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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정상회담] 재계 총수 총출동…문재인 정부 기업챙기기 특징은?

과거정권과 비교해보니…시장중심주의 ‘충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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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선명규기자 |  2017.06.28 11:30:33

▲문재인 대통령은 28일부터 다음달 2일까지 3박 5일 일정으로 미국을 방문한다. 이번 방미에는 경제인단 52명이 동행한다. (사진=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의 미국 방문에 동행할 대규모 경제인단이 선정되면서 재계의 관심이 뜨겁다. 과거 정권에 비해 규모가 커진데다 전경련이 배제되고 대한상의가 주도권을 쥐는 등 판 자체가 크게 달라졌기 때문. CNB가 과거정권과의 비교를 통해 달라진 재계 지형도를 들여다봤다. (CNB=선명규 기자)

사절단→‘경제인단’으로 호칭 변경
전경련 배제하고 대한상의에 일임
사감 아닌 실리위주로 방미단 선정

대한상공회의소에 따르면 이번 한미정상회담에 동행할 기업은 52개에 이른다. 이는 2015년 박근혜 전 대통령의 방미 때를 제외하면 최근 10년 새 가장 큰 규모다. 

박 전 대통령은 재임 기간 중 두 차례 경제사절단을 이끌고 미국을 찾았다. 지난 2013년에는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 정몽구 현대차 회장, 구본무 LG그룹 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정준양 포스코 회장, 박용만 두산그룹 회장,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 등 기업인과 경제5단체장 등 51명이 참석했다.

지난 2015년에는 역대 최대 규모인 166명의 방미사절단이 꾸려졌지만 정작 재계 20위권 기업 총수들 중에는 3명만 포함됐다. 최태원 SK그룹 회장, 권오준 포스코 회장,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뿐이었다. 삼성, LG, 현대차, 효성, CJ 등은 총수를 대신해 전문경영인(CEO)들이 방미길에 올랐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총 세 차례 경제사절단과 함께 미국을 방문했다. 2008년 26명, 2009년 13명, 2011년 23명 규모였다. 

2008년에는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 허동수 GS칼텍스 회장, 박용만 두산인프라코어 회장, 이웅열 코오롱 회장, 현재현 전 동양그룹 회장 등이 함께했으며, 이듬해인 2009년에는 조석래 전경련 회장(효성그룹 회장),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 정의선 전 기아차 사장 등이 참석했다.

2011년에는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 구본무 LG그룹 회장, 허창수 전경련 회장(GS그룹 회장), 현재현 전 동양그룹 회장 등이 동행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 집권 시절인 2003년에는 31명의 경제사절단이 꾸려졌다.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 구본무 LG그룹 회장,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조석래 전 효성그룹 회장, 조양호 대한항공 회장, 박용오 전 두산 회장, 이웅열 코오롱 회장, 이구택 전 포스코 회장 등이 이름을 올렸다.

‘시장논리’가 선정 기준

이번 경제인단의 가장 큰 특징은 과거에 비해 대기업들의 참여가 두드러진 점이다. 이는 정부주도가 아닌 기업 모집부터 선정까지 모든 과정을 민간(대한상공회의소)이 주도했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정부가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과 주로 협의했다. 전경련은 반세기 넘는 세월 동안 민간외교의 핵심 역할을 해왔었다. 그동안 쌓아온 국제협력 민간 네트워크를 통해 대통령의 방미 때마다 조력자 역할을 해왔지만,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의 핵심 조력자였다는 점에서 새 정부 출범 후 적폐청산의 대상으로 지목돼 배제된 상태다. 이번에 주도권이 대한상의로 완전히 넘어간 것이다.  

대한상의는 참가기업을 공정하게 선정하기 위해 주요 경제단체 및 협회 대표, 연구기관 및 시민단체 전문가로 구성된 심사위원회를 구성해 방미 기업을 선정, 지난 23일 최종 명단을 발표했다.

▲문재인 대통령과 미국에 방문하는 경제인단에는 재계 총수들이 대거 포함됐다. (위 왼쪽부터 시계방향) 권오현 삼성전자 대표이사 부회장,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구본준 LG그룹 부회장(사진=연합뉴스)


명단에는 재계 총수들이 대거 포함됐다.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구본준 LG그룹 부회장, 허창수 GS그룹 회장,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손경식 CJ그룹 회장, 구자열 LS그룹 회장 등이다. 삼성그룹에서는 구속 수감 중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대신해 권오현 삼성전자 대표이사 부회장이 이름을 올렸다. 한화그룹에서는 신현우 한화테크윈 대표이사가 간다.

