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영그룹이 최근 임대료를 폭탄인상을 하고 있다며 지방자치단체의 공격을 받고 있다. 하지만 취재 결과, 부영주택의 임대료는 시세의 70%수준인 것으로 드러났다. 부영그룹 본사 전경. (사진=손강훈 기자)
임대주택 사업 분야 1위기업인 부영의 임대료가 주변 시세보다 크게 낮은 것으로 CNB 취재 결과 확인됐다. 이는 최근 들어 “부영의 임대사업이 서민을 외면하고 있다”고 지적해온 일부 지자체 단체장들의 주장과 배치되는 것이어서 주목된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부영을 희생양 삼아 선심성 발언을 한 것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CNB=손강훈 기자)
부영 임대료 시세의 60~70%수준
일부 지자체 “임대료 인상 부적절”
업계 “인상분 아닌 임대료 따져야”
논란은 지난달 29일 김승수 전주시장이 “부영이 서민의 현실을 철저히 외면한 채 일방적으로 임대료를 법적 상한선인 5%로 인상하고 있다”는 내용의 기자회견을 열면서 시작됐다. 며칠 뒤 김 시장은 부영주택이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을 위반했다며 공정거래위원회에 직권조사를 요청했다.
이후 원희룡 제주지사가 가세했다. 원 지사는 지난 14일 제주도 서귀포시 혁신도시에 있는 부영아파트단지에서 열린 주민과의 간담회에서 “매년 5%까지 올릴 수 있도록 돼 있는 현행 임대주택제도를 개정하겠다고”고 밝혔다. 또 “부영아파트와 관련한 자료를 법이 허용하는 범위 내에서 공개하고 부영그룹 의사권자와 만나 담판을 짓겠다”며 부영그룹을 압박하고 나섰다.
이에 부영그룹은 “올해 임대료 인상이 결정된 41개 단지의 임대료 평균 인상률은 3.2%”라며 반박했다. 법적 상한선인 5%까지 올리고 있다는 일부 단체장들의 지적이 틀렸다는 얘기다.
전문가들은 부영이 5%까지 올렸냐 아니냐를 따지기 전에 현재 부영의 임대주택 시세가 적정한지부터 살펴야 한다고 지적한다. 분양 당시 시세를 감안해 인상분의 적정성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는 것이다.
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CNB에 “임대료 인상분이 얼마냐가 중요한 게 아니라 최초에 어떻게 분양했느냐가 논쟁의 핵심이 돼야한다”며 “5% 인상만을 문제 삼는다면 앞으로 임대주택사업에 나서는 건설사들이 최초 임대분양금액을 높게 책정하고 이후부터는 잘 올리지 않는 식으로 대응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부영이 올해 임대료를 5% 인상한 10개 단지의 전세가를 주변 시세와 비교한 결과, 최소 3000만원에서 최대 1억원 이상 더 저렴한 것으로 나타났다.
민간기업을 주택공사와 비교 ‘어불성설’
이에 CNB가 최근 부영이 임대료를 5% 인상 확정한 10개 단지의 전세 시세를 인근 아파트들과 비교해봤다. 현지 부동산에 문의한 결과 부영의 아파트들은 인근 시세의 60~70% 수준이었다.
전남 여수시 웅천동에 위치한 ‘여수웅천 부영사랑으로 1차’의 경우 5% 인상 확정된 전세가는 24평형이 1억3230만원, 32평형이 1억7850만원(2015년 5월 준공)이었다. 인접한 웅천지웰 아파트 1차(25평형, 2010년 7월 준공)는 1억9000만원, 3차(33평형, 2014년 11월 준공)는 2억6000만원으로 부영아파트들보다 각각 43.6%(5770만원), 45.7%(8150만원) 나 비쌌다.
강원도 동해 평릉동에 있는 ‘동해해안 부영아파트(2013년 6월 준공)’의 28평형 전세가는 1억302만원, 34평형은 1억2502만원으로 주변 지역 동해하나리움아파트(26평형, 2010년 9월 준공) 1억3500만원, 동해엘리시아아파트(34평형, 2010년 1월 준공) 1억9500만원보다 각각 31%(3198만원), 56%(6998만원) 낮았다.
보통 부영그룹의 임대아파트는 초기 임대비용이 주변시세보다 싸다. 임대료를 산정할 때 표준건축비(주택을 지을 때 드는 건설비용 원가를 정부가 고시하는 것)를 적용하는데, 일반 분양아파트에 적용되는 기본형건축비의 67% 수준으로 고정돼 있기 때문이다. 이는 나중 임대가 끝나고 분양 전환할 때, 가격이 주변 시세보다 저렴해지는데도 한 몫 한다.
지자체들은 한국토지주택공사(LH) 등에서 제공하는 공공임대 아파트 임대료 인상분을 비교 기준으로 제시하고 있다. LH의 공공임대주택은 부영이 책정한 임대료보다 10~20%정도 더 낮다.
하지만 LH는 정부예산으로 운영되는 공기업이다. 그러다보니 부채규모가 80조원에 달한다. 민간기업인 부영에게 공기업 기준을 따르라고 요구하는 건 앞뒤가 맞지 않아 보인다.
▲전주시를 비롯한 22개 시·군·구 단체는 지난 11일 연대회의를 갖고 부영의 임대료 인상을 비판했다. 이날 연대회의에 참석한 지자체대표들이 입장을 발표하고 있는 모습. (사진=전주시)
오직 타깃은 부영 뿐
그럼에도 부영이 비판의 중심이 된 이유는 뭘까. 우선 가장 눈에 띄는 원인은 민간기업 중 임대주택 사업만을 영위하는 곳이 부영밖에 없기 때문이다.
현대건설·삼성물산·대우건설·GS건설·대림산업·롯데건설·포스코건설·SK건설·현대산업개발·현대엔지니어링 등 10대 건설사를 비롯한 대부분의 건설사들은 수익성을 이유로 임대주택 사업을 꺼리고 있다.
박근혜 정부의 핵심 정책이었던 기업형 임대주택(뉴스테이)이 도입되자, 현대건설·대우건설·대림산업·GS건설·한화건설·금호산업·우미건설·서희건설·KCC건설·계룡건설산업 등이 참가했지만 수익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현재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따라서 LH공사, 서울주택도시공사(SH) 등과 유일하게 비교되는 기업이 부영뿐이다.
1년 남은 지방선거를 의식해 표심을 잡기위해 임대료 문제를 이슈화했다는 지적도 있다. 여론조사기관의 한 관계자는 “집에 민감한 우리나라에서 주거안정은 선거 때마다 군복무기간 단축, 카드사 가맹점 수수료 인하와 함께 자주 등장하는 이슈”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지자체 관계자는 지역 주민의 민원을 챙기는 것은 당연한 의무며 포퓰리즘과 결부시키는 건 부당하다고 일축했다.
전주시 관계자는 CNB와의 통화에서 “임대주택 임대료 인상 문제는 우리가 2015년부터 문제 제기를 해왔으며, 이번에 다른 지자체에서도 이에 공감해 공동대응으로까지 확산된 것”이라고 말했다.
(CNB=손강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