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NB저널 = 홍성재 의학박사/웅선클리닉 원장) 남성 탈모인에게 끊이지 않는 불안감이 있다. 탈모 치료약 복용과 정력 감소의 연관성이다. 모든 약물에는 부작용 가능성이 있다. 탈모 치료약의 주성분인 피나스테리드와 두타스테리드도 완전무결할 수는 없다. 두 성분의 제약 임상에서 2% 미만의 정력 감소 부작용이 보고되고 있다. 100명 중에 1명이나 2명에 불과하다.
그런데 탈모 상담을 하면 100명 중에 20~30명이 정력 약화 가능성을 질문한다. 현실의 부작용보다 심리적 불안감이 특별하게 만연됐음을 알 수 있다. 또 우연의 일치, 오비이락(烏飛梨落) 현상으로 볼 수도 있다.
첫째, 소문에 의해 몸이 통제된 경우다. 남성 대부분은 성 능력에 극히 민감하다. 미세한 변화에도 크게 연연해한다. “탈모 약을 먹은 뒤 발기부전이 왔다”, “머리카락은 회복됐는데 정력이 떨어졌다”는 등의 소문이 많다. 주위의 의심스런 속삭임에 ‘혹시 나도’라는 불안감에 빠지게 된다. 이런 이야기를 자주 들으면 혹시가 역시로 바뀐다. 두려움은 강하게 전염되며 더 큰 불안을 만드는 속성이 있다. 이에 프랭크린 루스벨트는 “인간이 유일하게 두려워해야 할 것은 두려움 그 자체”라고 했다. 두려움을 정확히 인식하고, 공포의 포로가 되지 말 것을 당부한 것이다.
두려움이 공포를 생산하는 것은 한 실험에서도 입증된다. A 집단에게는 피나스테리드의 성 기능 약화 가능성을 말했다. B 집단에게는 아무런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 두 집단에서 피라스테리드를 복용하게 했다. 일정 시간 후에 정력 약화 조사를 했다. A집단이 B집단에 비해 3배나 정력 약화를 호소한 비율이 높았다. 사실과 다른 내용에 두뇌와 몸이 속은 것이다. 노세보 효과(nocebo effect)는 진짜 약을 먹어도 불신 때문에 약효가 발휘되지 않는다.
둘째, 오비이락의 경우다. 의학적으로 탈모 치료약은 성 기능 약화와 관련이 없다. 정력 관여 호르몬은 테스토스테론이다. 탈모 치료제는 탈모를 유발하는 DHT 생성을 억제한다. DHT는 테스토스테론이 5알파-환원효소(5α-reductase)를 만나 생성된다. 탈모 치료약의 정력 약화 불안감은 DHT 생성 억제와 테스토스테론 생성 억제를 동의어로 본 탓이다. 탈모 치료약 성분은 테스토스테론 감소와 무관하다.
약을 절반으로 줄이거나, 저용량 발기부전치료제 함께 복용
발기력과 관계된 테스토스테론은 20대 중반까지는 체내 분비량이 늘어난다. 이후 매년 1% 전후로 감소한다. 테스토스테론 수치가 낮으면 남성 갱년기 증상이 나타난다. 40대에 접어들면 수치가 정상 미만으로 떨어지고, 50세쯤에는 정상 수치의 60% 수준, 60대에는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병원을 찾는 탈모인 절대다수는 테스토스테론이 많이 감소된 40대와 50대 그리고 60대다. 공교롭게 성 능력이 약화되는 중년과 겹친다.
이유를 떠나 탈모 치료약을 복용하고, 정력 감소가 나타나면 어떻게 해야 할까. 필자는 먼저, 약의 양을 절반으로 줄인다. 제품에 따라 다르지만 양을 절반으로 줄여도 탈모 치료 효과는 80% 정도에 이른다. 또 정력 감소 호소 비율도 현저하게 낮아진다.
다음, 40대 이상의 중년에게는 저용량 발기부전치료제인 타다라필(Tadalafil) 5mg 복용을 권유한다. 타다라필은 발기부전, 양성 전립선 비대증 증후 및 증상 치료제다. 이 경우 탈모도 치료되고, 정력의 어려움도 사라진다. 방법은 8~12주 동안 매일 잠자기 전에 복용한다. 정력 강화는 혈관 내피세포 재생, 음경해면체 혈류 개선, 음경 혈관 청소 효과가 있어 발기력이 향상된다.
남성의 발기는 혈액이 음경 동맥으로 다량 유입될 때 가능하다. 음경 동맥은 1~2mm 정도에 불과하다. 혈관에 노폐물이 쌓이면 혈액 유입량 부족으로 발기가 쉽지 않다. 타다라필은 혈관 청소 기능으로 남성 능력을 키우게 한다. 피나스테리드와 타다라필 5mg을 같이 복용하면 배뇨도 시원하다. 중년의 배뇨 어려움과 발기력 약화는 전립선이 커진 원인도 있다. 탈모 치료약 성분은 전립선을 크게 하는 DHT를 감소시키고, 타다라필은 혈관을 확장시키고 전립선의 혈행도 좋게 한다.
(정리 = 최영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