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남시립국악단이 성희롱, 성추행 논란으로 시끄럽다. 벌써 2년 넘게 여러 차례 언론보도를 통해 시비가 되풀이되고 있다. 한때 직장 내 알력 싸움으로 알려지기도 했지만 가해자로 지목된 사람은 억울하다고 항변하는 한편, 성추행 피해자 측 역시 피해를 호소하고 있다. 

가해자로 지목된 A씨는 지난 14일 고소와 고발장을 수원지방검찰청 성남지청에 냈다. A씨는 “피해자들이 나타나지도 않고 존재 여부도 불확실한 상황에서 진정서를 통해 성남시, 권익위, 언론기관 등을 통해 지속적으로 내 명예를 훼손하고 흠집내기 언론플레이만 하고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공공성을 자처하는 성남여성의전화는 “A씨가 성추행과 성희롱을 했으므로 공직에서 물러나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A씨는 성남여성의전화와 B 시의원 등이 피해 주장자들이 일방적으로 제출한 진정서만을 근거로 한쪽 편만을 들어 자신을 파렴치범으로 만들고 있다며, 여성 단원 2명과 주간신문 기자, 시의원을 상대로 고소장를 제출했다. 

이와 관련 성남여성의전화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우리도 피해자를 직접 만나지는 못했으며 시의원을 통해 자료를 받았다”고 밝혔다. 자료를 건넨 시의원은 5분 자유발언을 통해 언론보도를 인용하며 성희롱, 성추행 논란에 수사기관이 개입해야 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가해자로 지목된 A씨가 직접 고소에 나서기까지

A씨는 고소장에서 “2005년 창단 이후 인사 비리에 따라 연주 실력이 되지 않은 단원들이 실력이 있는 단원들을 각종 음해와 모략으로 쫒아낸 것으로 알려지고 있고 이로 인해 국악계에서 3류 국악단으로 전락할 위기에 있었는데 성남시 시장이 고질적인 문제점을 해소하고 최고의 국악단으로 만들어 달라고 당부해와 수락하게 되었다"고 선임 배경을 밝혔다.

그러면서 그는 "이후 대외적인 각종 청탁과 유혹, 압력에도 굴하지 않고 성남시립 국악단을 운영했고 밀실이 아닌 내 사무실을 항상 열어 놓을 정도로 투명성을 강조하고 살았는데 갑자기 성추문을 이유로 떠나라는 주장이 나오고, 각종 방송과 주간신문, 시의원 등이 3년여 가까이 언론플레이를 하는 것이 한 가족의 가장으로서 치욕스럽고 억울해 고소하게 되었다"고 밝혔다.

또한 A씨는 "이들이 진정서에서 상세히 밝히고 있으나 대부분 사실이 아니고 허위 사실을 적시한 것은 매우 악의적이고 치졸한 행태이기에 반드시 처벌하고 싶다"고 말했다. "만약 그들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모든 법적, 도덕적 책임을 지겠다"고도 했다.

피해를 주장하는 여성 단원 4명이 제출한 진정서를 본 기자가 시의원을 통해 확보해 확인해보니 내용이 상당히 구체적이었다. 이들 네 여성 단원은 날짜와 구체적 행동, 언어 등을 상세히 묘사했다. 이들은 진정서를 통해 직장 내 상습 성추행 및 성희롱, 업무 외 강요, 직권남용, 그리고 성남시 문화관광과의 성폭력 피해 방조 행위에 대해 철저한 진상을 요구했다.

국악단원 C씨는 2012년부터 2015년 봄까지 수차례 추행을 당했다며, A씨가 부임 직후 단원들과 동석한 자리에서 “당신이 좋아 하라는 대로 할 거야”라고 말했다며, “단장실로 불려가 A씨의 머리에 흑채를 뿌리고 머리를 만져달라는 요구를 받고 거부했으나 계속되는 요구에 어쩔 수 없이 해줄 수밖에 없었다”고 주장했다.

또한 A씨가 남자 단원이 함께 있는 자리에서 “안아보고 싶어”라고 여러 번 되풀이해 말했으며, 여행담을 들려주면서 “같이 가자”고 하는가 하면, C씨의 앞배를 손가락으로 찌르는 통에 “모멸감을 느꼈다”고 적시했다.

여성 단원 D씨는 A씨가 “같이 여행을 가자”고 제안하면서 “내가 해외여행을 자주 가 유스호스텔 방을 사용하는데, 잘만하면 외국 여자들과 룸메이트를 할 수도 있으니 내가 잘해줄 테니 같이 가자고 해 수치심이 들었다”고 불쾌감을 표시했다.

E씨 역시 비슷했다. 뒤풀이 식당 화장실 입구에서 우연히 A씨를 만났는데 끌어안는가 하면, 장소를 불문하고 수차례 신체 접촉을 하고 갑자기 얼굴을 만지려고 하는 등 예측하기 힘든 행동 때문에 상황 대처에 곤란을 겪었고 심리적 스트레스를 받아왔다고 진술했다.

피해 주장 여성들은 동료 단원들의 이름까지 적시해 신빙성을 높였다. 내용이 사실이라면 상당히 파렴치한 성희롱-성추행이라고 할 수 있다.

"왜 당시 수사기관에 신고 않았냐?" vs “여성 입장 이해해야"

‘진정서 내용이 사실이라면 제일 먼저 수사기관에 신고를 했어야 함에도 2년 넘게 언론플레이만 하고 있어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A씨의 지적에 대해 성남여성의전화와 B 시의원은 "여성 단원들이 같이 근무하는 사이에 이런 문제를 공론화하는 것에 대해 상당한 부담을 느끼고 있었다. 이해해야 한다”는 입장을 취했다. 피해자들이 주부인 경우라서 더더욱 그렇다는 설명이다. B 시의원은 "그런 일로 고소했다가 가해자가 무혐의 판정을 받은 경험이 있어 피해자들이 위축될 수밖에 없었다"고 덧붙였다.

반면 가해자로 지목된 A씨는 이번에 3번째 고소다. 첫 번째는 2015년 말경 재임용 과정에서 성추문이 터져 2016년 1월경에 1차 고소를 했었으나 “재임용이 이뤄지고 계속 연습-연주해야 할 단원들과 불협화음을 만들기 싫어 취하했는데 또 언론플레이가 이뤄지면서 올 2월경 2차 고소를 했고 경찰조사 과정에서 피고소인이 확인되지 않아 기소중지됐다”고 A씨는 밝혔다.

그는 이어 "올 3월경 또 다시 언론플레이를 통해 성추문이 반복적으로 터져나왔고 주변을 수소문한 결과 피해를 주장하는 단원들이 일부 확인돼 피고소인을 특정해 고소할 수밖에 없었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 본 기자도 피해 주장 단원들의 연락처를 확보할 수 없어 B 시의원에게 피해자와의 인터뷰를 요청했다. 이에 대해 B 시의원은 “매체들로부터 인터뷰 요청이 많이 들어와 피해자들이 정신적으로 힘들어하고 맞고소 여부도 판단해야 하기 때문에 지금은 인터뷰를 할 수 없다고 전해 왔다”며 양해를 구했다.(CNB=오익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