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까지 주택분양 시장 호황이 이어지고 있지만 대형 건설사들의 회사채는 시장에서 외면 받고 있다. 한 아파트 공사현장 모습. (사진=연합뉴스)
올 상반기 주택분양 시장 호황으로 대형 건설사들의 호실적이 예상되고 있지만, 회사채 시장에서는 아직도 ‘찬밥’ 취급을 받고 있다. 일부에선 벌써부터 유동성 문제가 발생하는 것이 아닌가하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건설사 회사채는 왜 인기가 없을까. (CNB=손강훈 기자)
‘회사채’ 금리 높아 투자자 주목
건설회사 회사채는 여전히 외면
널뛰기 회계 미래불확실성 발목
현재와 같은 저금리 시대에 ‘회사채’는 매력적인 투자처다. 회사채는 기업이 시설투자나 운영 등 장기자금을 조달받기 위해 발행하는 채권으로, 상황기간까지 일정한 확정이자를 받을 수 있다. 회사가 망했을 때도 잔여재산분배에서 주식보다 앞서 상환된다.
게다가 평균금리(신용등급 A0 회사채 3년물)가 연 3.1% 수준으로 시중은행 3년 정기예금 금리(최고 연 1.6%)의 2배 수준이다. 회사채에 투자하면 은행에 맡겼을 때보다 더 높은 수익을 올릴 수 있단 얘기다.
실제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전체 회사채 발행금액은 36조472억원으로 지난해 상반기(29조4371억)보다 22.5%(6조6101억원) 증가했다.
하지만 대형 건설사들은 회사채 시장에서 외면 받고 있다. 주택 분양이 잘되고 있어 좋은 실적이 예상되고 있음에도 올 상반기 역대 최저 회사채 발행을 기록한 것이다.
각 건설사 공시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10대 건설사가 회사채를 발행한 금액은 3900억원으로, 대림산업(2000억원), SK건설(1900억원) 단 2곳 뿐이다. 이는 전체 회사채 발생 규모의 1.08%에 불과하다.
주요 건설사의 신용등급은 GS건설 A-, 대우건설 A-, SK건설 A-, 포스코건설 A, 롯데건설 A, 현대산업개발 A+, 대림산업 A+, 현대엔지니어링 AA-, 현대건설 AA, 삼성물산 AA+ 등 대부분 ‘A등급’이다. 안정성이 보장된 A등급임에도 회사채 시장에서는 외면받고 있는 것이다.
회사채 발행이 힘들어지면서 삼성물산, 현대건설, 포스코건설, 대우건설 등 일부 건설사들은 올해 만기되는 회사채를 차환(이미 발행된 사채를 갚기 위해 새로운 사채를 발행하는 것)하지 않고 현금으로 갚아야 했다.
이들 건설사는 최근 2년간 국내 분양시장 호황에 힘입어 최근 좋은 실적을 기록했으며 10대 건설사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올 1분기 기준 10조3377억원으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12.9% 늘어났다. 그럼에도 회사채 발행이 힘들어진 것이다.
▲건설사 회사채가 찬밥인 이유는 불확실성이 크기 때문이다. 실제 10대 건설사의 미청구공사금액은 매출액에 절반을 넘어서는 것으로 나타나 재무구조에 대한 불안감을 키우고 있다. (사진=손강훈 기자)
현대건설, 미청구공사비 매출의 80% 돌파
건설사 회사채가 인기 없는 이유는 ‘불확실성’ 때문이다. 투자자들이 건설사 호실적 전망과 재무구조 등을 불안하게 생각하고 있다는 얘기다.
대형 건설사가 올해 좋은 실적을 낼 것으로 예상하는 주된 이유는 ‘국내주택 사업호황’이다. 2015년부터 시작된 분양시장 호재가 올 상반기까지 지속되고 있다.
하지만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예고,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규제 강화 분위기 등 향후 시장의 악재가 예고돼 언제든지 분양시장이 얼어붙을 수도 있다.
건설사 수익의 또 다른 축인 ‘해외수주’ 역시 불안정하기는 마찬가지다. 지난달부터 국제유가가 1배럴당 40달러 선으로 떨어지면서 주요 고객인 중동 산유국의 오일머니가 쪼그라들었기 때문이다. 중동발(發) 발주가 줄어들 확률이 높아졌다.
재무구조도 발목을 잡고 있다. 가장 우려가 큰 것은 미청구공사금액. 올해 3월말 기준 10대 건설사 미청구공사액은 모두 12조5822억원으로 10대건설사 매출액 21조5805억원의 절반을 넘어섰다. 특히 현대건설의 경우 미청구공사금액이 매출액 대비 80%를 돌파했다.
게다가 돌아오는 회사채 만기를 건설사들이 현금으로 상환하면서 현금보유액이 줄어 유동성이 악화되고, 이는 다시 재무구조 불안으로 이어져 회사채 발행에 나쁜 영향을 미치게 되는 악순환이 된다는 점도 문제다.
김민정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건설사 회사채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사업환경과 보수적인 회계처리에 따른 손익변동 가능성 등을 고려해야한다”며 “유동성 관리 능력이 양호하고 실적 변동성이 적은 건설사의 회사채를 제외하면 고금리 매력에도 불구하고 보수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CNB=손강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