중견기업으로는 동양물산기업, 동원그룹, 디케이주식회사, 삼강엠앤티, 삼익티에이치케이 등 14곳이 선정됐다.

권오준 포스코 회장과 황창규 KT 회장은 대한상의가 경제단체로부터 추천받은 명단에는 있었지만, 자체 심의 과정에서 빠졌다.

대한상의는 미국내 투자 규모와 사업계획 등을 기준으로 경제인단을 선정했는데, 포스코와 KT는 이 기준에 미달해 탈락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포스코의 경우 미국에 수출하는 철강제품의 반덤핑과세 부과로 올해 초부터 수출량이 거의 전무한 상황이고, KT는 내수 중심 사업구조다 보니 미국과의 사업 연관성이 상대적으로 적을 수밖에 없다.

롯데그룹은 대한상의의 “불법·탈법 행위로 사회적 물의를 크게 빚고 있는 기업은 원칙적으로 참여를 제한한다”는 원칙에 따라 배제된 것으로 보인다. 롯데그룹은 재판 중인 신동빈 회장을 대신해 허수영 롯데그룹 화학사업부문장을 포함시키기로 했으나 결국 명단에서 빠졌다. 

문재인 정부가 이처럼 방미 경제인단 구성을 민간(대한상의)에 일임한 것은 시장논리에 충실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과거 박근혜 정부 때는 시장 상황 보다는 청와대의 사감(私感)이 기준이 됐다는 평이 많았다. 
 

▲서울시 중구에 위치한 대한상공회의소 전경 (사진=연합뉴스TV 캡처)


‘사절단’이라는 호칭을 ‘경제인단’으로 바꾼 것도 획기적이라는 평을 받고 있다. 

사절단은 ‘나라를 대표해 일정한 사명을 띠고 외국에 파견되는 무리’라는 사전적 의미가 있지만, 사대주의적인 색채를 포함하고 있어 어감이 다소 부정적이다. 실제로 조선시대 때는 중국에 조공을 바치러 가던 방문단을 ‘사절단’이라고 불렀다. 이전 정부가 계속해서 사용했던 이 명칭을 ‘경제인단’으로 바꾼 것은 민간 경제외교단으로서의 역할에 힘을 실어주기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정의선·구본준, 처음으로 정상회담 동행

한편으로는 ‘경제사절단’에 처음 참여하는 총수들도 눈에 띈다.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 구본준 LG그룹 부회장이 그 주인공이다. 

정 부회장은 경제사절단 ‘단골손님’인 정몽구 현대차 회장을 대신해 문 대통령과 동행한다.

정 부회장은 최근 몇 년간 국제 모터쇼, 소비자가전쇼(CES), 다보스포럼 등에 참석하는 등 해외 무대에서 빠르게 얼굴을 알리고 있다. 이번에 정 회장을 대신해 참석하는 것도 미국 경제인들과 주요 현안에 대해 긴밀하게 의견을 교환하기 위해서란 해석이 나오고 있다.

LG그룹에서는 구본무 회장이 아닌 동생 구 부회장이 총대를 멨다. 구 부회장은 최근 그룹 내 경영 전반을 챙기며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구 부회장은 이달 초 열린 LG그룹의 핵심 회의인 전략보고회를 직접 주재해 관심을 받았다. 전략보고회는 LG 주요 계열사 최고경영진이 한자리에 모여 중장기적 경영 목표와 성과를 점검하는 자리로, 지난해까지는 구본무 회장이 주재해왔다. 재계에서는 이번 한미정상회담으로 구 부회장의 역할이 더욱 커질 것으로 보고 있다.

한편 경제인단에 포함된 총수들은 공식 일정이 시작되는 28일(한국시간 29일)에 앞서 미국 현지에 도착해 방미 일정을 준비하고 있다. 재계에 따르면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을 포함해 권오현 삼성전자 부회장, 최태원 SK 회장, 구본준 LG 부회장 등 총수들은 대부분 27일 출국했다.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은 미국 출장 일정을 겸해 현지에서 ‘대기’ 중이다.  

경제인단은 28일 오후 열리는 ‘한미 비즈니스 서밋’ 등 공식 행사에 참석해 경제외교를 펼칠 예정이다.

(CNB=선명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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