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내 유명 기업들의 일부 정수기에서 중금속 이물질이 연이어 검출되는 사태가 발생해, 국민들이 불안에 떨고 있다.
지난 3일 정수기 업체 1위인 ‘코웨이’가 2014년 4월부터 지난해 말까지 소비자들에게 유통한 얼음정수기 3종에서 니켈이 검출됐다는 SBS 보도가 나왔다.
이를 시작으로 모든 언론사가 일제히 톱뉴스로 국민들에게 전하며, 세상에 알려졌다.
특히 코웨이는 1년 전부터 이러한 문제를 내부적으로 인지하고 있었음에도, 은폐해왔던 정황까지 드러났다.
결국 코웨이는 문제의 제품을 전량 회수 및 환불 처리를 결정했으며, 유지보수계약이 끝난 고객에게도 제한 없이 보상을 진행하기로 했다. 이번에 회수하는 물량은 총 8만7000여대에 달한다.
그런데 코웨이 측의 공식 입장은 황당했다.
홈페이지 사과문을 통해 “정수기 이물질인 니켈을 먹어도 인체에 무해하다”고 밝혔다.
실제로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금속 니켈을 섭취해도 내장 흡수율을 매우 낮고, 대변이나 소변으로 배출된다.
그러나 니켈은 호흡기로 흡입할 경우 비강암, 폐암 등을 유발하는 유해성이 명백한 발암물질이며, 피부에 닿을 경우 알레르기, 가려움과 발진을 일으키기도 한다.
과연 먹어도 문제없는 발암물질을 수년간 본인들의 가족들이 마셔왔다면, “마셔도 안전하다”고 말할 수 있었을까?
니켈을 먹으려고 비싼 돈을 매달 기업에 지불하는 소비자들이 어디 있겠는가.
설상가상 코웨이 논란 바로 다음 날 정수기 기업 2위 ‘청호나이스’의 얼음정수기에서도 이물질이 검출됐다는 JTBC의 보도가 나왔다.
코웨이와 마찬가지로 4년 전부터 제기됐던 민원을 무시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비판 여론은 거세지고 있다.
실제로 2012년부터 소비자들은 청호나이스 일부 정수기에서 니켈 도금이 떨어져 나오는 사진 및 동영상을 인터넷 커뮤니티와 블로그에 게시해왔다.
소비자들은 공통적으로 “청호나이스 측으로부터 어떠한 조치도 받지 못했으며, 그 정도는 인체에 무방하니 그냥 사용해도 괜찮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토로했다.
수년 동안 소비자들의 민원을 모르쇠로 일관했던 청호나이스는 지난 6일 처음으로 입을 열었다.
“방송(JTBC)에 나온 이물질은 당사의 얼음정수기에서 발생하기 매우 어려운 이례적인 사례다. 그러나 방송사의 문제제기를 겸허히 받아들여, 비상대책반을 세워 내부 정밀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비상대책반이 지금까지 내놓은 대책은 전무하다. 청호나이스는 금속 물질의 정체도 아직 제대로 밝혀내지 못했으며, 반품과 환불은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오직 금속 물질이 확인된 제품만 부품 교체를 해주고 있을 뿐이다. 그것도 40만원 상당의 유지보수계약을 체결한 고객에 한해서다.
일각에서는 이번 사건을 두고 ‘제2의 옥시’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하고 있다.
옥시레킷벤키저는 지난 2011년 가습기살균제 안전성 논란이 불거지자 “유해 물질이지만, 기준치 이하이므로 안전하다. 이미 자체 조사를 통해 인체에 무해하다는 것을 증명했다”고 주장해왔다.
하지만 검찰 조사 결과 모든 연구 보고서가 조작된 사실이 밝혀졌고, 지난 5년간 무책임한 태도와 거짓말을 해왔던 사실에 국민들은 분노했다.
결국 사상 최대 규모의 불매운동이 이어졌고, 불과 몇 달 전까지 시장 점유율 1위를 차지했던 옥시는 한국에서 퇴출당할 위기에 처해있다.
코웨이와 청호나이스 역시 소비자들이 가장 공분하고 있는 점은 “고의로 이물질 검출 사실을 왜곡하거나 덮으려 했다”는 거다. 최초로 알게 됐을 때 미리 얘기해줬으면 큰 피해를 막을 수 있었다는 얘기다.
이들 기업에게 수년간 문제 제기를 해왔던 소비자들은 외면당했지만, 언론의 기사화는 공식 사과를 할 정도로 무서운 대상이었다.
언론이 조용해지길 기다렸다가, 슬그머니 넘어갈 상황이 아니다. 국민들은 그 이물질이 어떤 금속인지 알 수도 없고, 알고 싶지도 않다.
수년 동안, 하루에도 수십 번, 몇 리터씩 암을 유발하는 물질이 들어있는 정수기 물을 내 아이와 아내, 가족들이 마셨다는 생각만으로도 소비자들에게는 끔찍하다.
제조사와 판매사, 관련 책임기관이 “왜 이런 문제들이 발생했는지”, “이물질을 먹었을 때 우리 몸에 어떠한 영향을 끼치는지” 철저히 규명해야 된다.
특히 정부는 사건을 은폐하려는 기업에 대해서는 더욱 강력한 처벌로 대응해야 한다.
(CNB=김유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