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일어나자마자 한 병에 3000원짜리 프랑스 수입 생수를 마시고, 유기농 재료로 만든 1만원 대 식사를 한 후, 전용 러닝머신에서 운동을 즐긴다.
어느 반려동물의 일상이다. 국내 반려동물을 기르는 인구가 1000만명을 넘었으며, 관련 시장 규모가 급격하게 성장하고 있다. 국내 대기업들은 너도나도 발을 들이고 있으며, 그룹 총수 강아지의 이름으로 애견용품 브랜드를 론칭하기도 한다. (CNB=김유림 기자)
대기업들 너도나도 애견산업에 ‘눈독’
중소기업 영역 장악…상권 침해 논란
정용진 등 총수들 애견 취향도 한몫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지난 2분기 반려동물 관련 시장에서 사용된 카드금액은 1339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5.9% 늘었다. 반려동물을 가족으로 생각하고, 아낌없이 돈을 쓰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
20~30년 전만 해도 ‘보고 즐기기 위해 기른다’는 의미로 애완견, 애완동물이라 불렸는데, 지금은 ‘삶의 동반자’라는 뜻을 담고 있는 ‘반려동물’이라는 호칭이 보편화 될 정도로 시대가 변했다. 농협경제연구소는 경기침체에도 불구하고 반려동물 관련 시장 규모가 2016년 2조 2900억원에서 2020년에는 6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반려동물 산업이 무한한 성장 가능성이 있는 시장으로 판단되면서, 해외브랜드와 중소기업들이 주도하던 관련 시장에 국내 대기업들이 적극적으로 뛰어들고 있다. 재벌이 중소업체들의 밥그릇을 빼앗고 있다는 점에서 골목상권 침해라는 말까지 나온다. 현재 대기업들이 가장 활발히 진출한 분야는 사료시장이다.
CJ제일제당은 2013년 반려동물 사료 브랜드 ‘오프레시’와 ‘오네이처’를 출시하고, 2개월 만에 매출이 2배 성장했다.
풀무원은 유기농 애견사료 ‘아미오’를 선보였으며, 반려동물을 위한 다이어트 식품도 판매하며 인기를 끌고 있다. 동원 F&B는 참치를 주원료로 하는 사료 브랜드 ‘뉴트리플랜’을 선보였고, 사조산업은 고양이 사료 ‘사조 로하이 캣푸드’에 이어 프리미엄 사료 브랜드 ‘러브잇’까지 론칭했다.
롯데는 글로벌 브랜드 네슬레와 합작한 법인 롯데네슬레코리아를 설립해 글로벌 사료 브랜드 ‘퓨리나’를 판매하고 있다. KGC인삼공사는 지난해 10월 홍삼 성분을 함유한 ‘지니펫’을 내놨는데, 일반 사료보다 10배 이상 비싼 가격인데도 출시 4개월 만에 판매량 1만 세트 판매를 돌파했다.
카드·보험사, 애견 고객 모시기 경쟁
식품기업과 달리 생활용품 기업들은 목욕 용품 시장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애경은 지난 4월 반려동물 전문기업 이리온과 협업해 ‘휘슬(WHISTLE)’을 론칭, 애견 샴푸를 판매하고 있다. LG생활건강은 이달 초 애견용 샴푸와 컨디셔너 등을 판매하는 브랜드 ‘시리우스’(O's Sirius)를 선보이며 본격적으로 진출했다.
금융사들도 반려동물 산업을 공략하고 있다. 카드업계는 반려동물과 관련된 각종 서비스 제공 및 특화카드를 출시하고 있다.
삼성카드는 동물병원 이용 시 포인트를 추가로 적립해주는 카드를 발급하고 있으며, KB국민카드는 동물병원이나 반려동물 약품 구매, 펫샵 등을 이용할 경우 10% 할인해주는 상품을 내놨다.
반려동물의 병원비가 건강보험 적용을 받지 않는다는 점에 착안한 애견 전문 보험도 출시되고 있다.
