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새벽 산책길에서 느끼는 차가운 공기와 짙은 안개, 어르신들의 옷깃을 여미는 모습을 보면서 겨울이 왔음을 실감한다.
금년 7월 동래소방서장으로 부임한 이래 동래·연제구 지역의 인구 고령화 현상을 피부로 느껴온 터라 올 겨울 어르신들의 각종 안전사고가 더욱 염려스럽다.
최근 한국 통계청에 의하면 우리나라 65세 이상 노인인구는 총 인구의 약 13%이나 우리 동래·연제구 지역은 그보다 높은 14.8%로 고령사회로 진입하였다. 뿐만 아니라 2026년에는 65세이상 노인인구 비율이 20.8%까지 상승해 인구 5명중 1명이 노인인 초고령사회로 진입할 예정이다.
고령 사회로 진입하면서 늘어나고 있는 시설중의 하나가 노인요양병원이다. 그러나 공공성 보다는 수익성을 앞세운 시장 중심의 공급체계가 화재에 무방비한 요양병원을 많이 만들었다는게 전문가들의 견해이다.
2014년 5월 28일 전남 장성군 A노인요양병원에서 방화로 추정되는 화재가 발생해 대형 인명피해(사망 21명, 부상 8명)가 발생했고, 당시 화재가 확대된 원인 중 하나로 스프링클러 설비 등 자동소화설비의 미설치로 인해 인명 피해를 키웠다는 지적이 있었다.
반면 `15년 4월 12일 나주시 B요양병원 직원 휴게실에서 불이 난 적이 있었다. 방화로 추정되던 전남 장성의 요양병원과 달리 나주의 요양병원에서는 전기장판에서 발화된 차이가 있었지만, 화재취약시간인 자정을 전후로 간이침대에서 불이 시작된 점이 비슷했다.
하지만 나주 요양병원에서는 스프링클러의 작동으로 인명피해가 전혀 없었다. 이렇게 스프링클러가 미설치된 곳에서는 대형 참사로, 스프링클러가 설치된 곳에서는 한밤의 소동으로 끝난 것이다.
이에 따라 국민안전처에서는 요양병원에 대한 소방시설을 강화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화재예방, 소방시설설치 및 유지·안전관리에 관한 법률 시행령'을 국무회의에서 의결(`14.6.25.)했고, 지난해 7월 1일부터 시행중에 있다.
개정안의 주요내용을 살펴보면 먼저 신규로 설치되는 요양병원은 면적에 관계없이 소방시설(스프링클러 또는 간이스프링클러, 자동화재탐지설비, 자동화재속보설비) 설치가 의무화 되었고, 기존에 운영 중인 요양병원인 경우 `18년 6월 30일까지 소방시설 설치를 완료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기존에 다수 요양병원에서는 비용 부담 등을 이유로 소방시설을 당장 설치하지 못해 `18년 6월까지 유예기간에 맞춰 설치할 것으로 보이나, 시민의 소중한 생명과 재산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하루빨리 요양병원의 소방시설 조기 설치가 절실한 현실이다.
장성 요양병원 화재에서도 알 수 있듯이 화재는 언제, 어디서나 예기치 못한 곳에서 발생한다. 하지만 평소 관계자들의 안전의식이 더해져 화재를 예방하고 개정된 법령에 따라 소방시설을 조기에 설치해 유지·관리 한다면 우리 부모님 같은 어르신들이 화마로부터 보호되어 안전한 삶을 영위하게 될 것이다.
/ 박억조 부산 동래소방서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