 할 필요가 있을지 의문이다. 또한, 2백억 원에 가까운 제작비를 들인 국가대표급 블록버스터에 어울리는 멋진 반전이라고 할 수 있는지가 더 의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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