삼성화재의 ‘파밀리아리스 애견의료보험’은 반려동물의 상해 및 질병치료비, 배상책임 손해비 등을 보장해주고 있으며, 롯데손해보험이 판매 중인 ‘롯데마이펫보험’은 수술비와 입원비 등을 담보하는 수술입원형 상품과 통원 진료까지 추가로 보장하고 있다.
견공 위한 사물인터넷까지 등장
주인이 학교나 직장에 가는 낮 시간에 혼자 집을 지키는 반려동물을 위한 각종 서비스도 등장하고 있다.
LG유플러스는 사물인터넷(IoT)을 이용해 집 밖에서 스마트폰 어플을 작동해 반려동물에게 사료를 원격 급식기로 줄 수 있는 ‘펫 스테이션’을 선보였다. 또 언제 어디서나 반려동물의 모습을 볼 수 있는 ‘홈 CCTV 맘카’를 서비스하고 있으며, 스피커를 통해 강아지가 불안해하지 않도록 이름도 불러줄 수 있다.
반려견을 위한 TV채널도 인기를 끌고 있다. 강아지 전용 채널 ‘도그 TV’가 CJ헬로비전을 통해 지난 2014년 첫 전파를 탄데 이어, SK브로드밴드, KT 올레TV, LG유플러스, 티브로드, 현대HCN 등 총 11개 사업자가 해당 방송을 공급받고 있다.
이밖에 주방용품 제조업체 삼광글라스는 반려동물 전용 식기를 판매하고 있으며, 에넥스는 애견, 애묘 전용가구를 판매하고 있다.
애견산업이 이처럼 번창하고 있는 데는 기업 총수들의 각별한 애견 취향도 한 몫을 하고 있다.
삼성그룹은 이건희 회장의 유별난 ‘견공(犬公)’ 사랑이 동물의료기기(삼성전자), 멸종위기 동물 번식연구(삼성물산) 등 동물 관련 산업에 영향을 준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장은 1992년 삼성 에버랜드에 진돗개의 국제화를 목표로 하는 국제화 기획실을 신설해 10년 넘게 고생한 끝에 영국 애견클럽 케널클럽이 공인하는 세계 197번째 명견으로 진돗개를 등록하는 결실을 맺었다. 또 1993년 시각장애인의 눈과 발 역할을 해주는 안내견 학교를 설립을 시작으로, 인명구조견센터, 치료견, 보청견, 마약 탐지견 등 다양한 사회공헌 사업에 공을 들이고 있다.
‘푸들계의 대부’라는 닉네임으로 유명한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은 자신의 애완견 스탠다드 푸들 종 ‘몰리’의 이름을 딴 ‘몰리스펫샵’을 2010년 처음 선보였다.
현재 연수, 자양, 킨텍스, 성수, 센트럴시티 등 총 29개 이마트 지점에 몰리스펫샵이 입점해있다. 1700여 가지의 다양한 반려동물 제품 판매와 함께 애견 호텔, 카페, 미용 등 각종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문구용품 사업을 하고 있는 모나미의 오너 송하경 사장은 일하는 중간에 수시로 자신의 애완견을 보기 위해 경기도 용인시에 위치한 모나미 사옥 옥상과 일죽 물류창고에 견사를 설치했다. 그는 유별난 개 사랑을 사업에 접목시켜 애완용품 전문 온라인 쇼핑몰 ‘모나미펫’을 운영하고 있다.
그러나 반려동물 산업 열풍 이면에는 풀어야 할 숙제가 산더미다.
한국의 전통 보양식인 ‘영양탕(개고기)’은 매년 여름마다 국제적인 논쟁거리가 되고 있으며, 나이 들고 병들었거나 성견이 되고 나서 귀엽지 않다는 이유로 반려견을 내다 버리는 사람들이 수두룩하다.
강아지 공장, 고양이 공장 등 비인도적인 불법 번식장 문제, 동물 학대에 대한 처벌 강화, 대형마트에서 애완견을 상품으로 취급해 판매하는 행위 등도 서둘러 해결해야할 과제다.
(CNB=김유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