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부민병원 이동엽 척추센터장.
허리디스크가 파열되어 극심한 통증을 느끼거나 마비가 생긴 경우는 대부분 수술적 치료를 받아야 한다. 하지만 생계를 꾸려나가야 하거나 개인 사정으로 인해 당장 수술을 받기 난감한 경우가 많다.
수술 여건이 안 되는 환자들 중 통증은 꽤 심하지만 비교적 일상생활이 가능하거나 발목에 마비가 생기지 않았다면 비수술 치료인 '경피적 신경성형술(PEN)'을 먼저 시행해볼 수 있다. 허리디스크는 파열되었더라도 적절한 때에 치료하여 고비만 잘 넘겨주면 돌출된 디스크가 저절로 흡수되어 자연 치유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경피적 신경성형술은 허리디스크가 심하게 탈출되거나 파열되어 발생하는 신경 주머니 주변의 유착을 박리하고 노폐물을 세척하는 시술법이다. 신경 주머니 주위로 유착이 생기면, 이로 인해 신경주사치료 시행 시 주사 약물이 제대로 퍼지지 않아 효과가 떨어지는 경우가 많다.
이에 대해 서울부민병원 이동엽 척추센터장은 “환자에게 허리디스크 탈출 진단 후 신경주사치료를 받았지만 효과가 없는 경우에 경피적 신경성형술을 시행한다. 뿐만 아니라 디스크 탈출이 심하거나 파열되어 신경주사치료로는 효과가 없다고 판단될 때는 곧바로 이 시술을 시행하고 있다”고 조언했다.
경피적 신경성형술은 국소마취 하에 시행하며 시술 시간은 15분 전후로 소요된다. 시술 후 1시간 정도 안정하고 나면 바로 걸을 수 있으며, 입원 기간은 하루나 이틀이면 충분하다. 개개인에 따라 병원에 입원하기 힘든 경우 시술 후 1~2시간 안정을 취하고 바로 귀가하기도 한다. 시술 후 2주 정도는 약물치료와 물리치료를 병행하며, 시술 성공률은 약 80% 에 이른다. 10명이 시술을 받으면 8명은 증상이 좋아져 수술적 치료를 받지 않아도 될 정도이고 나머지 2명은 2차 수술을 받거나 다른 치료 방법을 적용하게 된다.
이 시술법은 예전의 경우 곧바로 수술을 받아야 할 정도로 심각한 디스크 환자들을, 가급적이면 수술하지 않고도 질환이 회복될 수 있도록 유도할 수 있다. 따라서 이러한 시술은 허리디스크 치료에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그러나 경피적 신경성형술의 효과에 대해서는 그동안 반론도 만만치 않았다. 시술의 과학적, 학술적 근거가 부족하다며 부정적인 견해를 보인 학회도 있었다. 물론 당시 대한통증학회 회장은 “비수술은 시대적 흐름이며, 오히려 비수술적으로 치료할 수 있는 환자를 무분별하게 수술하는 것이 더 큰 문제”라는 견해로 반박하기도 했다. 하지만 점차 이 시술의 효과를 입증할만한 연구 결과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허리디스크 탈출로 신경성형술을 받은 83명의 환자를 관찰한 결과, 시술 전에 비해 통증이 평균 70% 정도 감소됐다는 논문이 발표됐다. 이 연구 결과는 2012년 <Pain Physician> 이라는 SCI급 저널에 발표됐는데, 논문인용지수가 7.79에 이르렀다. 척추 관련 논문이 실리는 저널 중에 인용지수가 최상위권이며 이는 논문의 연구 결과가 상당히 신뢰성이 있고, 동시에 허리디스크 질환에 대한 경피적 신경성형술의 효과가 다시 한 번 과학적으로 증명됐다고 할 수 있다.
물론 심한 허리디스크 탈출과 파열 중에는 이러한 시술에 전혀 반응하지 않는 경우 또한 많다. 이런 경우에는 어쩔 수 없이 수술을 시행해야 한다. 경피적 신경성형술이 결코 허리디스크에 만병통치는 아니라는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척추 시술법은 기존의 치료 방법으로는 호전되지 않던 많은 허리디스크 환자에게 수술을 피할 수 있는 좋은 치료 방법이 될 수 있음에는 분명하다.
< 도움말 = 서울부민병원 이동엽 척추센터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