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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텔링] 막 올린 여야 ‘상법 프레임 전쟁’

‘1주 1의결권’ 무너지나…법 개정 이슈 꿈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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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이성호기자 |  2016.11.07 10:39:56

▲정갑윤 의원(새누리당)은 지난 2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최근 기업지배구조 관련 상법 개정안의 이슈와 과제’라는 주제로 정책 세미나를 개최했다. (사진=이성호 기자)

최근 여권을 중심으로 기업의 경영권 방어를 위한 제도적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차등의결권과 신주인수선택권(포이즌 필) 등 국내에선 생소한 제도들이 수면위로 급부상하고 있는 것으로 조만간 국회에 관련 법안이 정식으로 제출될 예정이다. 하지만 반대의 목소리도 만만치 않아 법 논의 과정에서 상당한 진통이 뒤따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CNB=이성호 기자)

與 “대주주 의결권 강화” vs 野 “개미 권리 우선”

“지난해 미국의 헤지펀드 엘리엇과 삼성물산 간 분쟁에서 필요성이 제기된 경영권 방어수단이 도입되지 못하면서 올해 엘리엇의 칼끝은 다시 삼성전자를 향했다”(새누리당 정갑윤 의원, 지난 2일 국회 상법개정 세미나)

최근 여권을 중심으로 기업경영권 방어를 제도적으로 보장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유력하게 언급되고 있는 제도는 ‘차등의결권’과 ‘포이즌 필(poison pill)’이다. 

차등의결권은 ‘1주 1의결권’ 원칙을 벗어나 일부 예외를 둘 수 있는 제도다. 경영권을 보유한 대주주의 주식에 한해 보통주보다 더 많은 의결권을 부여, 적대적 인수합병(M&A)로부터 경영권을 방어하는데 도움을 주는 제도다. 

포이즌 필은 적대적 M&A 시도가 있을 때 기존 주주들에게 시가보다 싼 가격에 지분을 매수할 수 있는 권리를 부여하는 제도다. 회사를 지키기 위해 독약(주식)을 삼킨다는 의미에서 일명 ‘포이즌 필’로 불린다. 

▲정갑윤 의원. (사진=이성호 기자)

정부·여당에서는 제도도입에 대해 긍정적인 시그널이 감지된다. 

새누리당의 대권 잠룡 중 하나로 거론되는 오세훈 전 서울시장은 지난달 특강에서 “1주 1의결권이 전가의 보도처럼 꼭 지켜야 하는 원칙은 아니다. 다국적기업 등에서 보듯 경영권을 방어하되 공익재단 등 사회공헌활동에 나설 수 있는 시스템이 만들어져야 한다”고 밝혔다. 

법무부도 지난달 국정감사에서 새누리당이 추진하고 있는 ‘차등의결권·포이즌 필’ 도입에 대해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드러내기도 했다. 19대 국회에서 ‘차등의결권·포이즌 필’을 골자로 한 상법 개정안을 대표발의 한 바 있는 정갑윤 의원은 조만간 20대 국회에서도 재발의할 예정이다.

정 의원은 최근 상법개정 세미나에서 “경제 위기가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보호 장치를 마련해 주지 않으면 과거 IMF 시절 헤지펀드에 의해 알짜회사들이 넘어간 아픈 기억이 재현될 수 있다”며 “OECD회원국 30개국 중 20개국 이상이 자국기업을 위해 운영하고 있는 차등의결권과 포이즌 필이 우리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 의원의 주장처럼 외국 기업의 국내 기업에 대한 적대적 태도는 그동안 한두 번이 아니었다. 현대엘리베이터의 2대 주주인 스위스 기업 신들러와 현대그룹 간의 분쟁, 헤지펀드 엘리엇의 삼성에 대한 공격, 오비맥주가 벨기에 기업인 인터브루에 매각된 사례 등이다.  

이들은 때로는 독자적으로 때로는 흑기사(경영권 탈취에 도움을 주는 기업)로 둔갑해 우리 기업들을 노리고 있다. 

▲국회. (사진=CNB포토뱅크)


경제활성화 vs 경제민주화 

하지만 반대 목소리도 상존하고 있다.

시민사회단체 등에 따르면 차등의결권과 포이즌 필이 도입되면 지배주주의 사익추구 수단으로 전락할 우려가 있다. 대주주의 의결권이 강화돼 상대적으로 일반주주들의 역할이 작아지게 된다는 것이다. 

상법상 주주평등의 원칙에 반할 뿐 아니라 M&A의 순기능을 방해할 여지도 있다. 부적절한  경영진을 교체할 효과적 수단인 적대적 M&A가 역할을 못하게 된다는 우려다. 

무엇보다 이미 순환출자나 자사주 매입 등의 경영권 방어책을 통해 대주주 중심의 소유지배구조가 유지되고 있는 상황에서 이를 확대하게 되면 오히려 심화·고착화시키게 된다는 목소리다.

참여연대에서 활동하고 있는 김남근 변호사는 CNB에 “차등의결권·포이즌 필 등을 도입하는 나라들은 대개 정치적 타협을 통해 이뤄지는 측면이 있다”며 “이 제도들이 걸코 바람직해서 운용되고 있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기업들이 사회적 책임, 적극적인 세금 납부, 공정거래질서 준수를 받아들이는 조건 하에 시행되고 있다는 얘기다. 

김 변호사는 “예외와 특혜를 만들 때는 합법적으로 상응하는 대가가 필요하다”며 “시장지배구조가 왜곡돼 있다 보니 재벌개혁이 중요한 사회 이슈인데, 오히려 재벌특혜를 공고히 한다는 점에서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내기 어렵다”고 고개를 저었다. 

한편, 야권에서는 일부 대기업의 부도덕한 지배구조를 개선하고 소액주주의 권리 보호·강화를 위해 경제민주화를 위한 기업지배구조 개선을 꾀하고 있다. 야당에 의해 국회에 제출된 상법 개정안의 경우 감사위원 분리선출제 도입, 집중투표제 의무화, 다중대표소송제, 사외이사 규제 강화 등을 담고 있다.

그러나 투명성에만 초점을 맞추다보니 기업경영권을 약화시켜 외려 외국계 투기자본에게 악용될 소지가 있다는 부정적인 시각도 대두대고 있다. 이처럼 여당과 야당의 기업지배구조 개선 방향이 판이하게 달라 조만간 ‘상법 프레임 전쟁’이 본격화될 전망이다.  

(CNB=이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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