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원섭기자 | 2016.06.08 10:33:07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과 노무현재단 이사장이자 친노 좌장격인 이해찬 전 국무총리간의 8일(미국 현지시간) 뉴욕 회동이 하루 전 갑자기 취소돼 그 이유에 대해 궁금증을 자아내고 있다.
유엔 관계자는 7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오늘(7일) 오후 이 전 총리 측으로부터 면담을 하지 않겠다는 연락을 받았다. 면담은 취소된 것으로 보면 된다"고 말했으며, 이 전 총리 측도 뉴욕 주재 특파원들에게 "당초 비공개였던 면담의 성격이 변해 취소를 결정했다“고 알렸다.
현재 무소속 국회의원이자 노무현재단 이사장인 이 전 총리는 미국 국무부의 초청을 받아 재단 이사인 더불어민주당 도종환 의원 등 관계자 10여 명이 포함된 답사단을 이끌고 미국을 방문하는 중 8일 낮 12시 30분 뉴욕 유엔본부에서 반 사무총장과 만날 예정이었다. 만남의 모두 발언 부분은 언론에 공개될 예정이었다.
이에 이 전 총리 측은 "이번 면담은 이 이사장이 뉴욕을 방문한다는 소식을 듣고 유엔 주재 한국대표부에서 반 총장과의 면담을 제안해옴에 따라 추진됐다"고 설명하면서 "그러나 그 과정에서 면담 일정이 언론에 공개되고, 또 사실과 다르게 (우리가) 만남 제안을 했다는 보도가 나왔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이 측근은 "이 전 총리와의 면담을 언론에 공개하겠다는 입장을 (반 총장 측이) 알려와 당초 비공개로 차 한 잔 하기로 한 만남의 성격이 변화돼 최종적으로 면담을 취소하기로 결정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 회동이 '반기문 대망론'이 나온 후 반 총장이 친노 진영의 인사를 처음 만나는 자리라는 점에서 정치권의 관심을 모았으나 무산된 배경에 대한 설명이다.
반 총장은 참여정부에서 외교부 장관으로 일하다 2006년 유엔 사무총장으로 선출됐으며, 당시 노무현 대통령과 이해찬 총리가 상당한 지원을 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하지만 이 전 총리는 이번 면담에 정치적 관심이 집중되면서 상당한 부담감을 느꼈다는 말도 흘러나왔다. 특히 이 전 총리가 반 총장의 대권 도전에 대해 부정적인 견해를 밝힌 데다 면담을 누가 먼저 요청했는지를 놓고도 의견이 엇갈리고 있는 상황 등도 영향을 줬을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실제로 이 전 총리는 뉴욕에 가기 전인 지난 5일 워싱턴DC에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반 총장의 대망론에 대해 "외교관은 국내 정치와 캐릭터(성격)상 안 맞는다"며 반 총장의 대망론에 대해 직격탄을 날려 반 총장측 인사가 불편한 기색을 내비쳤다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이때 이 전 총리는 "정치를 오래 했지만, 외교관은 정치에 탤런트가 맞지 않다. 정치와 외교는 중요하지만, 갈등이 심한 정치에 외교관 캐릭터는 맞지 않다"면서 "정치는 돌다리가 없어도, 물에 빠지면서도 건너가야 하는데 외교관은 돌다리를 두드리고도 안 건너간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