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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셰프? 건축가? 웹툰테이너 시대가 왔다

무한도전 ‘웹툰’ 방송 화제…‘나 혼자 산다’ ‘마리텔’ 등 웹툰 작가 적극 활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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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김금영기자 |  2016.06.27 20:47:30

▲예능 프로그램 ‘무한도전’이 ‘릴레이툰’ 특집에서 웹툰 작가들과의 첫 협업을 25일 공개했다.(사진=MBC ‘무한도전’ 방송 화면 캡처)

지난해 방송계의 가장 주목받는 트렌드는 ‘쿡방’(cook+방송의 합성어)이었고, 그 대상은 ‘셰프테이너’(셰프+엔터테이너의 합성어)였다. 너도나도 인기 셰프테이너를 모시기 바빴고, 이들은 방송 뿐 아니라 광고업계에서도 러브콜을 받아 각종 광고를 섭렵했다.


그런데 올해는 그 트렌드가 바뀌고 있다. 요리를 콘텐츠로 하고, 셰프테이너를 주인공으로 내세우는 방송이 많아지면서 “이제는 식상하다”는 반응이 나오기 시작한 것. 채널을 돌려도 요리를 하는 모습이 계속 비춰지면서 피로감을 호소하는 시청자도 있었다. 그 와중 새롭게 ‘웹툰테이너’(웹툰+엔터테이너)가 주목 받고 있다.


일각에서는 쿡방 뒤에 인테리어를 소개하는 ‘집방’ 시대가 도래할 것이라 예측하기도 했으나, 현재 웹툰 작가를 내세운 콘텐츠가 더 주목 받고 있는 추세다. MBC 예능 프로그램 ‘무한도전’이 25일 ‘릴레이툰’ 특집에서 웹툰 작가들과의 협업 작업을 공개했다. 윤태호, 주호민, 무적핑크, 이말년, 기안84, 가스파드 등이 무한도전 멤버들과 한 명씩 짝을 이뤄 웹툰을 연재하는 구성이다.


첫 타자는 하하로, 기안84와 호흡을 맞췄다. 하하는 자신을 우상화한 웹툰을 선보였다. 스토리 면에서는 아쉽다는 반응이 있었지만, 웹툰 작업을 할 때 어떻게 스토리를 구상하고, 작업을 하는지 공개된 면에 대해서는 신선하다는 이야기가 많았다. 웹툰 작가를 꿈으로 하고 있는 이들에게도 흥미로운 방송이었다.


▲인기 웹툰 작가 기안84는 ‘나 혼자 산다’에서 소탈한 일상을 공개해 눈길을 끌었다.(사진=MBC ‘나 혼자 산다’ 방송 화면 캡처)

웹툰은 디지털 시대의 흐름에 따라 나타난, 지금은 대세가 된 콘텐츠다. 만화책을 손으로 넘겨보던 시절은 벌써 옛날. 스마트폰으로 바로 만화를 휙휙 넘겨본다. 웹툰을 주요 소재로 한 콘텐츠들도 많이 탄생했다. 기안84의 ‘패션왕’은 영화로 만들어졌고, 주호민의 ‘신과 함께’는 뮤지컬로 재해석됐으며, 최근엔 남지은, 김인호 작가의 ‘사랑일까?’가 연극으로 새롭게 무대에 올랐다. 현재 방송 중인 드라마 ‘운빨 로맨스’는 김달님 작가의 웹툰이 원작이고, 이밖에 ‘송곳’ ‘치즈인더트랩’ ‘오렌지 마말레이드’ ‘밤을 걷는 선비’ ‘호구의 사랑’ ‘닥터 프로스트’ 등 웹툰을 원작으로 한 다양한 작품이 대중을 만났다.


하지만 웹툰의 소재가 이렇게 활발하게 쓰일 때 정작 웹툰 작가들의 모습은 잘 비춰지지 않아 궁금증을 자아냈다. 그 와중 MBC ‘마이 리틀 텔레비전’에 등장한 이말년은 많은 관심을 받았다. 그림을 그리고 스토리를 짤 때 기상천외한 발상을 드러냈고, 서유리에게 굴욕을 남기는 초상화를 선보여 웃음을 자아냈다. 결과도 좋았다. 출연 때마다 늘 상위권 순위를 지켰고, 1위를 거머쥐기도 했다.


