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은행이 최대 숙원인 민영화에 성공했다. (사진=CNB포토뱅크)
우리은행이 천신만고 끝에 새주인을 찾게 되면서, 최대 숙원인 민영화를 이루게 됐다. 지난 16년 간 여러 번 매각 시도가 있었지만 번번이 무산되다가 이번에 흥행에 성공했다. 비결이 뭘까? (CNB=이성호 기자)
비결1. ‘쪼개서 팔기’ 매수자 부담↓
지난 13일 정부와 예금보험공사(이하 예보)는 공적자금관리위원회의 의결을 거쳐 낙찰자 7개사(매각물량 29.7%)를 최종 선정했다. 이로써 우리은행은 4전 5기 끝에 최대 숙원인 민영화를 실현하게 됐다.
우리은행의 매각 성공은 핀테크의 발달로 금융업 구조조정이 계속되고 있으며, 저금리 기조로 은행권의 수익이 과거보다 많이 줄어든 상황에서 성사된 것이라 더 큰 의미를 지닌다. 업계에서는 우선 획기적인 매각 방식이 투자자의 구미를 당긴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이번 매각은 과점주주 방식이었다. 과점주주란 여러 명의 주주가 각자 경영에 참여하는 제도다. 우리은행은 그동안 매각이 번번이 실패로 돌아가자 이 제도를 새로 도입해 지분을 쪼개서 팔았다.
최대주주인 예금보험공사의 지분 51.06% 중 29.7%를 나눠서 매각했는데 낙찰자는 IMM PE(낙찰물량 6%), 동양생명(4%), 유진자산운용(4%), 키움증권(4%), 한국투자증권(4%), 한화생명(4%), 미래에셋자산운용(3.7%) 등 총 7개사다.
이처럼 여러 금융사들이 참여한 이유는 작은 지분으로도 경영에 참여할 수 있어 실리를 챙기기가 용이하기 때문이다.
최순실 게이트 등으로 국내 정치가 불안한 데다 인터넷은행 등 핀테크 환경의 변화로 변수가 커졌다. 많이 오른 우리은행 주가도 부담이라 한꺼번에 매수하기에는 덩치가 너무 크다. 주당 매각단가는 약 1만1800~1900원대 수준으로 총금액으로는 약 2조4000억원대에 이른다. 따라서 분할 매수는 그만큼 가격 부담에 따른 리스크를 줄일 수 있다.

▲우리은행 과점주주 매각 낙찰 상세내역. (자료=금융위)
비결2. ‘트럼프 효과’로 예대 마진↑
다음으로는 미국 대선 결과가 긍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 있다. 대통령에 당선된 도널드 트럼프는 재정지출을 늘리는 등 적극적인 성장 정책을 펼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에 따른 금리인상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월가에서는 트럼프 재임 기간 중에 기준금리가 3~5%까지 오를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이미 미국 30년물 국채금리가 지난 1월 이후 처음으로 3%로 올랐다.
미국과의 무역·금융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는 이 영향을 받게 될 전망이다. 현재 우리나라 기준금리는 1.25%며 담보대출금리는 2~3%대다. 은행의 주요수익은 예금과 대출 간의 차익(예대마진)으로 실현된다. 따라서 금리가 오르게 되면 대출금리 인상으로 이어져 예대마진이 확대될 수 있다. 이런 ‘트럼프 효과’가 우리은행 매각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끼친 것으로 풀이된다.
비결3. 뿌리 깊은 소매금융 수익성↑
우리은행이 그동안 장사를 잘해왔다는 점도 투자자의 눈길을 끌었다. 우리은행의 올해 3분기 누적 당기순이익은 1조1059억원으로 전년 동기대비 31.6% 증가했다. 3분기 만에 전년도 연간 당기순이익을 초과 달성한 실적이다.
우리은행은 선제적으로 가산금리를 올리는 등 글로벌 금리인상 기조에 발 빠르게 대응하며 이자 수익을 극대화 했다. 우리은행이 소매금융에 최적화 돼 있다는 점에서, 향후 금리인상기에 상당한 시너지를 낼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이런 이유들로 인해 증권가 반응도 긍정적이다. 유진증권, 유안타증권 미래에셋증권, 메리츠종금증권 등은 현재 1만2000원선의 우리은행 주식 목표가를 1만4500원~1만6000원으로 투자의견 매수를 유지하고 있다.
결국 주가의 오름세로 인한 비싼 매각 가격은 인수자에게는 부담으로 작용하겠지만, 이를 상쇄시킬 만한 투자 가치가 있다는 판단이 이번 민영화로 귀결된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최대주주가 경영권을 갖는 게 일반적인데, 이번 매각은 과점주주(분할매수자)가 적극적으로 경영에 참여할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라며 “매수자들 입장에서는 적은 비용으로 높은 수익을 기대할 수 있게 됐고, 만약 불확실성이 커지면 발을 빼기도 용이한 구조”라고 말했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CNB에 “그동안 매각에 강한 의지를 보여온 이광구 은행장의 장기 플랜이 시장에 먹힌 것 같다”며 “새로 이사회가 꾸려진 후 사업재편 등 넘어야할 산이 아직 많다”고 전했다.
(CNB=이성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