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G-20 정상회의에서 만난 문재인 대통령(왼쪽)과 푸틴 러시아 대통령. (사진 = 연합뉴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북한의 핵실험 도발과 관련해 또 한 번 대화를 강조했다.
5일(현지 시각) 로이터와 블룸버그 등 다수 외신 보도에 따르면 중국 푸젠성 샤먼에서 열린 브릭스(BRICs: 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신흥 경제 5개국 모임) 정상회의에 참석 중인 푸틴 대통령은 기자회견을 통해 “이라크와 리비아의 전례를 본 북한은 핵 억지력이 유일한 자구책이라고 믿고 있다”며 “대북제재 조치로는 그들을 말릴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북한 지도부는 대북제재 압력과 군사적 위협 때문에 자신들의 군사적 프로그램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런 북한을 상대로 군사적 과잉 대응은 어리석다”며 “궁지로 모는 짓”이라고 덧붙였다. 이어 “자칫하면 전 지구적 재앙을 초래할 수 있으며 막대한 인명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며 “북한의 핵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평화적인 대화뿐”이라고 주장했다.
푸틴 대통령이 언급한 이라크와 리비아의 전례는 2003년 미국이 주도한 이라크 침공과 2011년 리비아에 대한 나토(NATO)의 개입을 말한다. 두 사건은 모두 두 나라의 지도자가 국제사회의 압박에 굴복해 제재 완화를 위해 자기 나라의 대량 살상용 무기 개발을 포기한 직후에 벌어졌다.
북한은 이라크 및 리비아와는 달리 국제 사회에 정면으로 맞서는 길을 택했고, 핵무기 개발을 지속하면서 미사일의 완성도도 빠르게 높여 왔다.
푸틴 대통령은 “북한 지도부는 자신들이 안전하다고 느끼지 않는 한 풀을 뜯어 먹는 한이 있어도 핵 개발을 멈추지 않을 것”이라며 “국제법만이 그들의 안전을 보장해줄 수 있다”고 말했다.
푸틴 대통령은 그동안 한반도 위기 사태의 정치·외교적 해결을 지속해서 강조해왔다. 지난 1일 브릭스 정상회의에 앞서 5개 회원국 유력 언론에 게재한 ‘브릭스: 전략적 파트너십의 새로운 지평을 향해’ 제하의 기고문에서도 이러한 입장을 밝혔다.
또한, 4일 밤 문재인 대통령과의 전화통화에서는 유엔 안보리 결의안을 노골적으로 위반하고 핵 비확산체계를 약화하는 등 지역 평화와 안보에 심각한 위협을 주는 북한의 행동들을 비난하면서도, 북한과 관련한 지극히 복잡한 상황은 대화 재개와 광범위한 정치·외교적 수단으로만 해결할 수 있다는 입장을 재차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