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의 고려시대를 집중 조명하는 최초의 전시로서 국립경주박물관(관장 유병하)은 7월 12일부터 9월 4일까지 특별전 "고려시대의 경주"를 개최한다.
이는 신라의 천년왕도로 주목받는 경주의 고려시대를 조망하는 첫 전시이다.
여기에 고려 오백년 경주의 역사 "경주"라는 이름은 고려시대에 시작되어 오늘에 이른다.
이번 전시는 신라가 멸망한 935년부터 1392년까지 고려시대 경주 지역 사회의 변화와 지역민들의 삶을 '도시경관'과 '지역사회'라는 키워드로 풀어냈다.
불국사 석가탑 중수기(국보 126호) 등 국보 3점, 보물 15점을 비롯해 모두 500여점의 문화재를 [프롤로그:경주의 탄생, 1부 읍성과 지역사회 운영, 2부 호국의 상징 황룡사, 3부 지역사회와 불교사원, 4부 동족사회와 무덤, 5부 경주사람들, 에필로그:고려의 동경 경주]라는 주제로 구성했다.
프롤로그에서는 경순왕의 고려 귀순으로 경주가 신라 왕경에서 고려의 지역도시로 재편되는 과정을 다룬다.
1부 '읍성과 지역사회 운영'에서는 고려시대 경주의 행정 중심이 된 읍성과 지역사회 운영의 모습을 전시한다.
성벽 축조에 사용된 신라 건축물의 석재들과 고려 기와들,'동경 굴석사(東京屈石寺)'가 새겨진 굴불사 출토 쇠북
2부 '호국의 상징 황룡사'에서는 신라의 중심 사찰이었던 황룡사가 고려시대도 경주민의 정신적 중심으로서 여전히 호국의 상징이었음을 새롭게 조명한다.
3부 '지역사회와 불교사원'은 경주의 불교사원이 종교 뿐 아니라 지역 사회에서 다양한 기능을 수행하는 중심지였음을 보여준다.
불국사 성보박물관 부지 출토 명문기와에서 고려시대 불국사가 숙박시설을 겸하였음을 알 수 있다.
동시대 문집자료에서는 분황사가 사람들의 휴식 공간이었음을 말해 준다. 또 불국사 석가탑 중수문서(국보 제126호)에서는 지역 사회가 하나되어 천재지변을 극복한 모습을, 감은사 쇠북에서는 왜구의 침입을 극복했던 모습을 접할 수 있다.
4부 '동족사회와 무덤'에서는 경주의 고려시대 무덤군을 통해 동족집단의 무덤을 살펴본다. 물천리·화천리·검단리 등 대규모 무덤군에서 일괄로 출토된 청동 그릇과 거울, 수저, 청자 등 규범화된 부장품들이 밀도있게 소개된다. 도읍인 개경에서 발견된 것과 거의 유사한 경주 구정동 출토 쌍용구름무늬띠거울은 특히 주목할 만하다. 특히 대접접시 등 청자제품과 같은 실생활 용기를 부장하였다.
5부 '경주사람들'에서는 이제현李齊賢·김부식金富軾·이의민李義旼 등 경주와 관련된 인물들을 소개한다. 초상화, 문집, 비문 등으로 그들의 모습과 행적, 그리고 시대적 상황을 되짚어 볼 수 있다.
또 고려귀족을 상징하는 묘지명으로 귀족사회에 진입한 경주출신 인물들을 소개하였다.
신발견 고려시대 구결, 임진왜란 이전 기록된 경주 호장 관련 기록 최초 공개
최신 발굴자료, 경주 읍성 출토품과 구정동 출토 쌍용무늬청동거울 첫 공개
기림사 소장 자비도량참법에서 13세기 고려시대 구결이 발견되었는데 이를 처음 공개한다.
고려시대 사람들은 우리말과 어순이 다른 한문을 읽을 때 토씨를 달아 우리말로 읽었다. 종래 고려 언어 생활을 알 수 있는 이같이 귀중한 자료는 인왕경 등 5건에 불과했다.
이것은 경주부 역대 호장戶長의 명단인데, 호장은 향리의 우두머리로서 지방사회의 지배자였다. 1523년 처음 작성된 부사 선생안은 고려시대부터 1787년 신안新案을 작성하기까지 호장의 이름과 생년, 본관 등을 기록했다.
최근 발굴조사가 이루어진 경주 읍성 및 구정동 고려무덤 출토품이 이번 전시에서 공개된다.
고려시대 경주 읍성 축조에는 옛 신라 궁궐 등 기존 건축물을 해체하여 얻은 석재들이 재활용되었다. 이 중 테두리에 안상眼象을 새겨 화면 틀처럼 삼고 가운데에 인물처럼 생긴 상을 조각한 통일신라기 부조가 주목할 만하다. 이러한 상은 중국 남북조시대 북위北魏(386~534) 말부터 동위東魏(534~550)를 거쳐 북제北齊(550~577)에 이르는 6세기 불교미술에서 불비상佛碑像의 하단에 새겨진 풍신왕風神王과 유사하다.
경북대학교박물관 야외에 전시된 울산 출토 9세기 작 사암제 비로자나불좌상의 대좌 중대석에 이와 비슷한 신장상이 새겨져 있으나, 신라에서는 이 소재 자체가 흔치 않아 앞으로의 연구가 기대되는 신자료이다.
이 밖에 효자의 마을로 선양한 황남동 소재 손시양 효행정려비 일명 효자리비孝子里碑(보물 68호)의 입체탁본, 고려시대 경주 역사를 집성한 역사 연표와 지도, 영상과 삽화가 전시 이해를 돕는다.
끝으로 무료 관람은 9월 4일까지 계속된다.
이 자료에 대하여 더욱 자세한 내용을 알고 싶다면 문화체육관광부 국립경주박물관 학예연구실 학예연구사 이용현(☎ 054-740-7535)에게 연락하면 궁금증을 풀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