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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생현장] 부산 시민들에게 ‘롯데’를 묻다

‘롯데=향토기업’ 옛말…“그래도 자이언츠는 좋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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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김유림기자 |  2016.07.14 15:55:29

▲지난 10일 부산 진구 부전동(서면)에 위치한 롯데백화점 부산본점 전경. (사진=김유림 기자)

검찰의 칼날이 롯데 주요 계열사들의 수뇌부까지 정조준하면서, 롯데그룹이 창사 이래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 부산을 기반으로 성장한 롯데는 부산 사람들에게 ‘향토기업’으로 각인될 정도로 ‘무한 사랑’을 받아왔다. 이번 롯데 사태를 바라보는 그들은 마음은 어떨까. CNB 취재진이 지난 주말 부산을 방문, 현지 ‘롯데백화점’에서 ‘롯데’를 물어봤다. (CNB=김유림 기자)

‘재벌 롯데’에서 ‘더불어 롯데’로
부산시민과 울고웃던 롯데 기억
다시 태어나 우리와 함께 가길… 

“부산은 회장님(신격호 총괄회장)의 고향이기도 하고, 그러면서 우리 그룹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지역입니다. 앞으로 투자도 많이 하고 일자리도 많이 만들겠습니다”

올해 초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부산을 방문해 적극적인 투자 유치를 약속하며 한 말이다.

현재 롯데는 수도권 이외 도시 중 부산지역에 가장 많은 투자를 하고 있다. 부산에만 백화점 4개, 마트 9개 지점을 운영하고 있으며, 면세점과 아웃렛까지 들어서 있다.

특히 부산을 연고지로 두고 있는 야구팀 ‘롯데 자이언츠’는 오랜 세월 동안 부산 시민들의 뜨거운 사랑을 받고 있으며, 1991년 프로야구 최초로 100만 관중을 돌파한 기록을 갖고 있다. 1982년 한국 프로야구 시작 이후 팀명과 연고지가 바뀌지 않은 구단은 ‘롯데 자이언츠’와 ‘삼성 라이온즈’뿐이며, 사람냄새와 응원열기로 무장한 ‘사직구장’은 부산 야구의 심장이다. 

▲지난 10일 부산 중구 중앙동7가(남포동)에 위치한 롯데백화점 광복점 전경. (사진=김유림 기자)

이처럼 ‘롯데’와 ‘부산’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하지만 지난 주말 부산 롯데백화점에서 CNB와 만난 시민들의 반응은 싸늘했다. 그들에게 ‘롯데의 위기’에 대해 물어봤다.
 
“쌤통이에요. 롯데가 부산에서 저지른 잘못도 밝혀지고 있고, 우리 부산에 오히려 해가 된다고 생각해요” (30대 여성 김모씨)

“솔직히 형제(신동빈-신동주)끼리 싸우는 거부터 일본기업 논란까지, 당연히 롯데에 대한 불만 많죠. 하지만 해운대에 위치한 신세계백화점이 멀어서, 어쩔 수 없이 롯데백화점에 오는 것뿐이에요” (50대 여성 이모씨)

“롯데는 어떻게 되든 상관없는데요. 저는 자이언츠만 있으면 돼요” (20대 남성 강모씨)

의외였다. 롯데에 대한 부산 시민들의 감정은 예상 밖으로 격앙돼 있었다. 롯데는 싫은데 자이언츠는 좋다? 처음엔 이해되지 않았지만 다른 이를 만나보니 금세 의문이 풀렸다.

“롯데 위기에 관심 없습니다. 자이언츠 팬들이라면 롯데를 더더욱 싫어해요. 롯데는 돈 되는 일 이외에는 관심 없어요. 자이언츠 팬들을 위해서 뭘 해줬는데요. 우리는 ‘부산 자이언츠’라고 부릅니다.”(50대 남성 최모씨) 야구의 본고장답게 ‘부산 사람’으로서 그저 ‘부산 야구 선수’들을 응원할 뿐이란다.  

