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야흐로 미술 축제의 달이다. 11~23일은 문화체육관광부가 정한 올해의 미술주간이다. 서울·부산·광주 비엔날레를 비롯해 안양공공예술프로젝트 등 대규모 미술 행사가 열린다.
그리고 국내 최대 미술 장터인 한국국제아트페어(KIAF, 이하 키아프)가 13~16일 열렸다. 미술 애호가들을 비롯해 많은 사람들이 몰린 가운데 올해 키아프는 지난해 180억보다 늘어난 거래액 총 235억 여 원을 기록한 것으로 알려졌다.
키아프 현장은 늘 거대하고 북적북적하다. 코엑스 전시 홀을 가득 채우는 규모라 전체를 한 번 모두 둘러보려면 다리가 아플 정도다. 밀폐된 공간이 답답하긴 하지만 그래도 다양한 미술 작품을 한 자리에서 볼 수 있다는 메리트는 확실하다.
그런데 올해는 또 다른 아트페어에 눈길이 쏠렸다. 이 아트페어는 '2016 미술주간'의 작가 미술장터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마련됐다. 거대한 전시장 대신 푸른 하늘 골목길 아래를 걷는 것으로 시작된다. 작품이 집중적으로 전시된 갤러리토스트, PS23, W101을 비롯해 골목의 각종 공방 및 카페, 음식점에도 작품들이 전시됐다. 올해 처음으로 시작된 ‘작가와 함께 하는 예술쇼핑’전 현장이다. 23일까지 갤러리토스트와 방배사이길 골목 공방 일대에서 펼쳐진다.
‘작가와 함께 하는 예술쇼핑’전은 갤러리토스트와 작가 단체 디와이팩토리를 중심으로 이뤄졌다. 갤러리토스트는 기존에 ‘예술의 대중화’를 슬로건으로 저렴한 가격에 작품 쇼핑을 즐길 수 있는 ‘아트바겐’을 꾸준히 열어온 바 있다. 여기에 참여한 작가들의 협력과 디와이아트팩토리, 갤러리토스트의 원동력으로 이번엔 확장 버전 ‘작가와 함께 하는 예술쇼핑’전을 문화체육관광부, 예술경영지원센터와 함께 하게 됐다. 디와이아트팩토리가 예술경영지원센터의 ‘2016 작가 미술장터 개설 지원 사업’에 선정되면서 기존 아트바겐의 확장 버전인 ‘작가와 함께 하는 예술쇼핑’전을 갤러리토스트와 함께 선보이게 된 것. 올해는 회화, 조각, 사진, 판화, 드로잉, 도예, 조각, 일러스트 등 다양한 장르의 작품 500여 점이 10~100만 원의 가격에 출품됐다.
키아프도, ‘작가와 함께 하는 예술쇼핑’전도 사람들이 북적북적 대는 풍경은 비슷했다. 그런데 다른 점이라면 방문객들의 모습이었다. 키아프에서는 큐레이터, 화랑 대표, 작품 컬렉터 등 미술 관계자들을 많이 만날 수 있다. 그런데 ‘작가와 함께 하는 예술쇼핑’전에서는 한 꼬마, 편한 차림의 아주머니와 개와 산책 나온 학생 등이 보였다. 동네 산책 나왔다가, 또는 학원 갔다 오다가, 장 보러 나왔다가 골목길에 펼쳐진 작품의 향연을 보고 “이게 뭐야?” 식으로 갑자기 방문한 식.
작품을 보고 있는 와중 길거리에서는 해가 저물자 그룹 동물원이 음악 공연을 펼쳐 골목에 노래 소리 또한 가득했다. 전시를 중심으로 골목에 자그마한 축제 한바탕이 펼쳐진 모습이 지나가던 사람들의 발길을 붙잡았다. 평소에 잘 가던 공방이나 카페에 작품들이 전시돼 있어 문턱 또한 높지 않았다. 늘 가던 곳에서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작품을 접할 수 있었다. 또 단순 전시 뿐 아니라 공방에서는 예술 관련 수업도 진행된다.
이번 행사에 참여한 한 공방의 관계자는 “2~3년 전에 동네에 작은 축제가 열려 동네에 활기가 있었는데, 몇 년 사이 사회에 안 좋은 일들이 자꾸 생기고, 경제도 위축되다 보니 축제가 사라졌다. 그런데 이번에 예술과 함께 하는 축제가 열린다고 협조를 구하기에 참여했다. 기존에 공방에 찾아오는 사람들도 흥미를 보이고, 간만에 골목에 활기가 가득한 것 같아 좋다”고 말했다. 골목에 찾아온 활기에 사람들도 들뜬 모습이었다.
늘 ‘예술의 대중화’를 목표로 한다며 많은 미술 행사들이 열린다. 전시 규모와 구성 면으로는 흥미롭고 훌륭한 것들이 많다. 하지만 목표에 제대로 부합했는지에 대해서는 늘 의문이 남는다. 이른바 일반 대중이 아닌 미술 관계자들만이 모여 ‘그들만의 축제’로 끝나지는 않았는지.
‘작가와 함께 하는 예술쇼핑’전은 여타 다른 대규모 미술 행사들과 비교하면 규모가 작다. 그리고 전시의 특성상 추후 판매 총액은 적을 수도, 작가들이 더 많은 미술 관계자를 만나기엔 아쉬울 수도 있다. 그런데 동네 산책하던 할아버지, 할머니가 “동네에서 뭐 신기한 거 한다”고 서슴없이 작품을 구경하고, 뛰어놀던 아이들이 작품을 보고 깔깔 대는 모습은 그야말로 예술의 대중화와 가장 가까운 모습이 아닐까 싶다.
올해 공식적으로는 처음 시작된 자리다. 따라서 서투르거나 미약한 점이 없을 수는 없다. 하지만 이 자그마한 동네 아트페어에서 부담 없이 작품 감상과 축제를 즐기며 예술 대중화의 가능성을 봤다. ‘보여주기’식 일회성으로 올해가 처음이자 마지막이 되는 게 아니라, 추후 자리 잡아 이 동네 아트페어가 보여줄 가능성의 확장을 보고 싶다. 그러기 위해서는 작가들과 더 많은 갤러리가 참여할 수 있도록 정부가 적극적인 관심과 지원으로 제대로 판을 깔아줘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