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덧 옷깃을 여미는 융동설한을 지나 가끔씩 봄 내음을 머금고 이는 바람에 기분이 상쾌해지는 삼월이다. 이맘때쯤 교정(校庭)에는 새 출발을 기다리는 우리 아이들과 청춘들의 희망의 연가로 떠들썩하다.
하지만 이러한 분위기 이면에 우리 사회는 아동학대란 고질적인 병폐로 몸살을 앓고 있다. 최근 연이어 매스컴에 장식되는 아동학대 사건을 보면 가정 내외를 불문하고 차마 입에도 담기 힘든 잔혹한 방법으로 학대가 이루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보건복지부의 최근 5년간 '아동학대 유형' 통계에 따르면 아동에게 필요한 음식, 옷, 의료 서비스, 안전 등을 제공하지 못하는 '방치'가 33%를 차지하고 있으며, 아동의 인지, 정서, 사회, 심리적 발달을 저해하는 '심리적 또는 정서적 학대'가 14%, '신체적 학대'가 7%, '성적 학대'는 4%이다. 충격적인 사실은 이 모든 학대 유형을 포함한 복합적 학대가 42%를 차지한다는 점이다.
아동학대와 관련된 요인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먼저 부부 갈등 및 폭력으로 배우자에게 물리적 학대를 당하는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자식에게 아동학대를 할 가능성이 높으며, 원하지 않는 임신으로 여성의 정신건강이 취약해질 경우 아이와 좋은 관계를 형성하지 못하여 학대가 발생한다.
다음은 부모가 유년시절 아동학대를 경험했을 경우 자녀에게도 학대를 가할 확률이 높아진다. 이와 더불어 알코올 중독, 마약 등 물질 관련 문제와 고용문제, 재정적 어려움 등의 사회 경제적 문제도 아동학대의 원인과 관련이 있다.
이는 심각한 사회문제로 학대를 당한 아이들은 우울 장애,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를 겪게 되며, 후유증은 성인기까지 이어지는 경향이 있다. 이러한 후유증은 자살과 학대의 대물림으로 이어지고 결국 국가와 사회는 병들어간다.
국가의 미래를 책임지고 나아가야 할 우리 아이들이 병들어가는 이러한 현실을 그저 바라보기엔 사태의 심각성은 '매우 위험' 상태로 접어들었다는 생각을 떨칠 수 없다.
아동학대는 부모, 교사의 책임이 아닌 우리 모두의 책임이다. 오늘의 책임을 회피할 수 있지만 내일의 책임을 회피할 수 없다는 말을 가슴 깊이 새기고 오늘 이 순간부터라도 주변에 소외받고 있는 아이들이 없는 지 살펴보고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다.
프렌시스코 페레(FRANCISCO FFRRER)의 '꽃으로도 아이를 때리지 말자' 저서의 제목처럼 우리 아이들을 사랑과 정성으로 보살핀다면, 미래의 주역인 아이들이 좋은 환경에서 자라 건강하고 밝은 대한민국을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인제경찰서장 총경 김성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