아예 ‘롯데’에 대해 무관심한 이들도 적지 않았다. 주로 젊은 층이었다.  

한 20대 여성은 “롯데가 부산 기업이었냐”고 반문했다. 30대 여성 박모씨는 “롯데 위기에 아무 관심 없다. 그냥 집이랑 가까워서 롯데백화점에 쇼핑하러 왔다”고 말했다.

중년층에서는 롯데에 대한 섭섭한 마음들이 많았다.

“집 근처에 다른 백화점 생기면 그쪽으로 갈 거예요. 예전에는 부산의 롯데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알고 보니 롯데는 부산에서 돈 벌어서 일본으로 보내고 있었잖아요” (60대 여성 김모씨)

▲지난 10일 CNB 취재진은 부산 롯데백화점 부산본점과 광복점에서 “롯데의 위기에 대한 심경”을 부산 시민들에게 물어봤다. 사진은 롯데백화점 부산본점에서 쇼핑중인 시민들. (사진=김유림 기자)

사실 롯데는 부산에서 엄청난 특혜를 누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1988년 롯데는 부산 롯데월드를 건립하기 위해 노른자 땅 1만687평을 매입했는데, 이 중 55%인 5878평을 외국 법인으로 분류돼있는 롯데호텔 명의로 사들였다.

당시 외자도입특례법에 따라 191억원(현재 가치 1000억)이 넘는 세금을 면제 받았다. 이 땅과 관련해 롯데가 낸 세금은 1991년 종합토지세 2900원, 재산세 80원이 전부다. 

또 2014년 롯데몰 동부산점 개장 당시 진입로와 도로, 주차장 등 공사가 제대로 끝나지도 않았는데 부산시는 영업을 허가해줬다. 부산도시공사의 소유였던 16만8000㎡ 규모의 땅을 임시주차장으로 무료로 내주기도 했다. 

그럼에도 부산으로의 ‘환원’은 인색했다. 지난해 롯데그룹은 백화점과 마트, 편의점 등을 통해 부산에서 1조8000억원 가량의 수익을 올렸지만, 지역 기부는 16억원에 불과한 것으로 드러나 부산 시민들로부터 질타를 받았다.

▲사진은 지난해 8월 부산 지역 시민단체들이 연합해 출범한 ‘나쁜롯데재벌개혁시민운동본부’ 공식 홈페이지 메인화면. (사진=나쁜롯데재벌개혁시민운동본부 홈페이지 캡처)

이러다보니 일부 시민들은 롯데의 변화를 촉구하는 시민운동까지 벌이고 있다.

지난해 부산 지역 시민단체들이 연합해 ‘나쁜롯데재벌개혁시민운동본부’와 ‘좋은롯데만들기부산운동부’를 만들었다. 폐쇄적인 그룹 운영과 각종 비리 혐의로 손가락질을 받고 있는 롯데의 변화를 이끌어내기 위해서다. 부산에서 번 돈을 부산에 재투자를 해달라는 바램도 담았다. 
 
이제, 대부분 부산 시민들에게 롯데는 점점 ‘자이언츠의 추억’으로만 기억되고 있다. ‘추억의 롯데’가 ‘미래의 롯데’로, ‘재벌의 롯데’가 ‘더불어 롯데’로 탈바꿈 해달라는 게, 롯데와 함께 울고 웃었던 부산 시민들의 ‘마지막’ 바램이다.

좋은롯데만들기부산운동부 도한영 집행위원장은 14일 CNB에 “부산시민들은 롯데 생산품과 롯데백화점·마트를 이용하며 연간 6조 가까운 매출을 올려주고 있지만 돌아온 게 별로 없다”며 “지역 하청·협력업체들을 더 배려해주고, 지역사회에 좀 더 환원하는 등 부산과 함께 가길 간절히 바란다”고 전했다.

(CNB=김유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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