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25일 오후 제주 롯데호텔에서 중견언론인 모임인 관훈클럽과 가진 간담회에서 "사실 국가가 너무 분열돼 있다. 정치지도자들이 국가통합을 위해 더 노력해야 한다"며 "내년 1월1일이면 한국 사람이 되기 때문에 한국 국민으로서 어떤 일을 해야 하느냐는 그때 (임기종료 후) 가서 고민해서 결심하고 필요하면 조언을 구할 수도 있다"고 말하며 종전보다 더욱더 대선 출마에 대한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서귀포=연합뉴스)
반 총장은 이날 오후 4시경 제주공항을 통해 입국해 제주 롯데호텔에서 중견 언론인 모임 관훈클럽과 가진 간담회에서 "사실 국가가 너무 분열돼 있다. 정치지도자들이 국가통합을 위해 더 노력해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반 총장의 이 같은 발언은 지난 18일 뉴욕에서 한국 특파원들과 만나 "(임기가) 아직 7개월이 남았다. 유종의 미를 거둘 수 있도록 많이 도와주면 고맙겠다"고 밝힌 것에 비해 훨씬 진전됐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어 반 총장은 국내 정치현실에 대해 "남북으로 분단된 것도 큰 문제인데, 내부에서 여러 가지 분열된 모습을 보여주고 이런 것이 해외에 가끔 보도되고 이런 모습을 보면서 약간 창피하게 느낄 때가 많다"며 "물론 가장 우선순위는 남북통일이지만 70년 이상 안 됐는데 당장 기대하기 어렵고, 그러나 국가통합은 정치 지도자들의 뜻만 있으면 내일이라도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이건 정치가 아니라 정쟁이다. 이런 것을 지양했으면 좋겠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나아가 반 총장은 “제가 7개월 후에 퇴임하면 무엇을 할 것이냐는 데 대한 질문들을 여러 국가의 정상들이 많이 물어본다. 전부 '신문에서 (대선 출마 보도를) 봤는데 자기들이 많이 도와 주겠다’ ‘선거운동 해주겠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고 국제사회가 자신의 출마를 지지하는 양 말하기도 했다.
또한 반 총장은 ‘대선에 도전하기에는 고령(72)이 아니냐’는 질문에 대해서도 “미국 대선 후보들도 70세, 76세 이렇다"라고 샌더스 등을 예로 들어 반박한 뒤 "저는 (총장 임기) 10년 동안 마라톤을 100m 뛰듯 했다. 1년간 정상을 몇 명 만나고 여행을 몇십만 마일 하고 사람을 얼마나 만나고 하는 일정의 개수를 보면 대충 안다. 제가 보약을 먹는 것도 아니고. 특히 한국 같은 선진사회에선 체력 같은 건 요즘은 별문제가 안 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도 반 총장은 "제가 대통령을 한다 이런 것은 예전에 생각해본 적이 없다"면서 "지금 현재는 맡은 소명을 성공적으로 맡다가 여러분께 성공적으로 보고할 수 있는 게 바람직한 게 아니냐. 유엔 사무총장으로서 유종의 미를 거둘 수 있도로 지도해 달라"고 자신의 발언이 대선 출마로 확대해석되는 것을 경계하기도 했다.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오른쪽)이 25일 오후 제주 ICC에서 열린 제주포럼 만찬에 참석해 홍용표 통일부 장관(가운데), 새누리당 정진석 원내대표와 대화하고 있다. [중앙일보 제공]
아울러 반 총장은 남북관계에 관련해서는 "고위급간에 대화채널을 열고 있다. 남북간 대화채널을 유지해온 것은 제가 유일한 게 아닌가 생각한다"고 강조하면서 "기회가 되면 계속 노력하겠다"며 남북관계 개선을 위해 전향적으로 접근할 것임을 시사했다.
반 총장은 관훈클럽 토론 후 홍용표 통일부장관 주재로 제주국제컨벤션센터에 열린 제주포럼 환영 만찬에서 만찬사를 통해 "박근혜 대통령과 한국 정부가 북한의 행위로 인해 지난 수개월 동안 취할 수밖에 없었던 크고 어려운 결정에 대해 이해한다"고 밝혔다.
또한 반 총장은 "외교적 해법이 한반도의 복잡하고 위험한 상황을 해결하기 위한 유일한 길이라고 확신한다"면서 "동시에 외교는 북한이 국제법과 특히 유엔 안보리 결정을 존중하는 데서 확고히 자리 잡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반 총장은 26일 오전 제주포럼 개회식에서 연설한 이후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참석차 27일까지 일본을 방문한 뒤 한국으로 다시 돌아와 30일까지 일산 국제로타리 세계대회 참석, 안동 하회마을 방문, 경주 유엔 NGO 콘퍼런스 참석 등 국내 여러 지역을 오가는 '광폭 행보'에 나선다.
한편 반 총장이 1년 만에 방한해 대권 도전을 시사한 것에 대해 마땅한 대선 주자가 보이지 않는 새누리당은 반색하는 반면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 등 야2당은 견제구를 날리는 등 여야의 반응은 엇갈렸다.
제주포럼에 참석한 새누리당 정진석 원내대표는 반 총장이 대권 도전을 시사하는 발언을 하자 신중한 태도를 보이면서도 "글쎄, 앞으로 좀 흥미진진하게 지켜봐야 되겠다“며 기대감을 드러냈으며, 홍문표 사무총장 직무대행 역시 "반 총장이 새누리당에 온다면 엄청난 파워가 생기고 국가를 위해서도 좋은 일"이라며 '반기문 대망론'에 불을 지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대표는 "전형적 직업외교관으로 정치 경험이 없는 사람, 유엔 사무총장 경력으로 대권도전은 무리"라고 평가했으며, 우상호 원내대표는 새누리당의 반 총장 영입 가능성에 대해 "책임정치 측면에서 어색해 보인다"고 비판했다. 국민의당 박지원 원내대표도 반 총장에 '친박 프레임'을 씌우며 견제에 나서는 등 힘빼기에 나섰다.