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경석기자 | 2016.10.21 16:51:36
"화천에 살면서 화천의 미래를 생각할 때 당장 할 수 있고 꼭 해야 하는 일은 파로호를 평화호수로 이름을 바꾸는 것이다."
화천군 용호리 백승우 이장은 20일 오후 2시 철원 DMZ평화문화광장에서 열린 'DMZ 주민의 삶, 어제와 오늘 그리고 미래, 제1회 DMZ 주민 토론회'에서 "파로호는 혐오감을 일으키는 이름"이라며 이같이 주장하고 "DMZ 접경마을 주민협의회 구성"을 제안했다.
파로호(破虜湖)는 화천군 간동면 구만리·용호리 일대에 있는 인공호수로, 1944년 북한강 협곡을 막아 축조했다.
이승만 전 대통령은 6.25전쟁 이후 중국 공산군 3만 명을 수장시킨 전투의 승리를 기념해, '오랑캐를 무찌른 호수'라는 의미로 '파로호'라는 현판을 내려 오늘에 이르고 있다. 원래 이름은 화천호다.
남북 분단으로 DMZ 인근 주민의 삶에 어떠한 영향을 미쳤는지에 대해 주민의 목소리를 직접 듣고 해결 과제를 모색하기 위해 마련된 이날 토론회에서 백승우 이장은 "남북이 나뉘어 서로 싸우다 죽어간 우리 '아이들'을 위한 작고 아름답고 생태적인 추모관을 세우고, 합동 위령제를 지내자"고 제안했다.
생태, 생명, 평화의 가치가 새롭게 부상하고 있는 만큼 전쟁에 동원돼 만리 타국까지 와서 죽어간 중국과 미국과 기타 참전국들의 어린 영혼들은 물론 젊은 나이에 만리 타국인 베트남에 나가 죽어간 한국군을 위한 추모관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백승우 용호리 이장은 "민-관-군이 협력해 해나가면 가장 좋을 텐데, 민이 추동하고 관과 군이 지원하는 방식이면 좋겠다"면서 "DMZ 지역의 각종 마을 발전 사업 방향을 DMZ 문화권 조성을 목표로 세워나가야 한다"며 DMZ 접경마을 주민협의회 구성을 제안했다.
이는 고성, 인제, 양구, 화천, 철원, 연천, 고양, 김포, 강화, 옹진 11개 군이 연합해 각 시군의 특징점을 발굴해 특성화하고, 이를 DMZ 연대의 토대로 삼는 방식이다.
백승우 이장은 이어 "주민이 주도적으로 참여해 주민 스스로 DMZ 지역의 평화 정착과 사회 경제 문제를 해결하는 데 나서야 한다"면서 "궁극적으로 DMZ를 새로운 문명의 가능성과 가치를 발견하고 실현하는 장인 DMZ문화벨트로 전환시키기 위한 노력을 구체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시군별 DMZ 거버넌스 조직, 국내외 평화 문화예술 네트워크 구축, 시군 단위별 주민 주도형 문화컨텐츠 개발, 주민 주도 DMZ엑스포 개최, 청소년의 동아시아 평화순례(체류형 체험 투어) 등 DMZ를 동아시아 평화 벨트(역사문화 교육의 벨트)를 제시했다.
접경지역 주민들이 주도적으로 불합리한 정치적, 사회·경제적 조건을 개선하는 데 나서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정범진 한국DMZ평화생명동산 이사는 "우선적 과제는 DMZ 주민이 기존의 정치경제 체제 안으로 들어가 권력을 나눠가지는 것"이라며 "이는 한반도의 분단 현실을 넘어 세계의 평화와 공존, 그리고 생명의 공동체를 이루는 새로운 문명에 대한 전망을 갖는 세계 시민으로서 삶을 준비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강원발전연구원 류종현 박사의 연구결과 각종 규제로 인한 강원도내 자산가치 손실액은 연 27조 원에 이르고, 군사 규제로 인한 손실액이 8조8879억 원, 산림규제 8조5205억 원, 환경규제 8조2268억 원, 농업규제 1조4388억 원으로 추산됐다.
한편 'DMZ 주민의 삶, 어제와 오늘 그리고 미래, 제1회 DMZ 주민 토론회'는 (사)강원평화경제연구소가 주최하고 (사)남북강원교류협회가 주관해 마련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