롤러블폰의 원형 격인 ‘상소문폰’
‘이동식 스크린’ 등 공개마다 화제
혁신 제품 누가 만들었나 보면 ‘LG’
최근 윌아이엠과 협업한 브랜드 공개
‘귀 호강’ 전문가와 오디오 시장 공략
“대한민국은 IT강국”이란 말은 이제 잘 쓰지 않습니다. 당연하게 여기는 이유가 가장 클 텐데요. 그만큼 국내 정보통신산업은 급속도로 성장하며 세계에 이름을 날려 왔습니다. 날로 고도화되는 기술, 이를 바탕으로 탄생한 혁신적인 제품들이 증거입니다. 그리고 그 수많은 결과물에는 반드시 이야기가 숨어 있습니다. ‘IT 이야기’, 줄여서 [잇(IT)야기]에서 그 설을 풀어봅니다. <편집자주>
오래전부터 전자업계에 도는 말이 있습니다. “LG가 또?”인데요. 누군가 독특한 시도를 하면 여지없이 그 주체는 LG전자라는 뜻입니다. 눈을 휘둥그렇게 만드는 신기술을 공개했을 때가 대부분인데요. 간혹 도전의식(?)이 과해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조금은 다른 의미의 놀라움이겠지만, 공통적으로 경탄이 내포돼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성과를 떠나 상상만 하던 것을, 혹은 전혀 예상도 못한 결과물을 왕왕 내보였으니까요. 그만큼 LG전자는 그동안 실험적 행보를 이어왔습니다. 그런 실행력이 발전의 밑거름이 된 것도 불문가지일 테고요.
LG전자를 시도의 아이콘으로 추어올린 사례가 많습니다. 바로 떠오르는 건 지난 2021년입니다. 그해 열린 세계 최대 IT·가전 전시회 CES 개막 행사에서 전세계 최초로 공개한 ‘이것’ 때문인데요. 대중에게는 ‘상소문폰’으로 익숙할 ‘롤러블(Rollable)폰’을 이 자리서 선보였습니다. 상소문처럼 화면을 말았다 펴는 방식이라 붙은 별칭이죠. 롤러블폰의 상용화가 여전히 요원한 것을 보면 당시 일으킨 일대 혁신의 충격파는 지속되고 있는 셈입니다.
그해 등장한 게 또 있습니다. ‘스탠바이미’인데요. LG전자는 이 제품을 앞세워 이동식 라이프스타일 스크린이란 새로운 장르를 만들었습니다. 이른바 ‘반려(伴侶) 스크린’의 시대를 연 것인데요. 바퀴 달린 무선 스크린을 이리저리 끌고 다닐 수 있어서 큰 관심을 받았습니다. 이 제품이 처음 공개됐을 때도 마찬가지로 이 말이 나왔고요. “LG가 또?”
LG전자는 올해 초 4년 만에 후속작인 ‘스탠바이미 2’를 선보였습니다. 화면부와 스탠드가 분리되도록 만들었고, 최대 4시간까지 사용 가능한 고용량 배터리를 탑재했습니다. 이동성의 극대화를 위해서요. 혁신은 꼬리를 물고 이어지고 있습니다.
의외의 협업 대상에 “또?”
지난 7일에는 다른 성격(?)의 “또?”를 끌어냈습니다. 새로운 무선 오디오 브랜드 ‘LG 엑스붐(LG xboom)’을 공개했는데, 흥미로운 점이 있었거든요. 손잡은 이가 남달라서입니다. 주인공은 세계적 가수 윌아이엠. ‘Let's Get It Started’, ‘Boom Boom Pow’ 등 전주만 들어도 알만한 히트곡을 남겼고 빌보드 핫 100 1위, 그래미상 수상 같은 빛나는 기록도 썼습니다. 이러한 ‘귀 호강’ 전문가와 오디오 브랜드를 만들었다는 점만으로도 화제성은 급상승했습니다.
역할 분담이 확실했습니다. LG전자가 소개한 윌아이엠의 담당은 ‘새로운 경험을 설계하는 역할(Experiential Architect)’입니다. “제품 디자인, 사운드, 브랜드 마케팅 전반에 걸쳐 윌아이엠의 예술적 비전과 LG전자의 혁신적 기술이 결합된 결과물”이란 설명을 덧붙여서요. 윌아이엠은 브랜딩 전반에 관여하고, LG전자는 여기에 기술력을 입혀 탄생한 것입니다.
윌아이엠이 “기존의 틀을 깨고 스피커가 어떤 모습이어야 하는지, 어떤 경험을 제공해야 하는지를 상상하고자 했다”는 걸 보면, 상상과 실현을 위해 각자 잘하는 부분에 집중했다고 볼 수도 있습니다.
상상과 기술의 만남
이날 공개된 라인업 중에 눈에 띄는 것은 무선 스피커 3종입니다. 신제품에는 ‘AI 사운드·라이팅’ 기능이 들어갔는데요. 재생되는 콘텐츠를 실시간으로 분석해 최적의 음장(音場)과 맞춤 조명으로 전환해 듣는 동안 몰입도를 높여줍니다.
‘AI 공간인식 사운드’도 새롭습니다. 공간의 크기, 가구 배치, 벽의 재질 등에 따라 소리가 반사되거나 흡수돼 다르게 들릴 수 있다는 점을 보완한 기능입니다. LG 씽큐(LG ThinQ)앱으로 기능을 활성화하면 실내외 환경을 분석하고 조정해 최적의 사운드 밸런스를 찾아줍니다. 전문 음향 엔지니어가 최적의 조건에서 튜닝한 소리를 기준으로 삼았기에 다양한 공간에서도 균형 잡힌 사운드를 들을 수 있습니다.
LG전자는 이번 협업을 계기로 오디오 사업에 본격적으로 힘을 주기 시작했습니다. ‘포터블 오디오’, ‘웨어러블 오디오’, ‘홈 오디오’ 등으로 제품군을 세분화해 입지를 다지고, 수년 내 조 단위 사업으로 성장시켜 글로벌 강자로 도약한다는 계획입니다.
포문은 열렸습니다. ‘시도의 대명사’ LG전자가 날린 한 방이 세계 시장에 적중할까요? 어느 시점에 “LG가 또?”란 말이 나올지도 궁금합니다.
(CNB뉴스=선명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