기안84는 MBC ‘나 혼자 산다’에서 소탈한 모습을 보여 눈길을 끌었다. 인기 웹툰 작가인 그는 방송 당시 집이 없어 회사 사무실 바닥에서 쭈그려서 자고, 머리를 감으며 동료 웹툰 작가들에게 핀잔을 듣는 모습으로 등장했다. 최근에는 전셋집 이사에 성공해 평범한 일상을 공개하기도 했다.


웹툰 작가들에 대한 관심은 그들의 인기 작품에 대한 관심부터 비롯된다. 웹툰에 익숙하지 않다 하더라도 그 이미지는 친숙하다는 이점도 있다. 웹툰의 인기 캐릭터들이 기업과의 컬래버레이션 등의 형태로 상품화되면서 길거리를 걸으며 한 번쯤은 관련 상품을 봤을 정도로 웹툰은 일상생활에 많이 들어와 있다. 시청자뿐 아니라 업체들도 관심을 가진다. KT경제경영연구소는 웹툰 시장을 2015년엔 4200억 원으로 추산했고, 2020년이 되기 전에 1조 원 이상으로 커질 것으로 전망했다. 이 대세 콘텐츠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기 위한 움직임이 활발하다.


▲웹툰 작가 이말년(왼쪽)은 ‘마이 리틀 텔레비전’에서 자신의 작업 과정을 공개했다. 인기 걸그룹 걸스데이 멤버 유라와 함께 출연해 방송 1위를 거머쥐기도 했다.(사진=MBC ‘마이 리틀 텔레비전’ 방송 화면 캡처)

하지만 콘텐츠만 좋다고 해서 웹툰 작가들이 주목의 대상이 되는 것은 아니다. 지난해 셰프테이너의 주역 최현석은 단지 요리만 잘해서 스타가 된 것이 아니었다. 요리를 할 때 허세가 들어간, 일명 ‘허셰프’ 캐릭터로 사랑 받았다. 요리 솜씨는 기본이고, 여기에 예능감과 캐릭터까지 겸비된 호감 이미지가 방송에서 활용됐다.


최근 방송에 얼굴을 비친 웹툰 작가들도 그냥 그림만 그렸다면 관심을 받지 못했을 것이다. 그림을 그리는 과정을 공개해 웹툰 탄생 과정에 대한 궁금증을 풀어주는 것은 기본이고, 이들은 이른 바 ‘웹툰테이너’로서의 면모를 갖췄다. 이말년은 동네 형처럼 친근한 모습으로 대중과의 소통에서도 탁월한 면모를 보여줬다. ‘마이 리틀 텔레비전’ 출연 당시 실시간으로 마주하는 채팅창에 등장하는 악플에도, 거친 말에도 의연했고 오히려 이를 즐기는 듯한 모습이 웃음을 자아냈다. 그야말로 예능 프로그램에 잘 맞는 모습이었다. 기안84는 애잔하고 짠해 보이는 모습에서 오히려 생기는 웃음이 있었고, 윤태호는 시청자들의 멘토로서 활약했으며, 무적핑크와 주호민은 천하의 유재석과 박명수에게 당근과 채찍을 동시에 주면서 휘두르는 모습으로 주목 받았다.


이런 웹툰테이너들의 가치를 알아본 기획사들이 정식 계약을 맺음으로써 소속사 식구로 맞이하는 움직임도 보인다. 얼짱으로 유명했던, 지금은 웹툰 ‘외모지상주의’의 인기 작가로 떠오른 박태준은 올 3월 싸이더스HQ와 정식 계약을 맺었다. 싸이더스HQ 측은 “박태준이 지닌 재기 넘치는 아이디어와 개성 있는 비주얼 등 엔터테이너로서의 자질을 높이 샀다”고 밝혔다. 박태준은 과거 ‘얼짱시대’에서 일찍이 예능감을 드러낸 바 있다. 그가 웹툰 작가, 그리고 웹툰테이너로서 보여줄 활약에 기대감을 드러내는 시청자들이 많다.


인기 작품 뒤에서 궁금증을 자아냈던 웹툰 작가들. 이제 그들이 모습들 드러내기 시작했다. 본격적인 활약은 이제부터가 시작이다. 이들이 대중과 어떤 소통을 이어갈지, 또 어떤 창조적인 콘텐츠를 탄생시킬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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