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의 벽에 막혀, 내 집 마련의 꿈이 사라지고 있다. 서울 서대문구 아파트 단지 전경. (사진=연합뉴스)
집이란 우리에게 어떤 의미일까. 사전적 의미는 ‘사람이나 동물이 거주하기 위해 지은 건물’이라 할 수 있지만 우리에게는 ‘보금자리’, 더 나아가 ‘가정’이라는 의미까지 확장된다.
이에 예전부터 우리 가정에게 가장 많이 꼽히는 소원 중 하나는 ‘내 집 마련’이었다. 다른 사람의 눈치 없이 오롯이 나와 우리 가족이 편히 쉴 곳을 만들겠다는 목표였을 것이다. 결혼 후 작은 집에서 시작해 아끼면서 돈을 모으고, 조금씩 집을 넓혀나가 나중에는 ‘나의 집’을 갖는 것을 당연한 순서로 여겨졌다.
하지만 요즘 사람들에게 집은 옛날만큼 큰 의미가 아니다. 그들은 자기 소유의 집을 갖는 목표보다 현재에 만족할 수 있는 삶을 우선시하고 있다.
이는 소위 ‘욜로(YOLO, You Only Live Once의 약자. 인생은 한 번뿐이니 현재 삶을 즐기자)’로 대변되는 인식 변화에 기인한다. 젊은이들에게 미래를 위해 현재를 희생하라는 말은 더 이상 먹히지 않는다.
일부에서는 요즘 사람들이 끈기가 부족하다고 지적한다. 예전보다 이기적이라 힘든 것을 못 참는다고 비판하기도 한다.
하지만 단순히 볼 문제가 아니다. 집값은 이미 사람들이 꿈도 못 꿀만큼 엄청나게 올랐기 때문이다. 아끼고 아껴 열심히 돈을 모은다고 해도 대출이 없이는 집을 살 수 없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박광온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최근 발표한 내용을 보면 작년 말 기준 서울의 주택 중위가격(주택 매매 가격을 순서대로 나열했을 때 중간에 있는 가격)은 4억3485만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의 수도인 도쿄 3억1136만원보다 1억원 이상 비쌌다.
통계청에서 발표한 2인 이상 비농가 도시가구 연평균 소득 4728만원(세전)을 적용하면 한 푼도 쓰지 않고 9.2년을 모아야 살 수 있는 가격이다. 당연하게도 삶을 영위하기 위해서 돈을 써야 하기 때문에 실제로는 20년을 모아도 쉽지 않다. 더구나 우리나라 직장인 평균연봉은 3160만원 정도다.
대출을 끼고 집을 사면 ‘이자’라는 큰 부담이 발생한다. 실제 하우스푸어(집을 보유하고 있지만 무리한 대출로 인한 이자 부담 때문에 빈곤하게 사는 사람), 렌트푸어(전셋값을 감당하느라 소득 대부분을 지출하는 사람)는 소수가 아닌 사회문제로 자리 잡았다.
이 같은 상황에 젊은이들은 집을 포기한다. 아니 포기할 수밖에 없다. 커다란 현실의 벽 때문에 사람들의 선택지 하나가 사라져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