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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김영란법 시행을 앞둔 공연 기자의 넋두리

"거지근성이 만연" 이게 현재 언론계가 비춰지는 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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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김금영기자 |  2016.09.05 18:11:34

▲김영란법 시행을 앞두고 공연계도 여러모로 들썩이고 있다. 대학로에 설치된 연극 티켓 할인 판매 부스.(사진=CNB)

“이제 리뷰 기사 다 사라지는 거 아냐?” “나도 몰라, 시행돼봐야 알지.” 


한 대형 공연 제작발표회 현장에서 문화부 기자들이 수군대는 소리가 들렸다. 김영란법 시행을 앞두고 문화부 기자, 특히 공연 담당 기자들의 관심이 높다.


28일부터 시행되는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일명 김영란법)과 관련해 공연계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김영란법의 선물 상한선은 5만 원이다. 그리고 대부분의 티켓 값이 5만 원을 넘어가는 상황. ‘리뷰석이 제공될 수 있을까’의 문제도 있지만, 기업들을 통해 공연 협찬이나 단체 관람권 구매에 큰 부분을 의지해 온 공연계에서도 이런저런 걱정이 많다.


이처럼 김영란법 시행과 문화계 위축에 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주목되는 현상이 있다. ‘김영란법’과 ‘공연’을 인터넷 검색창에 치면 이에 대한 사람들의 생각이 줄지어서 나오는데, 대부분 “정신 차리라”는 말이 일색이다. 다양한 의견 가운데 “공연 티켓 상납 받아서 보는 풍조가 당연한 듯 하는 언론의 태도가 문제” “밥 얻어먹지 말고 공연 돈 내서보고 취재해라” “거지 근성이 언론계에 만연하네” 등 언론에 대한 부정적인 이야기들이 많다.


단순히 개인적인 목적, 또는 여가 생활로 공연을 보는 것이 아닌, 업(業)으로서 공연을 보고 취재하고 기사를 써야 하는 입장에서 이런 말을 들으면 억울하긴 하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언론계의 자성이 필요하다는 생각도 가슴을 찌른다.


언론계에 몸담은 입장에서 본의 아니게 ‘갑’의 위치에 서게 되는 상황을 맞이한 게 한두 번이 아니다. 떼려야 뗄 수 없는 홍보담당과 기자의 관계. 각각 홍보와 취재의 목적이 있지만, 이 관계는 특히 홍보담당에게 편하지 않다. 나이 많은 기자가 홍보담당에게 당연하다는 듯 반말을 해대거나, 조금만 취재 상황이 불편해도 참기보다 언성부터 높이는 상황. 같은 기자로서도 눈살을 찌푸리게 만드는 상황을 수차례 봤다. 물론 경우에 따라 반대의 상황도 있었지만.


갑의 위치는 공연 좌석에서도 은연중에 작용해 온 것이 현실이다. 공연계에서는 취재를 위한 리뷰 좌석을 공연 담당 기자들에게 제공해 왔다. 하지만 점점 언론 매체가 늘어나면서 공연계에 부담이 늘어났다. 또 취재 목적에서 벗어난 무리한 추가 좌석 제공 요구가 100% 없었다고는 할 수 없다. 이런 행태 또한 더욱 공연계의 부담을 크게 했다.


그래서 일부 공연계에서는 과거 모든 매체에 표를 뿌리던 것과 달리, ‘모든 매체당 리뷰자석 2좌석 제공’ ‘1좌석 제공’을 원칙으로 정하기도 했지만, 표면상으로 그렇다 할 뿐이지, 특별히 공연 홍보를 요청해야 하거나 관계를 잘 다져야 하는 기자에 대해선 이 원칙이 100% 적용될 수 없었다. 그래서 “이젠 법적으로 당당히 무리한 요구를 거절할 수 있다”며 뒤에서 웃음을 짓고 있는 공연 관계자의 모습을 보기도 했다.


지금 이게 언론계의 모습이다. 영화 ‘내부자들’서 앞에 있다면 때려주고 싶은 조국일보 논설주간이 등장했다. “대중은 개돼지”라며 받아먹을 것 다 받아먹고 본인의 이익에 따라 펜대를 굴리던 그 모습이 지금 대중에게 비춰지는 언론계의 현실이다. 그래서 김영란법 시행에 관해 “기자들 쌤통”이라는 식의 이야기가 많다. 안타깝지만 인정해야 하는 현실이다. 기자와 쓰레기를 합친 기레기란 말이 횡행하는 시대니.


김영란법 시행을 앞두고 우려되는 상황들에 대한 기사들이 하루가 멀다 하고 쏟아지고 있다. 세부적인 상황이 어떻게 전개될지 일단 시행해봐야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시행과 동시에 또 각종 여러 기사가 쏟아져 나올 것이다.


하지만 무엇보다 우선돼야 할 것은 언론계의 ‘정신 차리기’다. 고리타분하고 너무 뻔하디 뻔한, 원론적인 이야기라고? 그런데 이게 가장 이 시대에 지켜지기 힘든 기본적인 사항이다. 스스로를 돌아보고 자성의 시간을 가질 시점이다. 어떤 시선들이 자신들에게 쏠리고 있는지, '우물 안의 왕'에서 벗어나 세상을 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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