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면세점 월드타워점이 지난 26일 27년 만에 문을 닫았다. 지난해 11월 면세점 특허 심사에서 사업권 수성에 실패한 결과다. 국내에서 3번째, 세계에서 4번째로 큰 규모를 자랑하던 월드타워점. CNB가 그 마지막 날을 기록했다. (CNB=김유림 기자)
신세계·두산으로 흡수됐지만 일부는 회사 떠나
무심한 외국인들, 아는지 모르는지 쇼핑만 ‘열중’
밤 9시 영업종료 방송… ‘27년 역사’ 막 내려
롯데면세점 월드타워점이 일반인 대상 면세품 판매를 종료하면서 공식 영업을 마쳤다. 6월30일이 정식 영업 종료일이지만, 고객들에게 제품을 판매하는 기한은 26일이 마지막이었다.
1989년 롯데백화점 잠실점에서 시작해 2014년 3000억원을 투입해 지금의 제2롯데월드 자리로 옮겼다. 27년간 하루도 빠지지 않고 아침 9시30분부터 밤 9시까지 고객들을 맞이한 곳이다.
월드타워점의 마지막 날 풍경은 폐점을 앞두고 있는 곳이라고 느끼지 못할 정도로 여전히 외국인 관광객들로 붐볐다.
하지만 이미 몇 개월 전부터 모든 입점 브랜드들이 신제품 및 재고 주문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사고 싶은 상품이 없어 불만을 나타내는 고객도 여럿 보였다.
폐점하기 1시간 전인 오후 8시, 입점 브랜드 파견 직원들은 고객들을 위해 전시해둔 제품들을 하나둘씩 정리하기 시작했다. 이곳에서 짧게는 수개월, 길게는 수십 년을 일했기에 떠나는 섭섭함, 다시 돌아올 수 없다는 불안감 등 만감이 교차한 표정이었다.
이 면세점에는 총 1300여명의 직원이 근무하고 있다. 이 중 롯데 소속 직원 150명은 100% 고용승계가 확정된 상태이며, 입점 브랜드 파견직원 1000명은 이미 신규면세점(신세계, 두산)으로 발령 나거나 사표를 제출했다. 용역직원 150명은 시설유지를 위한 최소인원만 남기고 계열사로 흡수 배치될 예정이다.
그러나 갑작스러운 타 지점 발령 통보에 난감해 하는 직원들도 많았으며, 특히 용역직원들은 롯데 계열사로 간다고 해도 고용 승계가 언제까지 지속될지 불안해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월드타워점에 입점해있는 A브랜드 매니저는 CNB에 “10년 동안 출근한 곳이다. 2014년 롯데백화점 잠실점에서 제2롯데월드로 이전할 때도 직접 재고를 옮기며 매장을 꾸려왔던 곳이기에, 더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고 말했다.
B브랜드 직원은 “갑작스럽게 두타(두산타워점)로 발령났다. 하지만 면세점 최초로 새벽까지 영업하는 곳이기 때문에 늦은 시간에 여자 혼자 퇴근하는 게 부담스럽다. 일단 월드타워점으로 다시 돌아올 수 있다는 희망을 갖고 몇 개월 버텨볼 생각이지만, 그게 안 된다면 사표를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오후 9시. 드디어 27년 동안 쉼 없이 달려온 월드타워점의 영업 종료를 알리는 방송이 전 매장에 울려 퍼졌다. “폐점을 하게 됐다”는 등 마지막 인사는 따로 없었으며, 평소와 다를 바 없는 방송 내용이었다.
롯데면세점은 신규 특허를 취득해 연말에 부활할 가능성이 높아진 상태다. 지난 4월 관세청이 올해 서울 시내에 신규면세점 4개를 추가하기로 결정했기 때문이다.
롯데면세점 관계자는 CNB에 “월드타워점의 재영업을 위해 올해 말 신규특허 입찰을 준비하고 있다. 월드타워점은 27년 동안 문제없이 영업해왔으며, 매출도 기존의 타 면세점들에 비해 월등히 높았다. 외부적인 환경요소를 제외하고 면세점으로서 제대로 평가를 받는다면, 승산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롯데면세점에 따르면 월드타워점의 하루 평균 방문객은 주중 3500~4500명, 주말 4500명이며, 지난해 매출은 메르스 여파에도 불구하고 전년 대비 26.8% 증가한 6112억원을 기록했다.
그러나 롯데 전 계열사를 향한 검찰의 수사, 롯데마트 가습기살균제 사건, 롯데홈쇼핑 중징계, 1년 넘게 이어지고 있는 신동주·신동빈 형제의 경영권 다툼 등의 여파가 면세점 심사에 악재로 작용하지 않을까하는 우려도 있다.
실제로 지난해 11월 롯데면세점 월드타워점의 특허권 수성 실패를 두고 재계에서는 “면세점 자체는 문제없으나, 형제간의 경영권 다툼 때문에 괘씸죄가 적용된 것 아니냐”는 얘기가 무성했다.
당시 관세청은 시내면세점 특허심사 과정에서 롯데와 SK워커힐 등 기존 업체를 두 곳이나 탈락시켰음에도, 심사위원들의 평가점수를 공개하지 않아 이 같은 추측은 더욱 커졌다.
여기다 당초 서울 시내면세점 추가 특허를 반대해왔던 신세계와 두산, 한화갤러리아, HDC신라면세점 등 기존 사업자들도 입장을 뒤집고 도전의사를 밝히고 있어, 경쟁이 한층 치열할 전망이다.
(CNB=김유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