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칠포에는 해수욕장과 재즈축제만 있는 것이 아니다.
칠포에는 한국 암각화의 역사를 새로 쓴 암각화가 있으며, 912번 지방도에서 옛 실안마을로 통하는 길이 있다.
이 길을 따라가면 우측에 멸치가공공장이 나오며, 이 공장 뒤를 따라 약 50m 올라가면 암각화를 소개한 안내판이 보이고 조금만 더 올라가면 큰 돌에 새겨진 암각화를 볼 수 있다.
칠포의 암각화군 중에서 이 암각화가 가장 볼만하다. 청동기 시대의 것으로 추정되는 이 암각화는 1989년에 발견되었다. 얼핏 보면 태곳적 외계인이 남기고 간 기하학적 문양 같아 신비스러움을 더한다.
이 암각화는 석검의 손잡이에서 발전된 검파(劍把)형 암각화이다.
석검에서 손잡이와 날이 분리되고, 가늘고 길었던 손잡이는 변화를 거쳐 지금의 두껍고 굵은 모양이 되었다.
깊게 파인 구멍은 석검의 손잡이에 새겨진 장식용 홈에서 발전했다. 지금의 이 모양 위에 날카로운 칼날이 서있다고 상상하면 이해가 더 빠르겠다.
이 검파형 암각화가 나타내는 것은 여성신상(女性神像)이다. 그런데 여성신상의 모습이 흥미롭다. 암각화의 위쪽이 아래쪽보다 넓고 중간은 날씬한 곡선미를 보여준다. 중간의 오목한 부분은 위쪽의 평평한 면을 떠받들고 있는 느낌을 준다.
석검의 손잡이 홈에서 유래한 구멍들은 풍요로움을 상징한다. 윗면의 U자형의 홈은 이 유형의 암각화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것으로, 여성성(女性性)을 의미한다.
이는 고대 사회에서 여성성은 다산과 풍요를 상징했다. 전체적으로 이 암각화는 여성성을 위에 두고 아래에서 떠받드는 구도를 보여준다.
그 옛날 사람들은 이 암각화 앞에서 종족의 번영과 풍요를 기원했던 것은 아니었을까?
이 암각화는 좌우가 대칭되고 균형이 잘 잡힌 것이 예술조각품을 연상시킨다. 칠포에 가면 이 암각화를 한번 보는 것도 좋겠다. 그 옛날 우리 조상들이 어떻게 살았는지 마음껏 상상해보시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