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빼빼로데이 대목을 잡기 위해 편의점과 대형마트, 제과업계, 외식업계 등이 다양한 마케팅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김유림 기자)
매년 찾아오는 11월 11일 빼빼로데이가 어느덧 20주년을 맞았다. 특히 올해는 빼빼로데이가 금요일인데다 수능까지 앞둔 시점이어서 식품·유통·화장품·패션업계까지 판촉경쟁을 벌이고 있다. 이처럼 모든 업계가 대목을 잡기 위해 마케팅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빼빼로데이가 특정 기업의 상술로서 과소비를 부추긴다는 따가운 시선도 적지 않다. (CNB=김유림 기자)
유통기업 도 넘은 ‘꼼수 마케팅’
“과소비 부추긴다” 따가운 시선
“이날만이라도 모두 행복” 반론도
1996년 생겨난 빼빼로데이는 발렌타인데이, 화이트데이와 함께 한국 연인들의 대표적인 기념일로 자리 잡았다. 막대과자의 연간 매출 절반 이상이 11월 한 달에 집중될 정도로 소비가 활발하게 진행된다. 이에 식품, 유통, 뷰티 등 모든 업계는 놓칠 수 없는 대목을 잡기 위해 분주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가장 적극적인 프로모션을 펼치고 있는 곳은 편의점업계다. 편의점업계는 패키지 상품을 내놓는데 그치지 않고 특별한 마케팅을 진행하고 있어 눈길을 끈다.
GS리테일의 GS25는 반려견을 위한 빼빼로를 판매하고 있다. ‘빼빼로데이 반려견 선물세트’는 막대과자처럼 길쭉한 모양의 애견 간식과 장난감으로 구성됐다. GS25 측은 “반려동물 관련 상품의 매출이 지속적으로 증가함에 따라 이번 기획세트를 준비했다”고 설명했다.
롯데그룹이 운영하고 있는 세븐일레븐의 임직원 봉사단은 지난 8일 청운보육원을 방문해 아이들과 함께 빼빼로를 만들었다. 회사 측은 “봉사단이 아이들에게 특별한 빼빼로를 만들어주기 위해 사전에 조리법을 공부했으며, 이날 아이들과 함께 하트모양, 별모양 등 다양한 모양의 빼빼로를 만들었다”고 전했다.
▲BGF리테일의 CU, GS리테일의 GS25 등 편의점업계도 빼빼로데이 마케팅을 활발하게 벌이고 있다. 사진은 CU 연희점 전경. (사진=김유림 기자)
BGF리테일의 CU는 시간이 없거나 거리가 멀어 빼빼로를 전달하기 힘든 사람들을 위해 ‘배달 서비스’를 실시하고 있다. 일정 금액 이상만 구매하면 누구나 서비스 시용이 가능하며, 배달 완료와 동시에 상대방에게 고백을 할 수 있는 문자 메시지 서비스도 제공한다.
대형마트 역시 빼빼로데이를 활용한 매출 올리기에 열을 올리고 있다.
신세계 이마트는 자체브랜드(PL) 상품인 피코크 브랜드를 비롯해 매일유업·해태제과·오리온 등 10개 브랜드의 스틱모양 과자류 및 초콜릿을 단일 브랜드로 3만원 이상 구매 시 5000원 신세계 상품권을 증정한다.
롯데마트는 역시 빼빼로데이 행사상품을 3만원 이상 결제한 고객에게 5000원 상품권을 증정하며, 롯데·신한·KB국민·현대·NH농협 카드로 3만원 이상 구매한 고객에 한해 ‘카카오톡 이모티콘’을 제공한다.
홈플러스는 빼빼로와 수능시험을 묶어서 활용하고 있다. 행사상품을 3만원 이상 구매시 ‘행복하자’ ‘열공하자’ 등과 같은 문구가 새겨진 보조배터리를 증정한다. 18개 점포에서는 초대형 빼빼로와 인기 아이돌그룹 엑소의 포토존을 마련해 놨다.
남성이 여성을 위해 선물을 구매하는 비율이 많은 기념일 특성상 패션과 뷰티업계 역시 다양한 행사를 기획하고 있다. 아모레퍼시픽의 뷰티 편집샵 아리따움은 빼빼로데이에 맞춰 11월 빅세일을 실시하고 있으며, 이랜드월드의 클라비스, 휠라 등 의류 매장도 빼빼로데이 연계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식품업계도 빼놓을 수 없다. CJ푸드빌이 운영하는 뚜레쥬르는 빼빼로데이 제품 포장지에 ‘받아주세요’, ‘너에게주는거야’와 같은 귀여운 문구를 새겨 읽는 재미가 있다. SPC의 파리바게트는 빵으로 만든 막대과자인 ‘빵빼로’ 20여종을 판매하고 있다.
▲일본 글리코사의 바통도르(위)와 롯데제과의 빼빼로 프리미어. (사진=연합뉴스)
반면 과자 ‘빼빼로’로 인해 빼빼로데이의 원조 격이 된 롯데제과는 조용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롯데그룹은 신동빈·신동주 형제의 경영권 분쟁, 롯데홈쇼핑 납품비리, 롯데제과의 포장 표절 등 각종 논란으로 공분을 샀다. 당시 롯데제품 불매운동이 일어났으며 빼빼로데이를 폐지하자는 주장까지 나왔다. 그 여파는 올해도 이어지고 있다.
이 때문에 롯데제과는 몇 년 전부터 빼빼로 마케팅을 가급적 자제하는 분위기며, 이 시즌에는 사회공헌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롯데제과는 지난 4일 빼빼로 판매 수익금으로 지역아동센터를 설립했다. 이 곳에는 학습실, 활동실, 상담실 등이 마련되어 있어 어린이와 청소년들이 방과 후에 놀이와 학습 활동을 할 수 있다.
롯데제과 관계자는 CNB에 “롯데에서 빼빼로데이를 만들었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며 “빼빼로데이는 영남지역의 여중생들이 ‘날씬해지자’고 서로 다짐하면서 빼빼로를 주고 받은 것에서 유래됐다”고 말했다.
이어 “기업에서 인위적으로 ‘데이 마케팅’을 만드는 것은 한계가 있다”며 “실제로 다수의 제과업계가 특정일을 자사의 과자류 제품과 연결시켜 ‘데이 마케팅’을 실시했지만 대부분 실패했다”고 말했다.
(CNB=김유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