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건설의 회계 리스크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현대건설 계동 본사 전경. (사진=손강훈 기자)
현대건설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회계 감리를 받고 있는 가운데, 이 회사의 회계 리스크가 불거질 가능성이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어 투자자들의 주의가 요망된다. 현대건설은 금감원의 회계감리가 한창인 지난달 돌연 재무제표를 수정 공시했으며, 미청구공사금액이 10대 건설사중 월등한 1위를 차지하고 있다. 현대건설에 무슨 일이 있는 걸까. (CNB=손강훈 기자)
10대건설사 중 미청구공사금 월등한 1위
금감원 회계감리 중 4년치 회계 정정공시
미청구 대부분 해외사업…회수가능성 의문
대우조선해양 분식회계 사태 영향으로 정부가 ‘회계 투명성 강화’에 힘쓰고 있다. 금융당국은 회계 투명성과 신뢰성 회복을 위해 ‘수주산업 회계 투명성 제고 방안’을 마련해 시행하고 있으며, 한편으로는 ‘주식회사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추진 중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현재 진행 중인 현대건설 감리가 주목받고 있다. 금감원은 올 초 현대건설에 미청구공사대금, 공사원가추정치 등에 관한 5년치 자료를 요구하면서 감리에 들어갔다.
다만 이번 감리는 문제가 발견돼 조사하는 ‘혐의감리’가 아닌 대우조선해양 사태로 불거진 회계 부정 사건이 다른 업종으로 번지는 것을 사전에 막기 위해 일정 기준에 의해 선정된 기업을 조사하는 ‘테마감리’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지난달 22일 현대건설이 2013~2016년도까지 사업보고서를 수정 공시하자, 회계상 문제가 적발된 것이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됐다. 보통 자진 수정을 하면 ‘정상 참작’으로 제재 수위가 낮아질 가능성이 커진다. 만약 이런 이유로 4년치 사업보고서를 수정했다면 감리 중 어떤 잘못이 발견됐다는 얘기가 된다.
현대건설 측은 “‘수주산업 회계 투명성 강화 제고방안’에 따라 과거 회계처리를 자체 재점검한 결과 수정사항이 발견돼 반영했다”며 “이번 자진 정정 공시는 수주산업 신뢰성 회복의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의혹은 쉽게 사라지지 않고 있다.
또한 수정된 폭을 보면 영업이익의 경우 각각 10% 정도로 꽤 큰 차이를 보였다. 2016년 10.1%(1063억원), 2015년 10.4%(1027억원)가 각각 늘었고, 2014년 13.5%(1297억원), 2013년 11.2%(888억원)가 각각 줄었다. 이를 두고 단순한 계산착오로 보기에는 힘들다는 지적도 나오는 상황이다.
더구나 현대건설은 10대 건설사 중 미청구공사금액이 가장 많다. 각사 공시에 따르면 올 3월말 기준 미청구공사금액은 현대건설 3조3132억원, GS건설 1조9709억원, 대우건설 1조4668억원, 삼성물산 1조4635억원, 대림산업 1조2134억원, SK건설 7893억원, 포스코건설 7911억원, 현대엔지니어링 6958억원, 롯데건설 6879억원, 현대산업개발 1903억원 순이었다. 특히 현대건설은 2위인 GS건설보다 2배 가까이 차이가 나는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이번 감리는 수주사업의 미청구공사를 중점적으로 조사한다. 이런 상황에서 재무제표 수정 공시까지 이뤄진 점을 두고 중견 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감리 기간 중 재무제표를 자진해서 수정했다는 것은 회계상 잘못이 드러났다는 의심을 불러일으키기 충분하다”고 말했다.
▲현대건설의 미청구공사금 대부분은 해외사업에서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카타르 루사일 고속도로 현장 전경. 지난 3월말 기준 공사가 78% 진행됐지만 미청구공사금은 1341억원에 달했다. (사진=현대건설)
‘미청구공사비’ 해외라서 더 불안
미청구공사비는 공사는 진행했으나 발주처에 청구하지 못한 금액을 이른다. 발주처에 청구했으나 받지 못하고 있는 미수금(매출채권)과는 다소 성격이 다르다. 이 두 가지 항목은 건설사의 부실상태를 파악하는 핵심 기준이다.
그렇다면 현대건설의 미청구공사비의 질은 어떨까. CNB가 현대건설의 분기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현대건설의 미청구공사는 ‘플랜트/전력’ 1조7162억원, ‘인프라/환경’ 9981억원으로 이 두 분야가 전체의 82.3%를 차지했다.
문제는 플랜트/전력, 인프라/환경 공사수주는 대부분 해외사업이란 것. 이는 현대건설의 미청구공사에서 해외공사가 차지하는 비중이 높다는 뜻으로 미청구공사금의 질이 좋지 않다는 것을 의미한다. 미수채권 회수 가능성은 해외가 국내보다 낮을 수밖에 없다. 국내의 경우 채권 정리 등이 해외보다 용이하기 때문이다.
실제 현대건설의 U.A.E 원전 건설공사, 쿠웨이트 쉐이크 자베르 코즈웨이 건설공사, U.A.E 사브 해상원유 및 가스처리시설공사, 카타르 루사일 고속도로 건설공사는 공사 진행률이 80% 가량 달하지만 각각 2713억원, 1701억원, 1373억원, 1341억원의 미청구공사금액이 남아 있었다. 미청구공사금은 공정률이 100%에 도달하면 즉시 손실로 이어지게 된다.
게다가 최근 국제유가가 1배럴당 40달러 선으로 하락하면서 오일머니가 쪼그라들고 있어 중동발(發) 해외공사에 대한 불안감은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와 관련 현대건설은 미청구공사에 대한 우려가 과하다는 입장이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CNB와의 통화에서 “미청구공사금액이 타사에 비해 많은 것은 해외플랜트 사업의 비중이 높기 때문”이라며 “계약한 공사금액 대비 미청구공사금이 20% 정도에 달하고 있어 내부에서는 부실로 이어지지 않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금감원의 현대건설 감리는 아직도 진행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당초 올해 1월 진행된 조사가 6개월 정도 이뤄질 것이라 알려졌지만, 이번 감리가 미청구공사를 집중적으로 들여다보기로 한 만큼, 그 금액이 많은 현대건설의 경우 최대 1년까지도 이어질 수 있을 것이란 예상도 나오고 있다.
금융당국으로부터 회계감리를 받고 있다는 점은 사업수주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조사가 길어질 경우 현대건설의 ‘회계감리 리스크’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CNB=손강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