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LG, SK, 롯데 등 주요 그룹사들은 지난 2일 신년사를 통해 과감한 혁신으로 위기를 돌파해야 한다고 한 목소리를 냈다.(사진=CNB포토뱅크)
주요 그룹 총수와 CEO들이 지난 2일 일제히 밝힌 2017년 신년사의 ‘열쇳말’은 ‘혁신’이다. 정치·경제적 악재가 혼재된 위기상황을 오히려 기회로 삼아야 한다는 것. 과감한 투자, 적극적인 M&A 등의 단어가 등장하며 올 한해 공격적인 경영 행보를 예고했다. 이들이 ‘격랑의 2017년’을 헤쳐 나갈 해법은 뭘까. (CNB=선명규 기자)
“변하지 않으면 침몰”
위기를 기회로 삼아야
경제대변혁 대비 주문
탄핵정국과 저성장 지속으로 올 한해 경제 전망을 낙관한 총수는 없었다. 그럼에도 ‘4차 산업혁명’으로 일컬어지는 패러다임의 전환기라는 점에서 분명 기회는 있을 것이라는 데 한 목소리를 냈다. 키워드는 변화와 혁신. 구성원들이 자발적 변화로 새 시대의 주인공이 돼 줄 것을 당부했다.
국민들의 시선을 의식해서인지 ‘준법경영’ ‘책임경영’ 등과 같은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는 단어들도 많이 등장했다. 공격적인 경영행보로 목표치를 달성하되, 기업의 투명성 확보라는 부분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는 것. ‘최순실 사태’를 의식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현재 특검 수사 대상에 오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올해 별다른 신년사를 내놓지 않았다. 대신 권오현 대표이사 부회장이 ‘삼성 디지털시티’에서 열린 시무식에서 임직원들에게 새출발을 위한 메시지를 전달했다.
권 부회장은 “지난해 치른 값비싼 경험을 교훈삼아 올해 완벽한 쇄신을 이뤄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갤럭시노트7’ 발화 문제로 겪은 위기를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는 의지가 담긴 발언이었다. 특히 제품 경쟁력의 기본인 품질의 중요성을 언급하며 “사소한 문제도 타협해서는 안된다”고 했다.
그는 또 “위기를 만든 것도, 극복하는 것도 우리다. 엄중하고 냉정하게 현실을 직시하면서 자신감을 가지고 위기를 돌파하자”고 역설했다.
지난해 화제가 된 삼성전자의 ‘새로운 기업문화 만들기’도 올해 계속될 전망이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부서별로 ‘선·후배님’ ‘프로’ 등으로 부르는 수평적 호칭을 도입했다. 창의성 제고를 위한 특단의 조치였다. 권 부회장은 “뛰어난 아이디어가 발현될 수 있도록 창의적 조직문화를 구축하고 문제점은 즉시 개선할 수 있는 시스템을 세우자”고 말했다.
구본무 LG그룹 회장은 여의도 LG트윈타워에서 열린 시무식에서 유독 ‘고객’ ‘신뢰’ 등을 자주 언급했다. 임직원들에게 ‘정도경영’과 ‘경영 투명성’을 강조하며, “성과도 중요하지만 고객과 사회의 신뢰 없이는 사업의 영속을 보장받을 수 없다”고 힘줘 말했다.
구 회장은 “정정당당하게 실력을 바탕으로 성과를 창출하는 정도경영의 문화를 더욱 강화해야한다”고 역설했다. 이어 “사업 구조를 고도화하고 경영시스템을 혁신하더라도, 사회로부터 인정과 신뢰를 얻지 못하면 영속할 수 없다”며 “우리가 하는 활동 하나하나가 더 나은 고객의 삶을 만든다는 사명감으로 모든 일에 임해야 한다”고 말했다.
