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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대부업 고금리 이자부담 완화 정책 ‘풍선효과’ 우려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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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이성호기자 |  2017.07.31 14:32:09

▲(사진=연합뉴스)

“대책이요? 없습니다”

최근 취재차 만난 대부업 관계자의 말이다. 정부의 고금리 이자부담 완화 정책에 업계는 망연자실한 표정이다.

문재인 정부는 한국경제의 뇌관인 가계부채 문제의 해법 중 하나로 저소득·저신용 계층의 고금리 대출 부담을 덜어주겠다며 팔을 걷어붙이고 있다.

이는 문 대통령의 후보시절 공약이기도 하다. 정부가 최근 발표한 100대 국정과제에서는 대부업법과 이자제한법상의 최고금리(각각 연 27.9%, 연 25%)를 하나로 일원화하고, 단계적으로 20%로 인하시키겠다는 내용을 포함시켰다.

이에 당장 내년 1월부터 등록 대부업자·여신금융기관에 적용되는 법정상한 최고이자를 27.9%에서 24%로 떨어트리고 향후 20%까지 낮춘다는 전략이다.

국회에는 법정 최고금리를 19~20%까지 인하토록 하는 관련법 개정안들이 계류돼 있지만 모법을 바꾸지 않고 시행령·대통령령만으로도 상한이자를 조정할 수 있기에 이 같은 방침이 흔들리거나 철회되는 일은 없어 보인다.

정부의 의지가 강력한 가운데 대부업계는 직격탄을 맞았다. 현 27.9%의 금리로도 폐업과 신용대출 중단이 속출하고 있는데 이보다 더한 상한규제는 사실상 존망이 걸린 문제라는 것.

대부업의 주고객은 신용등급 7등급 이하(7·8·9·10등급) 저신용층이다. 이들은 부실률이 높기 때문에 이를 포함한 신용대출 원가가 20% 이상으로 이자 상한이 더 내려간다면 사업을 접을 수밖에 없다고 호소하고 있다.

하지만 정치권의 반응은 싸늘하다. 동정 여론도 찾아보기 힘들다. 그만큼 값비싼 이자에 허덕이는 서민들의 고통을 덜어준다는 명분이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크기 때문이다.

반면, 간과하고 있는 부문이 있다.

이자율 상한 인하에 따라 업체들은 사업성이 없는 신용대출을 줄이게 되고 이 과정에서 약 250만명에 달하는 대부업 이용자들의 상당수가 선의의 피해를 입게 될 수도 있다는 점이다.

수지타산이 안 맞아 대부업계에서 리스크가 큰 저신용자 대출을 축소하게 되면 이용자들은 더 이상 갈 곳이 없어지게 된다.

심지어 최악의 상황, 즉 대부업체에서 조차 거절된 이들은 자의반 타의반 불법사채 시장에 발을 들여놓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우려도 조심스레 나오고 있다.

일본의 사례를 보자. 일본은 지난 2010년 6월부터 서민의 금융부담 완화를 위해 대금업(우리나라 대부업에 해당)의 상한금리를 연 29.2%에서 연 20% 이하로 대폭 인하했다.

도우모토 히로시 도쿄정보대학교 교수는 최근 열린 ‘일본의 최고금리 규제 완화 동향’ 세미나에서 대금업법 개정 여파로 일본의 대금업 시장규모는 20조9000억엔(2006년 3월)에서 6조627억엔(2016년 3월)으로 71% 가량 줄어들어 서민금융이 붕괴되는 상황을 초래했다고 전했다.

특히 자영업자의 폐업으로 인한 비정규직 노동자 양산, 자살자의 증가, 불법사금융 이용자 증가, 생활 격차의 확대 등 부작용이 나타났다는 것.

자금공급 기능이 위축돼 과거 고금리로 인한 고통보다는 이제는 돈을 빌리지 못해 겪는 고통이 새로운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다는 것이다.

예상치 못했던 부작용이 발생하자 일본에서는 여·야가 서민들의 자금경색 문제를 해소키 위해 다시 상한금리 규제를 완화하는 작업을 꾀하고 있는 실정이다.

대부업은 고금리를 받는다는 부정적인 이미지가 강하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낮은 신용등급으로 1금융권을 이용할 수 없는 저신용자 서민층에게는 급할 때 돈을 끌어다 쓰는 비상금 창구 역할을 하는 기능도 있다. 그러나 과도하게 높은 이자에 점수를 줄 순 없다.

정부가 나서서 이자를 깎아 준다는 점은 매우 긍정적이지만 시장이 붕괴돼 자칫 제도권에서 돈을 빌릴 수 있는 기회조차 박탈 당할 수 있다는 풍선효과는 경계해야 한다. 일본의 예를 반면교사로 삼아 혹 떼려다가 외려 혹 붙이는 경우가 없도록 만전을 기해야 할 것이다.

고금리 부담은 덜어주되 저신용자들에 대한 대출기능이 축소되지 않아야 한다. 정부차원에서 부담없는 소액위주의 서민금융을 활성화하는 세밀한 정책의 묘가 필요한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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