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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재 탈모 칼럼] 군 복무 중 발생한 탈모와 국가 유공자 인정받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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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홍성재 의학박사/웅선클리닉 원장기자 |  2017.06.26 11:08:42

홍성재 의학박사/웅선클리닉 원장

“군에서 탈모가 생겼고, 국가유공자 신청을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에 따른 입증 자료가 필요합니다.” 20대 후반 남성 P씨의 요청 내용이다. 전역 3년째인 P씨는 군복무 중에 탈모가 발생했다. 오른쪽 귀 위쪽 두 군데에 10원짜리 동전 크기로 모발이 탈락했다. 탈모 발생 6개월 후 전역한 그는 피부과에서 치료를 받고 호전이 됐다. 그러나 3개월 후에 치료받은 부위 주변에 또 탈모가 일어났다. 그의 원형탈모는 호전과 개선이 반복됐다. 

P씨의 궁금증은 3가지였다. 먼저, 치료 가능성이다. 3년 이상 지속된 원형탈모로 여러 병원을 찾았던 그는 치료에 대한 믿음이 약했다. 자가면역질환으로 이해되는 원형탈모는 98% 치료가 되거나 자연적으로 회복된다. 그러나 드물지만 전두부 탈모로 전환되거나 사행성 탈모로 전환되면 치료가 쉽지 않다. 또 치료 효과의 개인차가 심하고, 치료가 돼도 재발이 잦다.

다음, 현재의 증상과 군복무 시절의 탈모 연관성 입증이다. P씨는 군에서 탈모 치료를 받지 않았다. 전역 3개월 후에 병원에서 치료를 받았다. 탈모 진료 기록은 이 무렵부터 존재한다. 이에 P씨는 현재 증세가 이미 3년 이전에 시작됐음을 의학적으로 입증해달라는 것이다. 그런데 입증이 쉽지 않다. 나무의 나이는 나이테로 가늠할 수 있지만 모발 탈락 역사는 두피로 확인할 수 없다.

마지막으로 탈모와 국가유공자 예우다. P씨는 의사로부터 ‘군 생활 중에 생긴 탈모’라는 소견을 받아 국가유공자 신청을 하고 싶어한다. 하지만 그의 생각은 현실성이 떨어진다. 군 복무 중 스트레스로 인한 모발 탈락 입증이 극히 어렵다. 당시의 진료 기록이나 정황 등이 충분해야 한다. 막연히 군 생활 중 발생한 탈모라는 주장으로는 국가보훈처의 엄격한 심사를 뚫을 수 없다. 탈모와 군 생활과의 인과관계를 명확하게 입증해야 하는데 당시에 치료를 받은 경우도 드물다.

탈모는 기본적으로 유전성이라 ‘국가 유공’은 별따기

국가유공자는 나라에 공헌하거나 희생한 사람이다. 국가유공자예우 등에 관한 법률 제4조에 공상군경 항목이 있다. 군 복무 중 발생한 탈모로 국가유공자 예우를 받으려면 공상군경으로 인정되어야 한다. 그런데 나라와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기 위한 활동 중에 나타난 탈모라도 유전성은 배제된다. 남성형 안드로겐 탈모는 군생활로 인한 스트레스가 촉진 요인일 수는 있지만 근본 이유는 유전이기 때문이다.

다만 군 생활 중 구타 등의 특수한 환경요인에 의한 탈모, 또는 질환으로 인한 탈모의 경우 증빙서류와 인과관계가 확실하면 예외적으로 인정받을 가능성은 있다. 특별하게 탈모로 국가유공자 예우를 받은 K씨는 입대 후 구타 등의 혹독한 환경에서 온몸에 털이 빠지는 증세를 겪었다. 그러나 입원 등의 치료를 받지 못했다. 전신탈모는 기간이 경과할수록 난치병이 된다. 질병의 예후가 극히 좋지 않다. 그에게는 전신탈모 유발 가능성이 있는 빈혈, 갑상선 이상, 루프스 등의 이상 소견도 없었다.

하지만 탈모가 군에서 발생하고, 전역 후에 더 악화되어도 국가유공자 예우를 받는 것은 하늘의 별따기다. 의학적으로 탈모 원인이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원형탈모와 전신탈모는 자가면역질환으로 이해되지만 원인은 여전히 불분명하다. 주로 혈액 속의 T임파구가 모발을 이물질로 인식해 공격하는 정도로 알려져 있다. 원형탈모인의 2% 이내는 전신탈모로 악화된다. 원형탈모와 전신탈모는 원인이 불명확한 만큼 과로, 스트레스로 악화된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군 생활 중의 고생으로 인해 원형탈모가 생기고, 전신탈모로 악화됐다는 입증 자체가 현재의 의학으로는 불가능한 셈이다.

또 군복무는 정신적, 육체적 스트레스를 수반한다. 업무에 따른 통상적인 스트레스를 탈모와 연계하는 것은 무리다. 유전성인 남성형 탈모는 성장기가 끝난 20세 무렵부터 발현되기 시작한다. 군인들의 연령은 대개 20대 초반이다. 유전성인 남성형 탈모는 전체 탈모의 80% 가량이다. 군인들의 탈모 대부분은 군대라는 특수한 환경보다는 유전성으로 이해해야 한다. 

(정리 = 최영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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