경영에 있어서는 그 간의 사업 방식을 바꾸는 획기적인 전환을 예고했다. 구 회장은 “남들이 생각하지 못한 길을 개척한다는 각오로 우리의 사업 구조와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꿔야 한다”며 “우리 앞에 전개되는 새로운 경영 환경을 볼 때 과거의 성공방식은 더는 의미가 없다”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사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서는 R&D(연구개발)와 제조의 변화가 필요하며, 일의 방식에 있어서는 속도와 효율을 높이는 방향으로 주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SK 최태원號 “구성원 패기가 혁신의 지름길”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신년사를 통해 새해 경영방침은 ‘딥 체인지(Deep Change)’를 통한 새로운 가치 창출이라고 밝혔다. 이를 위해 조직 내부의 근본적인 혁신을 요구했다.
최 회장은 패기로 무장한 구성원, 경영시스템 개선, 사업모델 혁신 등 3가지 방법으로 변화를 이루자고 했다.
그는 “패기로 무장한다는 것은 딥체인지를 하기 위해 여러분 스스로 마음과 자세를 바꾼다는 것이며 변화와 혁신의 출발점은 바로 구성원 여러분”이라고 말했다. 이어 “사람에서 시작해 조직별로, 그리고 회사별로 일하는 방식과 문화를 재정의하고 실행하면 전체 경영시스템의 업그레이드가 완성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 “구성원 개개인의 마음과 자세, 그리고 일하는 방식의 변화 속에 진정한 사업모델의 혁신이 촉발될 것이며 사업모델이 명확해진다면 자산 효율화도 자연스럽게 진행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 회장은 이 자리에서 임직원들의 자발적 변화를 촉구하며 “새해 복 만듭시다”라는 덕담을 건네기도 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2일 신년사에서 임직원들에게 과감한 혁신과 변화를 당부했다.
신 회장은 먼저 질적 경영을 통해 기업 경쟁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는 “올해 정책본부가 축소 재편됨에 따라 각 계열사에서는 현장 중심의 책임경영이 더욱 중요해질 것”이라며 “각 사는 기술 개발, 생산, 마케팅 등 모든 면에서 글로벌 수준에 맞는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노력해 달라”고 말했다.
미래성장 준비를 위한 새로운 영역 개척도 강조했다. 그는 “인공지능(AI), 가상현실(VR) 등 ICT에 기반한 4차 산업혁명이 다가오고 있다”며 “이러한 메가트렌드에 철저하게 대비해 미래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새로운 사업 기회를 발굴해야 한다. 롯데만의 창의적 시각과 유연한 사고로 새로운 시장을 선점할 수 있도록 힘써 달라”고 주문했다.
신 회장은 지난해 안팎으로 불거진 논란을 의식한 듯, 기업의 도덕성과 윤리성을 특히 강조했다.
신 회장은 이 자리에서 “도덕성과 윤리성을 갖춘 기업만이 100년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다. 건전한 기업철학에 기반한 준법경영을 실천하자”며 “우리는 준법경영위원회 등 도덕성 확보와 준법경영을 위한 제도적 장치를 강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대적인 나눔의 행보도 예고했다. 그는 “이웃과의 나눔을 실천하며 사회와 함께 성장하는 좋은 기업, 존경받는 기업이 되자”며 “지속적인 일자리 창출과 미래 투자, 사회공헌활동으로 지역사회와 국가경제에 이바지하는 기업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한화 김승연號 “어려울수록 혁신 강도 높여야”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도 위기 극복 요인으로 고강도 혁신을 꼽았다.
김 회장은 신년사에서 “어려운 경영 환경에서도 오늘의 안정과 내일의 성장을 위한 혁신의 강도를 더욱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성장을 위한 방안으로는 사업 구조 고도화, 기업경영의 기본과 원칙 바로 세우기, 최악의 위기 상황에도 흔들리지 않을 리스크 관리를 들었다.
4차 산업혁명의 도래는 위기이자 기회로 정의했다. 김 회장은 “10년 후를 내다본 신기술, 신사업, 신시장을 개척해 미래 경쟁력을 강화해 나가야 한다”고 설명했다.
