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은 고양소방서 최종용 고양남성의용소방대장의 기고문 전문이다.
[기고문]
11월 9일은 소방의 날이다. 올해 54주년을 맞았던 이날, 1년 동안 소방 발전에 헌신한 소방공무원 뿐만 아니라 의용소방대원과 소방관련 업무에 종사하는 일반인까지 상을 받고 기념행사를 하며 즐거운 하루를 보냈다. 기쁜 날임에 틀림없다. 주변의 많은 사람들이 소방의 날만큼은 최소한 소방가족(소방관, 의용소방대, 의무소방원 모두를 모아 우린 소방가족이라 부른다.) 모두 좀 맘 놓고 쉬어야 하는 것 아니냐며 덕담을 하기도 한다. 소방을 위해주는 이 말에 가슴 속 깊은 곳까지 따뜻해지곤 한다.
소방의 날은 긴급신고 119와 맞물려서 그 상징성을 가진 11월 9일로 지정된 것이다. 하지만 단순히 소방의 날이 그냥 119여서 11월 9일로 한 것만은 아니다. 그것은 화재 예방을 위한 또 하나의 절실한 마음을 담아 낸 날이기도 하다. 11월은 겨울로 접어들기 때문에 화기 취급이 많아지는 시기다. 모든 일이 처음이 어렵듯이 화기 취급도 처음 시작할 때 가장 위험하고 실수도 많기 마련이다. 따라서 11월은 화재 위험성도 가장 높은 시기다.
특히 소방관이 쉬고 소방관을 위한 날을 소방의 날로 하려면 화재도 가장 적고 사고도 가장 적은 날을 택해서 지정했어야지...... 하지만 소방의 날을 화재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날로 정하게 된 이유 중에 하나는 바로 소방의 날도 화재 위험을 알리고 홍보하는 날로 활용하기 위한 정책적 함의가 있다.
소방을 아끼는 분들께서는 ‘소방관이 쉬는 소방의 날’이 되기를 바래주셨지만 우리 소방은 그 고마운 배려를 화재를 경계하고 홍보하는 날로 활용한 것이다. 진심으로 고맙다. 그래서 소방과 함께 의용소방대원으로 있는 필자도 자부심이 인다.
곡돌사신(曲突徙薪), 사후 요란한 대책보다 조용한 예방이 더 중요
곡돌사신(曲突徙薪)이라는 말이 있다. 굴뚝을 구부리고 아궁이 근처의 땔나무를 다른 곳으로 옮긴다는 뜻인데 화근을 없애 재앙을 미연에 방지하라는 말이다. 하지만 이 말에는 좀 더 다른 이야기가 숨어 있다.
어떤 사람이 한 부자 집에 화재의 위험이 있으니 ‘곡돌사신’ 즉 굴뚝을 돌리고 장작을 옮기라고 충고하였다. 하지만 주인은 이 말을 듣지 않았고 결국 화재가 났는데 이를 끄기 위해 애쓰고 그러다 다치기까지 한 이웃들에게 집주인은 고마운 마음에 푸짐한 음식을 대접했다. 하지만 화재를 예방하기 위해 필요한 충고를 해준 사람에게는 아무런 고마움도 표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많은 기술적인 문제를 해결하고 현실도 반영해야하는, 그리고 널리 알려야하는 예방업무는 무척이나 힘들기도 하지만 일이 눈에 띄지도 않는다. 정말 묵묵히 자기 일을 충실히 하는 사람들이다. 그만큼 힘들고 고단한 분야이기도 하다.
하지만 우리 사회의 안전은 이러한 예방분야가 더욱 충실해질 때 기초부터 단단해질 수 있을 것이다. 사회의 각계 각층에서 큰 사고라도 나고 놀랄만한 화재가 발생하면 요란스럽게 각자의 대책을 발표하며 사회의 이목을 끌려는 사람들이 있다.
하지만 진정으로 주목받아야 할 사람들은, 화재 예방을 위해 노력한 사람들은 바로 많은 사람들이 알아주지는 않지만 자신들의 잔칫날인 소방의 날을 화재예방의 날로 헌납한 채 54년을 이어온 소방관들이 아닐까?
11월 9일은 소방의 날이다. 하지만 그것이 소방관만을 위한 날이 아니라 또한 화재예방의 날이기도 하다. 화재 예방을 위해 국민에게 바친 날이라는 것을 더욱 많은 사람들이 알게 될 때 우리나라의 많은 집들이 이미 굴뚝은 구부러져 있고 아궁이 옆의 장작은 치워져 더 이상 화재 없는 고주택으로
오래도록 남을 수 있게 될 것이다.
정리=CNB뉴스 김진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