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임에 성공한 이광구 우리은행장의 시즌2 행보가 주시되고 있다. (사진=우리은행)
연임에 성공한 이광구 우리은행장. 최대 숙원이었던 민영화를 이끌어 냈고 강한 은행으로 체질을 바꿔 나가며 뛰어난 경영지표를 보여준 탓이다. 민영화 원년인 올해 민선 1기 은행장으로 당장 발 등에 떨어진 불은 더 나은 실적개선 요구다. (CNB=이성호 기자)
수익다변화·지주사 전환 ‘시동’
경쟁사와 치열한 핀테크 전쟁
과점주주체제 혁신적 리더십 요구
최근 우리은행 임원후보추천위원회(이하 임추위)는 이광구 현 은행장을 차기 행장으로 내정했다.
지난 2014년부터 우리은행을 이끌어 오고 있는 이광구 행장은 이번에 연임이 결정됨에 따라 오는 3월 24일 정기주총을 통해 공식 선임될 예정이다.
하지만 이 행장은 우리은행 정부 지분의 민간 매각으로 인해 IMM PE, 동양생명, 키움증권, 한국투자증권, 한화생명 등 새로 들어온 민영화 참여주주들의 요구로 6개월 마다 이사회에 경영성과를 보고해야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행장의 임기는 2년 이지만 반년 단위로 그동안 실적개선 등 성과에 대한 재평가를 받아야 하는 것.
일각에서는 행장 임기 내에 온전히 힘을 실어주지 않아 경영활동 반경의 폭을 축소시키거나 발목을 잡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시각도 일고 있다.
이와 관련 우리은행 한 관계자는 CNB에 “재평가는 오히려 관치금융 등 외압과 외풍에서 견뎌 낼 수 있게 하고 이 행장의 임기를 오히려 보장해주는 장치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경영평가를 통한 데이터를 무기로 삼아 낙하산 외부인사가 내려오는 것 등을 원천적으로 차단시켜 준다는 얘기다.
물론 향상된 실적이 뒷받침 돼야 한다는 전제가 깔려있다. 이는 연임의 배경이기도 하다.
이 행장은 2014년 4000억원대였던 당기순이익을 2015년 1조원대로 진입시켰고, 2016년에는 전년 대비 19.1% 증가한 1조2613억원으로 끌어올렸다.
특히 국내 최초 모바일전문은행인 ‘위비뱅크’와 금융권 최초로 금융생활 모바일 메신저 ‘위비톡’을 선보이는 등 한 발 빠른 미래성장동력을 찾고 있으며, 올해에도 이 같은 핀테크(금융+IT) 플랫폼 네트워크 확장으로 금융영토를 넓혀 나갈 계획이다.
앞서 이 행장은 차기 행장으로 내정된 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일반 회사에서 최고경영자 임기는 전적으로 주주들에게 달려있어 잘하면 4∼5년도 하고 못 하면 6개월 만에도 그만둘 수 있다”며 “민영화된 은행에서 임기는 큰 의미가 없다고 생각하고 매 순간 열심히 영업할 것”이라고 말해 부담을 느끼면서도 자신감을 내비치기도 했다.

▲우리은행은 지주사로의 전환을 모색하고 있다. (사진=CNB포토뱅크)
‘지주사’로의 복귀 “왜”
어떻게든 보다 향상된 수치로 존재의 이유를 보여줘야 하는 이 행장. 공격 경영을 위해 조직에도 메스를 가했다.
기존 국내그룹, 글로벌그룹, 영업지원그룹을 부문으로 격상해 각 부문장의 책임경영 권한을 강화했다. 기존 경영기획단을 경영기획그룹으로 확대 개편해 민영화 이후 사업포트폴리오 확대를 통한 수익 다변화를 꾀한다는 전략이다.
무엇보다 미래전략단을 신설한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지주회사로의 전환이라는 칼을 뽑아 든 것으로 미래전략단은 지주사 체제 전환을 전담한다. 지주사로의 회귀를 통해 과거의 영광을 되찾겠다는 복안으로 조만간 금융위원회에 지주사 인가 승인을 위한 예비인가를 신청할 전망이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지주체제가 아닌 이상 우리카드 등과의 시너지 효과를 발휘하기에 한계가 있다”며 “연내에 지주사로의 탈바꿈을 시도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우리은행의 최대주주는 51.06%의 지분을 보유한 예금보험공사(이하 예보)였으나 지난해 이중 29.7%를 민간에 매각했다.
IMM PE(낙찰물량 6%), 동양생명(4%), 유진자산운용(4%), 키움증권(4%), 한국투자증권(4%), 한화생명(4%), 미래에셋자산운용(3.7%) 등 총 7개 투자자들이 과점주주가 됐다.
과점주주란 소수의 주요 주주가 이사회를 통해 경영에 각자 참여하는 지배구조를 말한다. 이 행장의 연임을 결정한 임추위도 과점주주 추천 사외이사 5명으로만 구성됐었다.
그만큼 정부주도에서 민간(과점주주) 중심 경영으로 새롭게 옷을 갈아입게 된 것. 우리은행의 단일주체 최대주주는 여전히 예보로 아직도 21.4%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긴 하지만 예보는 공적자금 관리 차원에서 필요 최소한의 역할만 한다.
새로운 과점주주 경영체제 속에서 이 행장이 향후 어떠한 성적표를 받게 될지 추이가 예의주시되고 있다.
(CNB=이성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