또 “새는 바람이 가장 강하게 부는 날 집을 짓는다고 한다”며 “지금 세상 밖에서 불어오는 위기의 바람 또한 우리가 더 강한 기업으로 성장하는 도약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
김 회장은 기업윤리의 중요성도 언급했다. 그는 “진정한 기업시민으로 거듭나며 새 시대에 부응하는 사회적 책임과 역할을 새롭게 정립해나가야 한다”며 “'함께 멀리'의 리더로서 진정성을 인정받으며 모든 영역에서 한 차원 높은 기업으로 도약해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손경식 CJ그룹 회장은 경기침체 돌파 카드로 먼저 적극적인 M&A를 빼들었다. 손 회장은 신년사에서 “올해 그룹 사업 전반의 획기적인 성장을 위해서는 자체적인 성장과 더불어 M&A에 적극적인 노력을 통해 각 계열사의 주력 사업에 대한 성장 발판을 공고히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더해 신흥국, 신시장 개척, 사업부문별 1등 경쟁력 확보, ‘완벽’과 ‘최고’를 지향하는 일류문화 체질화 등이 더해져야 한다고 설명했다.
손 회장 역시 기업의 사회적 책무를 강조했다. 그는 “사업으로 사회에 공헌하기 위한 CSV(Creating Shared Value, 공유가치창출) 활동이 확실하게 정착될 수 있도록 임직원이 한마음으로 노력해주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은 최근 발생한 기내 난동사건을 의식한 듯 ‘안전’을 최우선으로 강조하고 나섰다.
조 회장은 대한항공 본사에서 열린 시무식에서 “안전과 서비스라는 기본 원칙에 충실하고 안전저해행위 발생시 단호히 대처할 것”을 주문했다. 이어 “체득된 규정과 매뉴얼을 토대로 정확하고 단호한 대처가 이뤄진다면 문제가 되는 상황을 충분히 미연에 방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조 회장은 “‘고객의 행복’이라는 관점에서 현재 서비스를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 회장은 “고객 개개인에 대한 서비스 제공도 중요하지만 한 사람에 대한 서비스가 더 많은 승객의 불편이 된다면 서비스라 할 수 없다”며 체계적이고 매뉴얼화 된 지속가능성을 주문했다.
취임 2년차를 맞은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은 조직 역량을 하나로 묶는데 신년사의 방점을 뒀다.
박 회장은 “각오를 단단히 하고 하나로 모은 역량을 바탕으로 성과를 창출하는 이기는 팀(Winning Team)을 만들자”고 밝혔다.
특히 취임 초부터 강조했던 현장 중심의 기업문화에 대해 “현장은 기업 활동의 핵심이며 현장의 성과가 곧 그룹의 성과”라고 강조했다.
박 회장은 글로벌경제의 변화에도 능동적으로 대처해줄 것을 주문했다. 미국 트럼프 정부의 출범과 글로벌 금리인상, 환율 변동, 국가별 보호무역 강화 등을 언급하며 “무엇보다 수익구조의 근본적인 개선으로 재무건전성을 더욱 강화해 나가야 한다”고 당부했다.
GS 허창수號 “과감한 투자로 불확실성 극복”
허창수 GS그룹 회장은 신년사에서 경영환경의 불확실성을 언급하며 “과감한 투자를 통해 수익기반을 다변화하고 새로운 사업기회 발굴과 시장 개척을 위한 다양한 시도를 장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시대를 읽는 통찰력을 바탕으로 사업 포트폴리오를 확충하고 고도화한다면 경영환경의 불확실성을 극복하고 지속 성장하는 기반이 마련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허 회장은 도약의 밑거름으로 ‘성찰’을 꼽았다. 신년사 말미에 중용(中庸)에 나오는 고어를 인용해 “'남이 한 번에 성공할 때 나는 백 번을 하고, 남이 열 번을 하면 나는 천 번을 하겠다'는 열정과 각오로 실행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CNB=선명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